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에 끼친 부정적 영향, 정말로 줄일 수 있을까?
수많은 생산과 소비, 쓰레기와 온실가스로 과부하 걸린 지구
“미래 세대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를 둘러싼 문제”

해안가 환경정화활동에 나선 수협은행(수협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해안가 환경정화활동에 나선 수협은행(수협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산업이 발전하고 소비가 늘면서 인류가 지구의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인류는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진은 바닷가 환경 정화를 위해 나선 수협은행 관계자들의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수협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이 날은 유엔이 정한 세계환경의날(6월 5일)과는 달리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됐다.

지구의 환경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많다. 인류가 환경에 미친 악영향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곳에서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했으므로 그 내용을 굳이 다시 옮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심지어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과 교통 등이 멈추면서 환경적으로는 오히려 의외의 효과까지 나타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카트린 하르트만은 자신의 저서 <위장환경주의>에서 인류가 지구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하르트만은 독일에서 일간신문과 월간잡지 기자를 거친 인물이다. 그는 해당 저서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적한 바 있다. 해당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아래 소개한다.

“1980~2010년 전 세계적으로 소비한 생물, 광물, 원자재 그리고 화석 연료의 양은 400억 톤에서 800억 톤으로 2배 늘어났다. 이제는 석유 생산의 정점을 일컫는 ‘피크 오일’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모든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의 ‘피크 에브리싱’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숲은 1분마다 축구장 36개만큼 파괴되고 있다. 동물은 매년 5만 8000종이 사라지고 있으며 비옥한 땅은 매년 240억 톤이 유실되고 있다. 굶주리는 사람의 수는 8억 1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역사상 유례없을 만큼 많은 식품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20억 명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간극은 기괴할 정도로 벌어졌다. 옥스팜에 따르면 억만장자 8명의 재산이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 절반이 가지고 있는 재산과 같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매일 최소 350만 톤의 쓰레기가 나오며 매년 13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또 전 세계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기후를 살리겠다고 맹세하지만 온실가스 방출은 늘어만 가고 있다.”

◇ 늘어난 인류의 활동...지구는 감당할 수 있나?

조사 시점이나 방식 등에 따라 위에 언급된 통계와 일부 다른 숫자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류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발 하라리도 자신의 저서 <호모데우스>를 통해 인류의 성장이 지구의 생태적인 불균형을 초래했고 현대인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은 우리에게 풍부한 식량과 의료혜택, 에너지, 원재료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성장은 우리가 이제 겨우 탐사하기 시작한 지구의 생태적 균형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류는 이 위험을 뒤늦게 인정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발 하라리는 “오염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직도 개선에 필요한 진지한 경제적, 정치적 희생을 하지 않는다”고 썼다. 이와 더불어 “경제성장과 생태계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정치인, CEO, 유권자들의 십중팔구가 성장을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1세기에도 이런 식이면 우리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석기시대 사람들은 하루 평균 4000칼로리를 사용했다. 그러나 현대 미국인은 하루에 평균 22만 8000칼로리를 사용한다. 원시인들이 음식과 도구를 마련하고 예술 활동을 하며 모닥불을 피우는데 에너지를 썼지만, 현대인들은 자신의 배를 채울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컴퓨터, 냉장고와 텔레비전을 가동하느라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지적이다.

배민상회가 선보인 친환경 용기 '그린' (배민상회 홈페이지 캡처) 2020.3.24/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 관련 이슈들이 인류에게 던지는 질문은 딱 하나다. '앞으로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사진은 배민상회가 선보인 친환경 용기 '그린'의 모습. 기사 속 특정 내용과는 관계없음. (배민상회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환경 관련 뉴스 이면 공통 질문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인류의 활동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까? 환경 운동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글로벌 생태발자국 네트워크’에 따르면 전 세계 시민들은 마치 지구가 1.6개인 것처럼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소비를 감당하려면 그만큼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들 단체는 매년 지구 과부하의 날을 계산한다. 1년을 기준으로 생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이용된 자원이 모두 소모되는 날을 뜻한다. 빨리 소모되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다. 이 날짜는 지난 2000년 기준 10월 8일이었으나 2015년에는 8월 13일로 앞당겨졌고 2017년에는 8월 2일이었다.

사람이 정말로 문제일까? 유사한 지적들이 다른 곳에서도 제기된다. <쓰레기책> 저자 이동학씨는 “인간이 가는 모든 곳에는 반드시 쓰레기가 따라간다”고 말한다. 그는 “인류가 지구를 정복한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이 지구를 정복했으며 인류에 대한 플라스틱의 역공이 시작되는 것 같다”면서 “이제는 기후위기가 아니라 기후공격의 시대”라고 말했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의 저자 오후(필명)는 해당 저서에서 ‘인류가 멸망한 후 총천연색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지구’를 상상했다.

이렇듯 여러 지점에서 환경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그 이슈들은 때로는 바다에 관한 문제로, 때로는 기후위기에 관한 문제로 우리 귀에 들어온다. 입고 있는 옷, 먹는 음식, 사용하고 있는 물건에 관한 이슈로도 전달된다. 남극이나 북극, 열대우림, 또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삶을 통해 뉴스가 되기도 한다. 쌓여가는 플라스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화석에너지를 태우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물질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다. 단편적인 사실들을 모두 묶어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모든 환경 이슈들은 인류에게 딱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분명하다. “당신들은 지구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다. 이 질문에 대해 좋은 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지구인의 숙제다.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구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과 시청 등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기자는 20일 저녁, 지구의 날 행사에 참여할 계획이라는 한 소비자에게 이날을 되새기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미래 세대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 생활과 얽힌 문제고, 나와 같이 사는 동식물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죠. 지금 당장 우리기 실천하지 않으면 지구에는 더 큰 위기가 올 것 같아요.”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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