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고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행사
100여명 참석,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불참

8일 열린 고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분향하는 모습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8일 열린 고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분향하는 모습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한진가 ‘남매의 난’ 1차전이 조원태 회장 승리로 끝난 가운데,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고 조양호 회장 1주기에 불참해 눈길을 끈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다툼의 불씨가 아직 완전히 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이 지난 8일 고 조양호 회장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선영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날 가족과 친지, 그룹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참석했다. 다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참여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한진그룹은 최근 이중고를 겪었다. 수개월 전부터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에 이른바 ‘남매의 난’이 발발했고 이 과정이 언론 등을 통해 고스란히 세간에 알려졌다. 주주총회 직전까지도 이들의 경영권 다툼은 재계의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이 영향을 받는 것도 그룹 입장에서는 불편한 숙제다. 대한항공은 경영 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 일부를 대상으로 휴업에 돌입하고 임원들은 급여를 일부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주기는 비교적 차분하게 치러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부응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대규모 추모 행사도 열지 않았다.

◇ “가족들과 협력하라” 고 조양호 회장 유훈 지켜질까?

고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국내 항공 산업을 이끌어왔다. 세계 항공업계가 무한 경쟁을 시작하던 당시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했고 '항공 업계 UN회의'라고 불리는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를 서울에 유치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돼 별세했다. 당시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이끌어 나가라”는 유훈을 남긴 바 있는데 고인의 뜻과 달리 경영권 다툼이 일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말 “조원태 대표이사가 유훈과 달리 독단적으로 운영한다”고 주장하며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이른바 ‘3자연합’을 구축하며 조원태 회장측과 맞섰다.

양측은 주총을 앞두고 치열한 ‘표심’ 대결을 벌였다. 이후 지난 3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에 연임하며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3자연합측이 여전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고 있어 ‘남매의 난’은 아직 진행중이라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3자연합이 임시주총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날 조현아 전 부사장의 불참은 조원태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추모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감정의 골이 깊어진 터라 이날 행사에는 불참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치열한 경영권 다툼에 이어 가족과 그룹의 중요 행사에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불참하면서 깊어진 갈등의 골이 어떤 방식으로 메워질 것인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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