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는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 확진자는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를 그저 자연재해로만 보기는 어렵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시작됐으며, 인간이 일으킨 환경 오염 때문에 그 피해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감염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보다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병

14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증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박쥐에서 중간 매개체 천산갑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산갑은 멸종위기종이지만 중국에서는 약재나 보양식 등으로 쓰이고 있다. 중국 수산시장에서는 지금도 천산갑 불법 판매나 밀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중국 산토우(Shantou University)와 홍콩대(The University of Hong Kong) 합동바이러스연구팀이 국제자연보전연맹으로부터 얻은 천산갑의 폐, 장, 혈액을  메타게놈 유전체 및 RNA 유전자 분석한 결과가 담긴 논문이 실렸다. 해당 논문을 보면 천산갑에서 발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 서열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85.5%~92.4% 정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연구팀이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와 사람에게 전파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 수용체 결합부위(RBD)를 분석한 결과, 중요한 아미노산 서열 유사성이 97.4%에 달했다"면서 “특히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미노산 5개가 동일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기초과학연구원은 “숙주세포에 달라붙고 침투하는 바이러스 주요부위 아미노산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은 천산갑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왔을 것이라는 추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번지는 질병을 인수공통점염병이라고 한다. 메르스(MERS)는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사스(SARA)는 박쥐에서 사향고향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됐다. 에볼라, 신종플루, 광견병, 페스트, 광우병 등도 인수공통전염병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을 공포에 떨게 했던 전염병 여럿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에서 비롯된 셈이다.

◇가까워진 야생과 인간

인간 사회와 야생동물 서식처 사이에 존재했던 거리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면서 인수공통전염병 발생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개발에 나선 인간들은 야생동물 서식지에도 거침없이 발을 디뎠고, 개발 과정에서 인간이 일으킨 기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80년 동안 유행한 전염병의 70%가량은 야상동물로부터 발생했다. 대규모 감염병 발생주기는 기후변화 이슈가 부각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02년 사스, 2009년 돼지독감, 2012년 메르스, 2013년 에볼라, 2015년 지카, 2020년 코로나19 등 2000년대 들어서 발생한 세계적 감염병은 여섯 종에 달한다. 조류독감은 1997년 이후 거듭 발생하고 있다. 

인간이 벌목을 하는 등 개발에 나서며 야생과 인간 사이의 거리는 줄거나 사라졌다. (픽사베이 제공)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인간이 벌목을 하는 등 개발에 나서며 야생과 인간 사이의 거리는 줄거나 사라졌다. (픽사베이 제공)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은 동물과 사람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도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벌목, 채굴, 댐 건설 등 각종 개발 사업과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동물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었거나 사라졌다는 시각이다. 

녹색연합은 기후변화가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체의 생존과 서식지 등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강수량이 줄어들면 쥐들이 사람 주변으로 이동하면서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고, 더러운 물이 고여 있어 모기가 알을 낳을 곳도 증가한다. 반대로 강수량이 많아지면 곤충의 생존력이 증가하고 홍수로 인해 인간의 신체나 인간이 섭취는 물이나 음식 등이 쥐와 같은 설치류의 배설물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이미 발생한 인수공통감염증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어떻게 봉쇄할지,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서 백신을 얼마나 빨리 개발할지에만 초점을 맞추면, 코로나19 재난과 기후위기의 연결점을 놓치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녹색연합은 “코로나위기는 기후위기의 예고일지도 모른다”면서 “기후위기의 판데믹이 닥친다면, 마스크 부족정도가 아니라 식량부족과 물부족이라는 훨씬 더 심각한 재난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위기의 대응과 극복이 또 다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정책과 재정투입으로 이어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망률, 공기 더러운 곳에서 높아

야생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한 인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전염되면서 생긴 피해는 인간의 손에 의해 커졌다.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킨다며 푸른 하늘을 더럽힌 대가를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는 방식으로 치르게 됐다.

하버드대학교 생물통계학과 연구진이 이달 초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 늘어날 때마다 코로나19 사망률은 15%가 늘어났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미국에 있는 약 3000개 카운티(County) 데이터를 수집해 미세먼지 노출과 코로나19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결과가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사망률이 가파르게 올라간다는 2003년 사스(SARS) 연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대기 오염에 오래 노출될수록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심각한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면서 “초미세먼지에 조금만 더 오래 노출돼도 코로나19 사망률은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대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2020.4.14/그린포스트코리아

이탈리아 북부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에서 나온 결과도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달 말 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 Pollution)’에 실린 논문에서 시에나 대학교(University of Siena)와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Aarhus University) 연구진은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만성적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며, 감염되기도 쉽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어 “장기간에 걸친 오염된 대기 환경 노출은 어리거나 건강한 사람들도 만성적 염증 자극(chronic inflammatory stimulus)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Lombardy), 볼로냐를 품은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 등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2%에 달한다. 4.5% 수준인 나머지 이탈리아 지역의 사망률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두 지역은 유럽 내에서 오염이 심각한 곳에 포함되는 곳이기도 하다.

언뜻 생각하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하나의 자연재해로 보인다. 그 속내를 들춰보면 개발과 발전을 내걸고 자연과 환경은 뒤로 제쳐뒀던 인간들이 뒤늦게 자연을 훼손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모양새다. 자기가 던진 부메랑에 자기가 맞은 꼴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수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은 “근본적 문제는 환경을 대하는 태도”라면서 “자본의 입장에서 인간을 중심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수용 운영위원은 이어 “환경보호, 생태계 보호가 심정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우리의 삶, 미물과 나의 삶이 떨어진 것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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