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식당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카페에서도 카드로 결제를 할 때면 종종 하는 말이다. 방금 결제 내역이 인쇄돼 세상에 나온 수많은 영수증은 그렇게 몇 초 만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업체들은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 종이 영수증, 주문확인서 등을 디지털 문서로 대체했다. 당장 눈앞에서 버려지는 종이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마냥 마음을 놓기는 어렵다. 

◇디지털 전환 열풍…“나무 보호”

7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온라인 주문 시 함께 제공되던 종이 형태의 주문확인서 발급을 전면 중단하고 이달 1일 오후 주문 건부터 모바일로 일괄 전환했다. 1일 오후 주문 건부터는 100% 모바일 주문확인서가 적용되며 상품 수령 시카카오톡 알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SSG닷컴은 모바일 주문확인서 발급 전환 작업을 통해 매달 A4용지 250만장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SG닷컴은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000만장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30년 된 나무 3000그루를 베어내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전자영수증을 도입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2020.4.7/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전자영수증을 도입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2020.4.7/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전자 영수증 발급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기존 종이 영수증 대신 모바일 앱을 통해 영수증을 자동 발급하는 방식이다. 전자 영수증은 현대백화점카드 회원 또는 그룹 통합 멤버십 ‘H포인트’ 회원이면 누구나 별도의 설정 없이 자동 발급된다. ‘H포인트’ 앱과 ‘현대백화점모바일카드’ 앱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자 영수증에 결제 정보・사업장 정보 등 기존 종이 영수증에 담았던 내용이 모두 기록돼 있어, 사은행사 참여・주차 정산 등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백화점 회원이 아닌 고객이 상품을 구매할 경우에도 종이영수증을 없앨 예정이다. 상품 결제 과정에서 고객의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면 영수증을 문자로 보내주는 ‘모바일 영수증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3년 내에 종이 영수증 발급을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백화점과 현대아울렛에서 발급된 종이 영수증은 약 1억6000만장에 달한다. 종이 영수증 평균 길이(25㎝)를 감안하면 지구 한 바퀴(약 4만㎞)와 맞먹는다. 현대백화점은 전자 영수증으로 대체하면, 30년산 원목 1700여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J올리브영은 2015년 12월부터 전자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 CJ올리브영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CJ그룹 통합 멤버십 애플리케이션 ‘CJ ONE’을 통해 전자영수증이 자동으로 발급된다. 고객은 CJ ONE 앱을 통해 구매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올리브영은 고객의 요청 시에만 종이영수증을 추가 발급한다. 지난달 중순 CJ올리브영이 종이영수증 대신 발행하는 스마트영수증의 누적 발행 건수는 1억건을 넘어섰다.

CJ올리브영은 스마트영수증의 취지에 동의한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서비스 확산에도 속도가 붙어, 현재는 구매 고객의 60%가 이용할 만큼 올리브영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CJ올리브영 스마트영수증 발급 서비스를 통해 1억장 이상의 종이영수증을 절감, 20년 수령의 나무 1만여 그루를 보호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종이영수증에서 검출되는 유해한 환경호르몬과 잉크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전환, 정부도 나섰다

