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인 415ppm 청년들(415ppm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회의 중인 415ppm 청년들(415ppm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기후위기는 모두의 문제다. 파란 하늘을 보는 게 오히려 어색해지고 항상 뿌연 미세먼지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삶.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키는 온실가스의 지속적인 증가 등으로 급변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부터 국내 산업은 제조업 중심의 구조로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언제나 경제발전보다 뒷전이었다. 대다수 국민은 생업을 위해 또는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보다는 경제발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몸소 나서는 사람은 소수였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환경운동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의 도시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00개 도시 중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에 61%에 달하고 지난 4·15 총선에서 유권자 4명 중 3명이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와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등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의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각종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로 이어진다. 이들은 기후위기 문제를 더 이상 전문적인 환경운동가들의 전유물로 여기지 않으며 자신의 세대,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위기 해결에 몸소 행동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연대체 모임인 415ppm의 청년들, 6명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이들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전문적인 환경운동가는 아니다. 저마다 직장을 다니고 직업이 있으며 심지어 공부 중인 대학생들도 있다.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똘똘 뭉친 이 단체의 청년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연대체를 결성하게 됐다.

기존에도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각자 해오던 청년들은 올해 1월 30일 한자리에 모였다. 처음 이러한 연대체 활동을 먼저 제시한 사람은 ‘지구생활안내서 바질’을 출판하는 김승현씨였다. 앞서 온라인으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던 청년들은 이 자리에서 415ppm이란 이름의 연대체를 만들었다.

415ppm이란 이름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정당과 후보의 기후공약(Promise of Policy Maker)의 의미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일일 평균농도 측정 역사상 최고 수치였던 415ppm(parts per million)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월 15일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결정했고 지난달 20일을 ‘D-day’로 삼고 언론에 자신들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2020총선기상청의 사이트 ‘415ppm.kr’ 탄생했다.

이 단체를 대표하는 것은 바로 ‘2020 총선기상청’ 서비스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직접 만든 이 서비스는 유권자가 자신의 지역구 후보가 속해 있는 정당의 기후 관련 공약을 볼 수 있다. 또한 지역구 후보자들의 환경 정책 설문을 볼 수 있도록 기상청 날씨 예보처럼 디자인했다.

기후변화 청년연대체 415ppm이 직접 개발한 ‘2020 총선기상청’ 웹서비스의 메인화면. (415ppm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 청년연대체 415ppm이 직접 개발한 ‘2020 총선기상청’ 웹서비스의 메인화면. (415ppm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 서비스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사비를 통해 만들었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퇴근 후, 어떤 이는 업무 후 달콤한 여가시간을 보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여가시간을 쪼개 사이트 제작에 몰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만나기 전에 어려움도 많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누구는 직장, 어떤 이는 작업, 몇몇은 학업과 동시에 415ppm 활동을 했으므로 포기해야 하는 게 많았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415ppm 멤버들은 오히려 생업과 시간을 포기하고 활동한 부분에 대해 어려움보다 보람이 더 컸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오히려 프로젝트 활동 과정에서 재미를 찾고 대학생 참여자들은 전공지식 그 이상을 공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조은혜씨는 “처음에는 이렇게 시간을 들일 계획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며 “단순히 기후위기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마음에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돈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활동에 의미가 컸다”고 소감을 전했다.

재생에너지 스타트업체에 재직 중인 양예빈씨는 깨끗한 하늘을 보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미세먼지와 폭염 등을 겪으면서 일상에서 기후위기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이에 관련 기사나 보고서를 찾아보면서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게 돼 국가적·제도적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까지 관심을 넓히게 됐다.

양예빈씨는 “지난해 청년정책네트워크 교통환경 분과에서 활동하면서 해외 국가나 도시에서 시행 중인 수많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달리 국내는 정책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공백이 많다고 느꼈다”며 “이번 총선이 관련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 자체가 없진 않았다. 특히, 직장 생활과 활동을 병행해야만 했던 양예빈씨가 특히 그랬다. 퇴근 후 활동을 하다 보니 만약 밤 10시에 온라인 회의를 시작하면 새벽에 끝나는 경우도 있어 컨디션 조절에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하나의 목표, 하나의 가치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려움보단 즐거움이 더 컸다고 한다. 

조은혜씨 역시 총선기상청 프로젝트로 1~2주치의 업무가 밀렸다며 최근 그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렇다면 2020 총선기상청을 제작하면서 정당과 수없이 많은 지역구 후보자들의 기후위기 관련 공약을 살펴본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김승현씨는 이번 총선은 그 자체를 넘어 우리나라 현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제조국가이자 치열한 내부 경쟁이 일상이 된 국내의 경우 정치인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본다. 일자리 문제에 있어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수준이 선언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영리기구(NGO)에 근무하다 지난해 6월 퇴사를 한 김민씨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빅웨이브 활동에 전념 중인 김민씨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급격한 산업화를 경험하고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가 국가 동력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치인들이 이를 쉽게 건드릴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도 정치인들이 경제성장과 발전이 국민들을 행복하게 살게 하는 방법으로 보는 기존 관성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김민씨는 “아직도 국회의원들이 경제성장과 토목건설, 도시 인프라 구축 등 관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김승현씨는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에게 환경 정책 설문을 배부했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해당 설문에 응답했으며 미래통합당에서도 일부는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첫 단추는 끼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 415ppm 청년들. (415ppm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 415ppm 청년들. (415ppm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415ppm에서 활동하는 대학생들의 눈에는 총선 공약이 어떻게 비쳤을까.

20대 중반의 젊은 학생들 역시 총선기상청 사이트 제작 중 정당이나 후보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언론보도를 통해 외국 주요 정당들이 기후위기비상사태 선언을 하며 여러 공약을 내세우는 것에 부러움을 가지기도 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김경철씨는 “실제 이번 활동을 통해 정당별, 후보별로 공약을 살펴보면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직접적으로 보였다”며 “정치인들이 진정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표와 직결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후변화와 관련된 보다 구체적이고 내실 있는 정책공약을 내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아쉬움을 전달했다.

또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약을 보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도 좋은데 보다 근본적인 주요 원인, 가령 탈석탄 관련 정책공약도 돌아보며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환경생태공학과 전공하는 조규리씨도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경우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한 환경 문제에 여전히 관심이 없다고 느꼈다. 경제개발이나 지역 경제 유치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권자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주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어야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관련 공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이를 통해 국회의원도 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조규리씨는 환경교육 의무화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환경 감수성을 길러야 어른이 돼서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둔다”며 “모든 학교가 환경교육을 의무교육으로 가르치고 있지 않고 그마저도 과학 쪽으로 너무 치중해서 가르치는 문제가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한마음으로 뭉친 415ppm은 청년들은 향후 이 연대체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 중이다. 후원이나 펀딩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은 물론 2020 총선기상청에서 자신들이 보여준 정당과 당선인들의 기후위기 관련 공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 중이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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