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지하벙커, 프라이빗 섬, 개인 진료 서비스...
‘거리두기’ 확산 속 해외 일부 부유층 ‘그들만의 세상’ 주목
여행 레저 시장 트렌드 변화 흐름도 관측

벙커 제조업체 '서바이벌 콘도' 홈페이지. 이들은 자사 벙커를 소개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screen out)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survivalcondo.com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벙커 제조업체 '서바이벌 콘도' 홈페이지. 이들은 자사 벙커를 소개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screen out)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survivalcondo.com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속에 수영장이 딸린 호화 대피소와 외딴 섬, 고급 요트, 프라이빗 진료 서비스 등의 수요가 늘었다.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해외 일부 부유층의 모습이다.

핵전쟁이 일어난 미래 지구, 땅 속 깊이 요새처럼 지어진 든든한 벙커에서 자급자족하며 생활하는 인류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벙커에는 수년치 식량과 물이 저장되어 있고 자가발전을 통해 전기도 공급될 것이다.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27일, CNBC방송이 “미국 부유층들이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수영장이 딸린 호화 대피소를 구입하거나 외딴 섬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개인용 지하 벙커 제조업체가 호황을 맞기도 했다.

CNBC와 연합뉴스의 보도 등에 따르면 벙커 제조업체 ‘서바이벌 콘도’는 코로나19 이후 구매 문의와 판매가 크게 늘었다. 해당 업체 고위 관계자는 “평소에는 우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지만 지금은 고객들이 더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가 제조하는 벙커는 수영장과 체육관, 암벽 등반 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가격은 약 6억원대에서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매거진에 따르면 서바이벌콘도는 냉전시대 지어진 지하 격납고에서 출발했다. 핵전쟁 등이 벌어져도 격납고 내부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인데 냉전이 끝난 뒤 콘도로 개조돼 일반인에게 팔리기 시작했다. 오락시설은 물론이고 자체 식량 조달을 위한 유기농 시설, 자가 발전 등으로 수년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 외딴 섬, 개인용 항공기나 호화 요트 관심 늘어

프라이빗한 사생활이 보장되는 외딴 섬에도 부유층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개인용 섬 판매·대여 업체인 '프라이빗 아일랜드'는 카리브해 연안의 외딴 섬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섬은 하루 숙박 비용이 약 3천달러로 한화 기준 360만원에 달한다.

개인용 항공기나 호화 요트 수요도 과거에 비해 늘었다. 개인용 항공기 업체에 평소 주당 30건 정도 접수되던 문의가 최근 수백건으로 늘어났고 최근 5~7주 내외로 요트를 전세 내는 가족 단위 고객이 늘어났다고 CNBC는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개인 전용기 회사 서던 제트 비행편 예약도 최근 평소보다 10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타인과의 접촉은 줄이면서 럭셔리한 생활을 유지하려는 수요로 풀이된다.

이런 경향은 다른 업계에서도 나타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회원제 응급서비스 시설의 가입 문의가 최근 늘어났다. 이곳은 개인 전용 룸을 갖추고 가정 방문 서비스를 제공해 다른 환자와의 접촉을 막는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향이 일부 관측된다. 캐러밴이나 캠핑카 등의 수요가 늘었고 요트 판매 문의도 늘었다. 타인과의 접촉에 부담을 느끼는 아웃도어족이나 중산층 이상의 수요층 문의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위험한 외부 환경을 피해 모든 것이 갖춰진 깊숙한 곳에 안전하게 꼭꼭 숨는(?) 모습. SF영화 속에서나 보던 일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현실화됐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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