종이 영수증을 줄이려는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디지털 영수증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려는 정부의 의지도 있었다. 환경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8월 13개 대형유통업체와 '종이영수증 없애기' 협약을 맺었다. 갤러리아백화점,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롭스,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아성다이소, 이랜드리테일,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AK플라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환경부는 지난해 13개 대형유통업체와 '종이영수증 없애기' 협약을 맺었다. (환경부 공식 블로그 캡처) 2020.4.7/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는 지난해 13개 대형유통업체와 '종이영수증 없애기' 협약을 맺었다. (환경부 공식 블로그 캡처) 2020.4.7/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에 따르면 해당 협약에 참여한 13개 유통사의 연간 종이영수증 총 발급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14억8690만 건이며, 이는 국내 전체 발급량(128.9억 건)의 11%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영수증 발급에 드는 비용만 약 119억원에 이른다. 쓰레기 배출량은 1079톤에 달한다. 종이영수증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CO2)는 2641톤에 육박한다. 환경부는 이같은 온실가스 양은 20년산 소나무 94만3119그루를 심어야 줄일 수 있는 양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유통업체가 '종이영수증 줄이기' 실천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술적, 행정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자원 낭비, 환경오염, 개인정보 유출 우려 같은 종이영수증의 폐해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진행상황을 면밀하게 살펴 필요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종이영수증의 발급 의무를 완화하는 등 소비자 및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관련 제도 개선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자영수증 시스템 간 상호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 개발에 이어 시범구축 사례를 알리고 전자영수증 확산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당시 "우리가 관심과 노력을 조금만 기울이면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종이영수증 발생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종이영수증 없애기는 자원 낭비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많은 국민들이 동참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가 배출한 온실가스 급증

업계와 정부가 손잡고 디지털 전환에 나선 모양새다. 종이 문서를 IT기기 화면 속 문서로 바꾸면 당장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쓰레기가 없으니 지구를 보호하는 것 같지만, 디지털 작업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를 사용할 때도 적지않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너지전환 싱크탱크 ‘시프트프로젝트(Shift Project)’가 지난해 3월 공개한 리포트 ‘ICT에 기대다(Lean ICT)’에 따르면 서버, 단말기 같은 ICT 장비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매년 9%씩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세계에서 배출된 전체 온실가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5%에서 3.7%로 늘었다. 

OECD국가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2013년 이후 약 4억5000만 톤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억5000만톤가량 줄어든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산화탄소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IT기기를 사용할 때도 배출된다. 구글에서 검색을 한 번 하면 0.2~7g, 이메일 한통을 보내면 4g, 트윗 하나를 쓰면 0.02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누구나 하나씩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데이터 1MB를 사용하면 11g의 이산화탄소가, 1분간 전화통화를 하면 3.6g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초 발표한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를 보면 4G 스마트폰 가입자는 한명당(올해 2월 기준) 9482MB, 5G 스마트폰 가입자는 2만5831MB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4G 스마트폰 가입자는 2월 한달 동안 평군 104.3㎏, 5G 스마트폰 가입자는 284.1㎏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도 적지 않은 양의 탄소발자국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종이 영수증이나 주문확인서를 디지털 화면 속으로 옮겨놓는 것에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 줄이는 방법

인터넷 뉴스를 보고, SNS메시지를 주고받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모바일 게임을 하며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여러번 사용하는 동안 서버 등의 IT장비에서는 계속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의미다.  개인의 차원에서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스마트폰을 조금 더 오래 쓰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 결과를 보면 만 12세 이상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평군 2년9개월에 한 번 스마트폰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를 쓸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 2020.4.7/그린포스트코리아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를 쓸 때도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 2020.4.7/그린포스트코리아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 연구진의 연구에 의하면 스마트폰 하나를 2년 동안 쓴다고 가정했을 때 새 스마트폰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2년 동안 스마트폰을 쓰면서 나온 전체 이산화탄소의 85%에서 95%를 차지한다. 스마트폰 한 대를 새로 만들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10년 동안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사용하면서 나온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 것이다. 스마트폰 제작에 필요한 희토류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데 구형 스마트폰을 제작할 때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므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늘리는 것은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7플러스를 만들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아이폰6S보다 약 10% 많다. 아이폰6S 생산 시에는 아이폰4S보다 57%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맥마스터대학교 연구진은 “2020년에는 스마트폰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개인이 데스크탑, 랩탑, 디스플레이 등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넘어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 PC, 태블릿PC 등 모든 디지털 기기는 전화통화를 하거나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디지털 기기를 너무 자주 바꾸지 않을 것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일 것 등이다. 

alias@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