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체온계, 비닐장갑, 1미터 거리두기...낯선 투표장 풍경
“다른 나라 선거에 지침될 것” 기대 속, “감염 추세 주목 필요” 조언도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과반 의석을 넘는 최대 178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선거가 치러지면서 투표장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달랐다.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선거가 치러지면서 투표장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달랐다. 외신들은 “우리나라가 펜데믹 중에 무엇이 가능한지 입증했으며, 현 사태에서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에 대해 하나의 모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는 과거에 비해 크게 2가지가 달랐다. 모든 투표소에서 발열체크를 거치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하는 등 철저한 위생 조치가 이뤄졌다. 아울러 투표 대기중에도 1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대기하면서 철저한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발열증세가 있는 사람은 별도의 투표소로 이동했고 자가격리자들은 투표가 끝난 이후 따로 기표소로 향했다.

기자도 서울 송파구의 한 투표소에서 주권을 행사했다. 투표소에 입장하기 전 비접촉식 적외선 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체크했고 일회용 비닐 장갑을 제공 받았다. 대기중에는 앞사람과 1미터 이상 떨어져 기다렸다. 유권자들은 각자 눈대중으로 간격을 벌린 것이 아니라 투표소 바닥에 미리 표시된 대기선을 따라 간격을 유지했다.

기자는 1997년 대통령선거부터 투표에 참여해 올해로 선거23년차다. 97년 이후 모든 대선과 총선, 지선에서 투표에 참여했으므로 지금까지 20차례 가까이 선거를 해왔다. 여러번의 선거 경험이 있지만 발열체크와 거리두기 등은 낯설었다.

일회용 비닐장갑 사용을 두고 환경 문제를 고려해 다른 대안도 함께 마련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일부 제기됐다. 투표소 근처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낯설음과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지금은 맞다’는 의견을 보였다. 2000년 총선부터 투표를 해왔다는 송파구 주민 양모씨는 “선거장 풍경이 낯설지만 코로나19를 감안하면 불편을 감수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권자는 “비닐장갑 사용은 아쉬웠지만,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것이 지금은 환경적인 일이므로 괜찮은 조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실험적인 투표 해외 모범? 향후 발병 추이 등 꾸준한 관심 필요

거리두기 속에 진행된 총선은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영국과 프랑스 등 전 세계 40여개국이 선거를 연기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전국 단위 규모 선거를 치른 것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BBC는 로라 파커 서울 특파원 컬럼을 통해 투표 진행 상황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짧은 지연을 행복하게 참아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투표율이 높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바이러스 그늘 아래서도 한국이 놀라운 투표율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대선 후보 경선을 연기하거나 우편 투표로 전환한 미국의 경선과 대조적”이라면서 “총선을 예정대로 치르기 위해 보건 당국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타임은 “한국 선거가 감염병 확산을 초래하지 않고 무사히 치러진다면, 미국 대선을 비롯한 다른 나라 선거에 하나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선거를 앞둔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의 실험적인 투표 방식을 모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므로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역당국도 ‘방심은 금물이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위해 수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로 모였던 만큼, 향후 발병 추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서울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간격을 벌려 설 수 있도록 바닥에 경계선을 표시해 둔 모습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간격을 벌려 설 수 있도록 바닥에 경계선을 표시해 둔 모습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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