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분리수거 장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분리수거 장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네이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 3억5,900만톤 가운데 절반에 상당하는 1억5,000만~2억톤이 매립지나 자연에 그대로 쌓이고 있다. 이와같은 플라스틱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 글로벌 친환경 기업들이 두팔을 걷어부쳤다.

◇ 나뭇잎 퇴비의 효소로 플라스틱 페트병 분해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녹색 화학회사 카르비오는 나뭇잎 퇴비에서 발견해 개량한 효소를 가지고 페트병 원재료를 10시간 만에 90%나 분해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는 미생물은 종종 학계에 보고됐지만, 속도와 효과가 월등해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의 중대한 진전이 될 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시간 안에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ㆍ페트)’를 90% 가까이 분해하는 세균성 변종 효소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자연에서 페트병이 분해돼 사라지려면 500년 이상 걸리지만 ‘나뭇잎 퇴비 큐틴분해효소(LLC)’로 명명된 이 효소는 한나절도 안 돼 분해를 거의 다 마친다는 것이다.

속도만 빠른 게 아니라 분해 후 재활용 가치도 크다. 신문은 “기존 페트병 재활용 기술로는 의류ㆍ카펫 제작에 적합한 플라스틱만 만들 수 있으나 LLC를 이용할 경우 음용이 가능한 ‘식품등급’ 페트병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견 과정을 담은 논문은 전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공개됐다. 카르비오 연구진은 먼저 10만여종의 미생물 후보군 중 페트 분해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몇 개의 효소를 선별했다. 이어 특별히 두각을 보인 LLC 원재료를 조작해 20시간 동안 최대 53%까지만 분해가 가능하던 야생 효소의 능력치를 ‘10시간 내 90% 분해’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논문은 “해당 변종 효소는 (이전에 페트 분해 능력이 밝혀진) TfCut2 효소보다 98배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6년 ‘수일 내’ 페트 분해 효소를 발견한 영국 포츠머스대 연구팀도 LLC를 높게 평가했다. 당시 팀을 이끈 존 맥기헌 교수는 속도와 효율성, 내열성 측면에서 매우 큰 발전”이라며 “페트의 진정한 재활용을 위한 진일보라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이런 빠른 분해 속도와 높은 효율성 덕에 LLC는 업계 최초로 시장화 전망도 높이고 있다. 카르비오는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로레알과 펩시 등 대기업과 제휴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비용이 걸림돌이다. 가디언은 “업체 측은 페트병 1톤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 값어치가 새 페트병 1톤 가격의 4%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효소 첨가 전 페트병 가열ㆍ분쇄 과정에 워낙 많은 비용이 들어 실제 재활용품은 더 비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바다에서 30일 만에 분해되는 플라스틱 개발돼

일본은 바다에서 30일 만에 분해되는 신소재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밝혀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사이신문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대학과 일본 최대 옥수수녹말 제조업체인 일본식품화공 공동 연구진은 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카사바 나무에서 추출한 전분과 목재 펄프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섬유소)를 결합했다. 이후 이 혼합물을 수용액에 용해시킨 뒤 매우 얇은 투명시트 위에 펼치고 열을 가해 고체 형태의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플라스틱은 비닐봉투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등으로 만든 기존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 두 배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이 플라스틱의 친환경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개의 용기에 각기 다른 농도의 미생물이 담긴 바닷물을 넣고 플라스틱을 담궜다. 그 결과 높은 농도의 미생물이 서식하는 해수에서는 30일 이내에 완전히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미생물의 양이 적은 경우, 연구진이 개발한 신소재 플라스틱은 해수에서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일반적으로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투가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년, 플라스틱 병은 최대 45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약 8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며, 세계경제포럼은 2050년까지 바다의 미세플라스틱이 전 세계의 모든 어류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을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든 종류의 해양 생물과 인류를 위협하는 가운데, 연구진의 신소재 플라스틱이 해양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이 신소재 플라스틱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동시에 바다에 많이 버려지는 식품 포장재로 사용해보고 싶다”면서 “새로운 종류의 플라스틱은 제조단가가 저렴하고 공정이 단순해서 곧 실용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만든 플라스틱이 해양 쓰레기 축적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전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바이오 소재 관련 전문학술지 ‘카보하이드레이트 폴리머스’(Carbohydrate Polymers)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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