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유치 시 생산 유발효과만 6조7000억원
‘초정밀 현미경’ 방사광가속기 활용 범위 무궁무진
춘천·청주·나주·포항 ‘4파전’
21대 총선 당선인들까지 앞다퉈 유치 총력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출처 포스텍)/그린포스트코리아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출처 포스텍)/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전국 지지체들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하는 등 유치 경쟁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지체들이 온라인 서명까지 펼치며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제21대 총선 당선자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올해 최대 국책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1조원을 투입해 방사광가속기와 빔라인 40개, 연구시설 등을 2022년 착공한다, 이후 2028년부터 방사광가속기를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30일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이달 8일 총 4곳의 지자체가 유치의향서 접수했다.

지자체를 비롯해 국회의원 당선인까지 방사광가속기 유치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바로 지역경제 활성화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할 경우 생산 유발효과는 6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2조4000억원이며 고용 창출 효과는 13만7000명에 달한다.

◇ 방사광가속기는 대체 무엇?

그렇다면 이름부터 생소한 방사광가속기는 대체 무엇일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라 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자기장을 지날 때 나오는 적외선과 X선 등 다양한 파장의 빛으로 첨단 연구개발(R&D)를 할 수 있는 대형연구시설이다.

이 빛을 통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단백질 결합구조와 세포분열 과정 등을 현미경처럼 확인할 수 있다. 

주목되는 점은 바로 방사광가속기의 활용 범위다. 화학과 생물, 전기, 의학 등 기초연구는 물론 바이오신약, 반도체, 이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청정에너지 등에 그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코로나19에 앞서 2009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의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스탠퍼드대 방사광가속기(SSRL)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의 성과다. 이와 함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등 이른바 ‘꿈의 신약’들은 모두 방사광을 통해 탄생했다. 또한 대만의 세계적 반도체사인 TSMC는 연간 1000시간 이상 방사광가속기 빔라인을 활용한다. 

◇ 춘천·청주·나주·포항 ‘4파전’…저마다 최적 입지 강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마다 이유를 내세우며 유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달 8일 마감한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 공모에 전남도-나주시, 충북도-청주시, 강원도-춘천시, 경북도-포항시 등 4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우선 전남도와 나주시는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면 학계와 산업체의 연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2022년 개교를 앞둔 한국전력공과대학과의 연계와 지진 발생이 적은 안정적인 지반도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또한 충청권·영남권과 달리 국가첨단연구시설이 전무한 호남권에 구축해 전국에 걸쳐 고른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해야 하는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기도 한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지리적 접근성을 강조했다. 구축 예정지인 오창은 중부고속도로 서오창IC에서 5분, KTX 오송역에서 15분, 청주공항 10분대 거리이며 2시간 이내에 전국 어디든 접근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내륙에 위치하고 인근에 큰 강이나 산이 없어 홍수나 산사태 등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매우 안전한 지역이라고 주장한다.

강원도와 춘천은 서울-양양고속도로와 ITX 등을 이용한 수도권과의 지리적 접근성을 주장한다. 방사광가속기의 수요자 대다수가 수도권에 있으므로 연구 수요로 따져보면 춘천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기존 3·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어 가속기 건설 및 운영 기법을 보유한 인력이 많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기존 가속기와 연계한 방사광 클러스터를 구축해 1000억원 이상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을 내세우고 있다.

유치전에 참가한 일부 지자체들은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최종입지 선정을 앞두고 행정력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주시는 방사광가속기 오창 유치를 위한 방사광가속기 청주 유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한편, 충북도 또한 이달 10일부터 5월 6일까지 방사광가속기 충청권 유치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전남·전북·광주시도 호남권 유치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23일 기준 현재까지 119만7628명이 서명했다.

유치의향서를 접수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종결정을 앞두고 유치 여부에 대해 확신은 할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자체들이 열띤 유치 경쟁 이유는 역시나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별 유치 근거와 경제효과(출처 각 지자체, 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자체별 유치 근거와 경제효과(출처 각 지자체, 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유치경쟁 ‘후끈’…제21대 총선 당선자들도 총력

해당 지역의 21대 총선 당선자들도 지역구와 관계없이 손을 잡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나주의 경우 호남권 전체가 나섰다. 호남권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28명은 23일 국회 광장에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건의문을 발표하고 청와대, 국무총리, 국회, 과학기술정통부 등에 이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충청북도당은 22일 KBSI 오창센터에 변재일, 도종환 등 5명의 총선 당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석회의를 진행하고 청주 오창이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최적지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더 나아가 향후 대책 논의와 함께 최종 유치까지 힘을 모으기로 다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변재일 충북도당위원장은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우리 지역의 이익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충북에 오는 것이 대한민국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며 “5월7일 입지선정을 앞두고 165만 충북 도민의 의사를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공모하는 방사광가속기는 4세대 가속기의 성능을 향상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다. 3·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전 세계에 45기밖에 없으며 2016년 9월 포항공대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갖췄다. 하지만 그동안 연구수요 증가와 장비 노후화로 질적·양적 공급 모두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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