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1대 국회에 제안합니다...“환경 문제 뒤로 미루지 마세요”
[기자수첩] 21대 국회에 제안합니다...“환경 문제 뒤로 미루지 마세요”
  • 이한 기자
  • 승인 2020.04.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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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경제...양자택일 선택 문제 아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11년 전 얘기다. 2009년 가을, 기자는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환경 관련 취재였다. 태양열로 전기 쓰고 마을 도로에 자동차를 금지시킨 독일 프라이부르그 보봉 생태마을, 북유럽 최대 공업도시로 과거 환경 파괴를 겪었으나 이산화탄소 배출 줄이고 재활용을 적극 늘려 도시 이미지를 바꾼 스웨덴 예테보리에 다녀왔다.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실천중이라고 홍보하던 현지 기업도 방문했다. 그들이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어떻게 함께 실천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서였다. 기자는 탄소 배출 줄이기에 동참하려고 취재하면서 공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서울에는 그런 자전거가 아직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본사에서 만난 환경감독관 브루토씨는 “기후 변화 등에 대처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적다.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힘을 보탠다는 측면에서는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결국 기업과 국가다”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밀레 본사를 방문해 환경 사무관 베게트씨와 만났다. 당시 기자가 환경 분야에 투입하는 예산과 투자비 규모가 어느 정도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환경 정책과 제품 개발을 별개의 건으로 분리해서 보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말하면서 “예산을 책정하는데 ‘환경 분야에 얼마’라는 식으로 딱 잘라 구분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국가에게 환경 책임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떤 책임감을 갖게 될까. 국가 얘기를 하는 이유는 며칠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로 조만간 새 입법부가 구성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저마다 약속을 내놓는다. 모든 약속이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당당하게 할 수 있으니까.

환경운동연합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2050 탄소제로사회 실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탄소세 도입을 검토하고 그린뉴딜 투자 세제 지원도 강화한다고 약속했다. 미래차와 전후방 연계사업을 유겅하고 산단지역 실시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석탄발전을 과감하게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야당 미래통합당도 공공기관 친환경자동차 구매의무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통학차량 친환경차 전면 교체를 위한 실태점검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태양광과 원전 관련 내용도 공약에 담았다.

환경운동연합은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감축 대책 등에 대해 B라는 점수를 매겼다. ‘미세먼지원 배출기업에게 징벌적 과세를 부과한다’거나 ‘5년내 전기버스로 100% 전환하겠다’는 등 녹색당의 과감한 주장이 A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B수준의 대책 역시 나름 ‘환경적’이라는 평가는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약속이 아니다. 유명한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은 이런 말을 남겼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방 맞기 전까지는” 좋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건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물론 그 계획이 정말 좋은지에 대해서는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 "환경과 경제를 구분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

유명 역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기인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오염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직도 개선에 필요한 진지한 경제적, 정치적 희생을 하지 않는다”고 썼다.

저서에서 유발 하라리는 “경제성장과 생태계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정치인, CEO, 유권자들의 십중팔구가 성장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1세기에도 이런 식이면 우리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대 국회앞에는 큰 숙제가 놓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기 위해 경제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으나, 그와 함께 나날이 위기를 더해가는 환경 문제도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숙제다.

독일의 한 기업 관계자가 기자에게 “환경 정책과 제품 개발을 별개의 건으로 분리해서 보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말한 게 벌써 11년 전이다. 그 사람이 말만 번지르르 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앞선 환경정책을 펼쳐왔는지에 대해 꾸준히 검증하지는 못했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정말 그런 것들을 실천해야 할 시기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경제 성장의 부산물로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환경을 기본에 두고 성장을 도모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환경부 장관의 신년사를 다시 떠올릴 때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정치권 인사들에게 제안한다. 약속을 지키자. 미처 약속하지 못한 것들 중에서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꼼꼼하게 검토하자. 환경과 경제는 따로 떼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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