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
야생동물 관리 강화, 친환경 축산 확대, 기후·보건정책 연계 강화

코로나19 셧다운이 이어지면서 그 영향이 전 세계 산업계로 두루 확산된다. 사진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소독과 방역작업을 하는 모습.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 파괴와 인수공통전염병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선제적인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사진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소독과 방역작업을 하는 모습.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환경 파괴와 전염병 창궐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친환경 축산을 확대하고 기후정책과 보건정책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7일 발간한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위와 같이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에 이어 2019년 코로나19까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전염병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환경파괴가 전염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학계 등에서는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천산갑을 통해 인간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전체 게놈 수준에서 96% 동일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천산갑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유전체 염기서열이 코로나19 감염자 바이러스 서열과 거의 일치한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공장식 축산정책과 전염병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식량생산의 산업화에서 소외된 일부 소규모 농가들이 생계를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늘렸고, 대규모 공장과 농장들에 밀려 점차 야행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박쥐 등에서 발생하는 야생 바이러스에 접촉되는 밀도와 빈도가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전염병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공장식 축산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경파괴로 생긴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사라지는 생물다양성이 전염병 발생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등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거주지나 목축지로 이동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조류인플루엔자 등 인수공통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게재된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뎅기열이나 말라리아, 콜레라 등 기후에 민감한 전염 질병이 확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곳에서 기후변화로 변이 등이 일어나 전염병을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 환경 파괴와 전염병의 연결고리 끊을 3가지 방법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에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3가지 방향성을 제안했다. 야생동물 밀수 규제와 체험시설 관리를 강화하고, 친환경 축산을 확대하며, 궁극적으로 기후정책과 보건정책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밀수 청정지대는 아니므로 밀수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9년 11월 중국 항저우 세관이 적발한 천산갑 밀수단은 나이지리아에서 부산, 상하이, 원저우시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에는 멸종위기종인 앵무새의 알을 4만개 이상 밀반입 후 부화시켜 10억원대 수익을 얻은 사례가 적발됐다. 2016년에도 슬로로리스 원숭이·샴악어 등 멸종위기종을 검역 없이 수입해 아동들에게 노출시킨 사례가 있었다.

정부는 제4차 야생생물보호 기본계획을 준비했다. 이에 따르면 야생동물 판매와 개인 소유 관리방안을 포함시킬 계획도 서 있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야생동물 카페·체험시설·이동동물원 등의 관리 강화를 위한 입법과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축사육업 허가를 받고 등록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공장식 밀집사육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있다. 입법조사처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조류독감 등 가축 전염병 관련 살처분 비용으로 3조 7000억원을 지출했다”고 지적하면서 “농가와 정부에 경제적 부담이 되고 관련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대형 살처분 대신 선제적인 예방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언급했다.

예방적 살처분 기준이 전염병 발생 반경 3Km 범위임을 고려, 처음부터 축사 이격거리를 허가 조건으로 두는 방법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이혜경 입법조사관은 “축사 거리를 모두 일정거리 이상 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지만 일각에서 그런 의견도 제기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공장식 축산에 대한 폭넓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환경보건 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국내 기후보건정책은 부처간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고 언급하면서 “유럽의 기후변화적응 공중보건정책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정책비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사태는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에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환경정책을 점검해 야생동물 밀수 규제 및 체험시설 관리강화, 친환경 축사 확대, 기후정책과 보건정책 연계 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이 하나이고 세계가 하나이므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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