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 마이너스 37.63달러
만기 하루 남은 선물...‘갈아타기’로 일시적인 가격 형성
국내 정유사 긴장, 뉴욕증시도 급락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올해 세계석유수요 전망 하향 조정 등으로 15일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인류가 원유를 거래한 후 처음 일어난 일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와 비교하면 300% 이상 폭락한 수치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생산업체가 원유에 돈까지 얹어줘야 팔 수 있다는 의미다. 만기가 하루 남은 선물이어서 투자자 등이 인수 시점을 늦추는 가운데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풀이되지만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진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베스트증권 이안나 연구원은 마이너스 유가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유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시장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5월물 WTI 만기일을 앞두고 원유 인수보다는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했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현재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재고가 넘쳐나고 있으며 원유를 가져갈 곳이 없어 인수 시점을 늦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충격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지만 마이너스 유가 자체가 하나의 기준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배럴당 25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4.09달러 내린 20.94달러에 거래됐다.

유가하락 흐름에 정유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이안나 연구원은 “마이너스 정제마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유회사들의 실적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보았다.

이 연구원은 “현재 정유회사들은 정유 공장 가동률을 85% 미만으로 낮추고, 정기보수 앞당기기와 희망퇴직 시행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유가 급락, 수요 감소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마이너스 정제마진,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뉴욕 증시도 급락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592포인트(2.44%)내린 2만 3650.44로 마감했다. 뉴스1보도에 따르면 S&P500업종 가운데 에너지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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