기후변화, 미래의 잠재적 위협 아닌 지금 이곳의 문제
“기후변화 골든타임 넘기면, 인류 삶 근본적으로 위협”
온실가스 배출 절반으로 줄이자는 약속...인류는 지킬 수 있을까?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탄소 배출 줄이려고 노력하는 기업 얘기 먼저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청년들이 현재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모색한다.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그 과정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이나 쓰레기 양도 줄이는 게 인류의 숙제다. 2020년의 인류는 탄소배출을 줄여 미래 세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많은 사람들은 지구온난화가 산업혁명 이후 여러 세기에 걸쳐 쌓였다가 이제야 갚을 때가 된 도덕적·경제적 부채와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기 중에 배출된 탄소 중 절반 이상은 불과 지난 30년 사이에 배출됐다. (중략) 최근 집계된 바에 따르면 영국 탄소배출량의 절반은 비효율적인 건설 방식이나 사용되지도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 전기, 의복에서 발생한다. 미국 에너지 사용량의 3분의 2 역시 낭비가 불러온 결과다.”

위 얘기는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가 자신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에서 밝힌 내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룡의 멸종을 제외한 과거 지구의 대멸종 사례가 모두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썼다. 2억 5000만년 전에 발생한 대멸종 역시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도를 5도 증가시키면서 시작됐고 일부 종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죽고 나서야 종결됐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 인류는 그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언급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정부와 기업, 환경운동가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늘 주장하는 얘기다. 여러 곳에서 같은 얘기를 꾸준히 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여서, 그리고 또 하나는 중요한 문제인데 잘 지켜지지 않아서다.

◇ “기후변화, 미래의 잠재적 위협 아닌 지금 이곳의 문제”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EO 폴 심슨은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잠재적 위협이 아니라 현재, 바로 이곳에 존재하며 이미 전 세계 수백 만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폴 심슨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현상의 가장 파괴적인 영향은 인명 피해지만, 생태계와 공동체, 그리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역시 막대하다”고 경고한다.

2019년 CDP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215개 글로벌 기업은 2,500억 달러(US)의 ‘좌초 자산’을 포함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가 10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CDP는 전세계 금융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각국의 주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환경 이슈 대응관련 경영정보를 요청하는 금융기관 주도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매년 보고서로 발표해 글로벌 금융기관의 투자지침서로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CDP한국위원회 등을 통해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이다.

인류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했다. 1997년에는 교토의정서를 체결해 기후위기에함께 대응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협약 이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은 더 늘었다. 2016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로 다시 한번 약속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 사이 우리나라도 연간 7억톤 내외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는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 사이 우리나라도 연간 7억톤 내외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기후변화 골든타임 넘기면, 인류 삶 근본적으로 위협”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내외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늘어왔다. 그 사이 우리나라도 연간 7억톤 내외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중국(94.6억톤)이나 미국(51.1억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처럼 보이지만 배출 순위로 따지면 세계 상위권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위기는 단편적인 영향력을 가진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이슈인 전염병 문제를 포함해 미래 인류에게 닥칠 수 있는 여러 재난들이 상당수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전염병은 우리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 그 재앙의 파편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지구에 의존에 살아가는 우리 인류의 삶은 근본부터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골든타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는 인류가 마주할 수 있는 12가지 기후재난에 대해 다뤘다. 해당 시나리오에 따르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살인적인 폭염, 비곤과 굶주림, 늘어나는 산불, 갈증과 가뭄, 과거와 다른 새로운 종류의 공기 오염, 질병의 전파, 무너지는 경제, 그리고 기후 분쟁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격한 주장을 일삼는 급진적인 운동가의 주장이 아니다. 환경부에서는 지난 4월 24일, 기후변화 주간을 맞아 추천도서 3권을 발표했는데 그 3권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이었다. 당시 환경부는 공식 SNS를 통해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서운 기후재난 시나리오”라고 언급하면서 :우리가 실감하지 못하는 사이 지구의 온도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본지는 탄소 배출이 줄어들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누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실제로 그런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4회에 걸쳐 보도한다. 2편에서는 기업과 개인이 굳건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 세계 전문가들의 발언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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