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판매 급감...“위기를 기회로 삼아라”
국내 자동차 업계 노사 위기의식 공유

베이징현대차 공장 생산라인 모습(본사 DB)
코로나19로 세계 산업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 국내 자동차 기업 노사가 최근의 위기의식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협의에 나섰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로 세계 산업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이 달러 강세 상황 등을 이용해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 가운데 국내 자동차 기업 노사는 최근의 위기의식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협의에 나섰다.

삼정KPMG가 20일 발간한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산업 동향 및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해외 자동차 시장 공급과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수시장 역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올해 자동차 생산·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3.5%, 15.2%씩 감소한 7689만대와 7661만대로 예측된다. 이후 내년부터 기저효과에 따른 반등으로 생산량과 판매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올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및 판매량이 급감하겠지만 이후 기저효과에 따른 반등이 나타나면서 자동차 시장은 점차 성장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중점을 두고 달러 강세 상황 등을 이용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적극적인 내수 시장 공략을 통해 현재 생산·수출 감소에 대응할 체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위기감 공유했나? 자동차 업계 노사 적극 협력 중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자동차 기업들은 총력 대응에 나섰다. 최근에는 임금 협상 등으로 의견이 맞서던 노사도 힘을 모으는 모양새다. 쌍용자동차 노사는 2020년 임금 및 단체교섭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현재의 위기 상황 극복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도 지난 14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같은 날 한국GM 노조도 지난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해 가결했다.

현대차 노조의 입에도 업계의 관심이 모였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고용보장을 전제로 임금을 동결한 독일 사례를 모범사례로 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 17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에 독일 금속산업 노사의 ‘위기협약 체결’ 사례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노사는 8년 만의 무분규를 기록하며 임단협 교섭을 최종 타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경향을 두고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감에 대해 노사가 인식을 함께하면서 상대적으로 노사 합의가 예년 대비 수월하게 이뤄진 것'이라고도 추측했다.

그렇다면 최근 노사간의 협의에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라는 시선, 미국과 유럽의 불안한 상황속에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어떻게 바라볼까.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강성한 성향을 보이거나 사측과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리기도 했던 노조측이 고용안정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반대로 해석하면 현재 회사의 위기가 얼마나 뚜렷한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동차 산업의 힘은 80% 가까이 수출에서 나오는데 유럽의 셧다운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줄고 미국 시장 정상화도 늦어지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20%의 내수시장에서 아무리 분전해도 위기를 빨리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기업은 구조조정 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통할지는 불투명하나 단기간의 위기극복 전략으로서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국내 자동차기업이 해외에서 점유율을 높인 바 있는데, 이후 일본이 정상화되면서 점유율이 다시 원상회복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점유율 등을 일부 올린다고 해도 그 성과를 장기적으로 길게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신 모델이나 인기 차종에 대한 현지 인지도를 높이는 등의 전략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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