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릉역을 나와 시민들이 삼성역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아~정말"

핵안보정상회의의 본회의가 개최된 27일 출근 시간대는 전쟁터였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사람들이 몰린 반면 서울시가 공약한 증편 효과는 덜 했기 때문이다.

오전 8시 15분, 3호선과 2호선을 이용하는 대다수 시민들이 지하철 내에서 옴쭉달싹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일반 도로도 마찬가지였다. 옥수역에서 압구정역을 지나가며 바깥으로 보인 성수대교 위 차량들은 정지 화면처럼 멈춰 서 있었다.

핵안보정상회의 첫 날 교통 혼잡을 우려해 실시한 '차량 2부제' 참여율이 61%에 그쳤다는 것이 실감났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 당시 64%보다도 낮았던 것.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것도 번잡했지만 선릉역은 출근하는 인구들의 전쟁터였다. 지하철이 삼성역에서 정차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역에는 수많은 회사들이 운집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선릉역 또는 종합운동장 역에서 걸어서 출근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나마 주최 측에서 임시로 준비한 셔틀버스는 늘어선 줄로 볼 때 지각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탈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삼성동 인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 모씨(32, 여)는 "6년간 이 지역에서 근무했지만 오전 출근 시간대에 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것은 처음" 이라며 "어차피 버스타기도 힘들어서 걸어서 출근한다"고 말했다.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되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대부분 회사동료들도 어디서 셔틀버스를 타는지도 모르더라"면서 "그나마 타려고 했던 동료도 운행 간격 때문에 사람이 너무 많아 대부분 걸어서 출근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당초 서울 시내 회사들을 통해 출근 시간을 조정한다는 정부 측의 얘기도 현실적으로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동 코엑스 맞은 편에 위치한 글래스 타워에 사무실이 있는 이 씨(33, 여)의 경우 출근 시간을 조정한다는 얘기조차 못 들었다.

이 씨는 셔틀버스 운행에 대해선 "선릉역 1번 출구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늘어서 있는데 그 사람들은 과연 그 버스를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서 있는 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줄줄이 늘어서 삼성역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던 기자 옆에 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서울시민 걷기대회라도 개최한 거 같네"라며 비아냥거렸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