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몇 달째 이어지면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어지간하면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만개한 벚꽃은 마음놓고 볼 수 없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날은 자꾸 미뤄졌다.

개학일이 연거푸 연기되면서 자연스레 돌봄공백이 발생했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긴급돌봄 3차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유치원・초등학교에서 유아 8만2701명, 초등학생 6만490명, 특수학교 1315명 등 총 14만4506명이 긴급돌봄 서비스를 희망했다. 여기에 노인, 장애인 등을 다른 사람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숫자는 더욱 불어난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육아공백을 경험한 맞벌이 직장인의 비율은 76.5%에 달했다. 자녀가 어릴수록 육아공백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이들은 육아공백을 메꾸기 위한 방법으로 친정 및 시부모님 등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36.6%), 개인 연차를 사용(29.6%)는 등의 방식을 동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연차를 사용해 돌봄 공백을 메우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정 방법이 없으면 퇴사도 고려 중’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5.6%에 달했다. 맞벌이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직장을 떠나 돌봄 공백을 채우기로 할 경우, 경력이 단절될 가능성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보건정책학 클레어 웬햄(Clare Wenham)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초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 감염을 통제하기 위해 중국, 홍콩, 이탈리아, 한국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교 폐쇄조치에 따라 여성들이 받을 피해는 다를 것”이라면서 “여성들은 가족 내에서 비공식적 돌봄을 주로 제공하는 사람으로 그들의 직업적 경제적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성은 남성보다 불안한 일자리에서, 더 적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돌봄은 남성보다 여성의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영향을 끼친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액급여와 초과급여를 더한 여성의 월급여액(2018년 기준)은 208만7000원으로 남성(313만5000원)의 66.6%에 불과하다. 2010년 62.6%와 비교하면 4%p 올랐다고는 하지만 남성 급여액의 2/3 수준이다. 

반면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남성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여성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45.0%로 남성(29.4%)보다 15.6%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2008년 28.8%에서 지난해 29.4%로 0.6%p 늘어나는 동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40.7%에서 45.0%로 4.3%p 증가해 증가폭도 더 컸다.

한번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은 나중에 일자리를 다시 구하더라도 이전의 소득을 회복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여성가족부 통계를 보면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에서 받은 월 임금은 지난해 기준 191만5000원으로 경력단절 이전 임금(218만5000원)의 87.6%에 불과했다. 현재 취업자 중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현재 소득도 206만100원으로 경력단절없이 계속 직장을 다닌 여성의 임금 241만7000원의 85.3% 수준에 그쳤다.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한 일자리가 사용근로자인 경우는 지난해 기준 55.0%로 절반을 겨우 넘겼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여성들이 경제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높아지는 상황이나 여성을 직접 대상으로 한 대책은 찾기 힘들다. 돌봄 지원 처럼 여성에게 맡겨진 돌봄 노동의 양을 덜어주는 대책들이 주로 나오는 모양새다. 여성가족부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1월30일 이후 돌봄 대책 관련 보도자료를 5건 냈다. 여성들이 마주한 경력단절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찾기 어렵다.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우선순위를 정해 필요한 곳 순서대로 배분하는 행위다.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야할 시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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