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납부' 현행 법상 타 명의 카드 납부 가능해
'사기'지만 카드 대여자도 본인 책임 피할 수 없어
실효성 있는 FDS시스템 등 근본적 대책 나와야

 

'광주 대납사기'와 관련해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주빌리은행(주빌리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광주 대납사기'와 관련해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주빌리은행(주빌리은행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승리 기자] 신용카드를 빌려줘 대신 결제시 해당 카드대금에 수수료를 더해 받을 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가 그대로 자신의 ‘채무로 전가된’ 사례가 발생했다. 이런 양상의 사건은 오랫동안 여러 차례 반복 발생된 것으로 여러 차례 금융당국의 주의 요구가 있었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특히, 이 경우 카드를 빌려준 사람인 본인 역시 법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수법은 반복됐고, 또 발생했다. 지난해 2월부터 9월 경까지 2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발생시킨, 일명 ‘광주 지방세 대납사기’의 이야기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카드를 빌려줘 연루된 사람들만 해도 약 500여 명에 이를 만큼 그 규모가 크다.

주빌리은행에 따르면 이들은 카드사의 추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을 팔거나, 추가 담보대출, 연금 해지, 대출 등으로 상환에 나선 경우도 있고, 일부는 개인회생, 워크아웃 등의 채무조정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채무를 조정 받고자 법원에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을 신청하거나, 신용회복위원회에 워크아웃 조정을 신청한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 최근 대출이 많다는 이유로 신청이 거부되거나, 신청 이후에도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3자의 카드로 지방세를 납부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현행 법상 타인의 카드로 지방세를 납부하는 것이 위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세 징수법 제20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징수금은 납세자를 위하여 제3자가 납부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23조에 의하면 신용카드에 의한 자방세 납부가 가능하다.

정리하면, 지방세 결제가 카드로 가능하고, 그 결제 카드를 본인명의의 카드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현행 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로 사기단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세금 대납을 합법적인 투자라고 위장해 여러 차례 투자설명회를 진행하며 '카드를 빌려줄 사람들'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카드를 빌려주게 됐을까? 그것은 '신용카드를 빌려주면 결제대금의 2% 내외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매력적인 제안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사기단은 카드 소유자로부터 카드를 받아 대납한 이후 일정 기간 동안에는 결제대금은 물론, 약속한 수수료까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사기단은 양도받은 카드를 이용해 세금을 납부하고 잠적해버렸다. 결국 카드를 양도한 '카드 소유자'는 수 천만원~수 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인의 지방세 결제대금을 떠안게 됐다. 결국 지난달 이들 비상대책위원회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과 함께 금융감독원에 ‘구제 및 분쟁조정’을 촉구하는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채무 문제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수료 수익'을 위해 덜컥 카드 양도한 카드 소유자의 책임은 없을까? 정답부터 말하면 신용카드 대여, 양도로 인한 부정사용 발생시 본인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5조 '신용카드의 양도 등의 금지'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는 양도, 양수하거나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70조에서는 위반시 대한 벌칙을 정의하고 있는데, 양수, 양도 위반 사항의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사기단이 현혹시키기 위해서 수 개월 동안 지급한 결제대금과 약속한 수수료 외에 나머지 채무를 카드 소유자가 책임져야 하는데다가, 관련 법 위반 혐의까지 받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가족 간에도 본인 명의 의 카드를 건네는 것은 안된다. 금감원이 지난 2월 소비자경보 주의를 내리며 발표한 사례에 따르면 회사원 A씨는 어머니 B씨에게 카드를 빌려줬고, B씨가 다시 사기단에게 카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족 간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적용되어 양도, 양수가 이뤄져서는 안된다. '가족카드'를 발급받는 등의 방식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양도대여는 가족간에도 원칙적으로 금지"라며 "가족간 세금 대납시에도 금액에 따라 증여 이슈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고수익’을 내세운 신용카드 사기 행위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 2월 금감원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한 것 이전에도 여러 차례 카드 관련 주의가 발령된 바 있다.

지난 2018년에도 가상통화, FX마진거래 등을 내세운 유사수신 행위 성행으로 금감원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었다. 더 앞선 지난 2016년에는 이번 ‘광주 카드대납’과 비슷한 카드깡 사례를 차단하기 위한 금감원의 척결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금감원은 지자체 등과의 협조를 강화해 국세, 지방세 등의 요금 납부대행을 가장한 카드깡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고객확인 절차가 약 3개월 소요되어 업자가 잠적해버리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관련 프로세스를 변경했다. FDS 이상거래 탐지시 즉시 가맹점 현장실사를 하고, 유령 가맹점으로 확인되면 카드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대규모의 사건이 반복됐다. 이에 대해 근본적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와 주빌리은행가 금감원에 제출한 분쟁조정신청서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기단에 의해 거액의 채무를 지게 된 카드 소유자의 채무 상환 돕는 것과 더불어 '10여 년 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세금 대납사기가 근절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또한, 주빌리은행 등은 기 개편된 FDS시스템의 관리 실효성도 지적했다. 빈번한 타인의 지방세를 납부 내역이 있었음에도 현행 관리 체계 상 '관리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피해금액이 더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카드대납 실적으로 특별한도를 부여받아 20대 초반의 나이의 수 천만원의 지방세 대납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victory0101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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