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접근성에 따르는 문제, 안전모 착용 반드시 필요
차도로 다니면 킥보드 위험, 보도로 다니면 보행자 위험
국토부 “자동차와 PM 함께 이용할 도로설계 기준 마련”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공민식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등장인물과 전동킥보드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공민식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춥던 날씨가 풀리고, 두달 넘게 이어지는 ‘외출자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 집 근처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킥보드로 오가는 사람이 많고 강남 일대 등에는 전동킥보드로 출퇴근 하는 사람도 많다.

전동킥보드는 강남과 잠실 등 서울 시내 주요 도심과 대학가 근처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경기도권 신도시에서도 이용이 늘었다.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집과 정류장 사이를 오가거나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전동킥보드를 타는 경우가 많다. 직선거리로는 가까운데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환승을 해야 하는 경우, 언덕보다는 평지가 많은 잠실 등 도심에서는 전동 킥보드가 편리한 도시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면허증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면허증과 결제카드를 등록한 다음 주차된 킥보드를 타고 원하는 곳에 가서 그냥 세워두면 된다. 주차장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접근이 쉽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기자의 집 앞에도 종종 전동킥보드가 주차되어 있다.

◇ 쉬운 접근성에 따르는 문제 “안전모 쓰고 타나요?”

접근성이 쉬워 사용자가 늘어났는데, 이 지점에서 문제도 생겼다.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킥보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안전 문제, 그리고 보행자의 보행환경 문제다.

전동킥보드는 반드시 헬맷을 쓰고 타야 한다. 하지만 그냥 타는 사람이 많다. 전동킥보드를 가지고 음식을 배달하거나, 매일 아침저녁 출근하는 사람들은 헬맷을 잘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자투리 시간에 잠깐씩, 짧은 거리만 이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안전 도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2·8호선 잠실역 근처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려던 한 소비자는 “차도가 아니라 인도로 천천히 다니기 때문에 헬맷을 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킥보드를 주차하는 또 다른 소비자 역시 “지하철역까지 잠깐 타는데 헬맷을 가지고 다닐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커다란 헬맷을 가지고 다니려면 불편하다. 날씨가 더워지면 헬맷을 쓰는 게 더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운동이나 장거리 이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3~5분 내외로 짧게 이동하려거나 데이트 코스 등으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헬멧을 깊숙이 눌러쓰면 헤어스타일이 망가지는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지난해 늦여름, 기자도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해봤다. 여전히 더운 날씨에 헬맷을 쓰려니 답답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고 왕복 5분여를 타는데 하루 종일 헬맷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내 소유가 아니라 공유 모빌리티이므로 주차장에 헬맷을 놔둘 수도 없었다. 결국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에 헬맷을 보관했지만 시간 몇분 줄이자고 대여료를 지불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이건 귀찮음의 문제가 아니다.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반드시 헬맷을 쓰고 차도로 다녀야 하는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지난해 M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발생자 10명중 9명은 헬맷을 쓰지 않았다.

◇ 차도로 다니면 킥보드가 위험, 보도로 다니면 보행자가 위험

현실적인 상황을 보자. 전동킥보드는 주로 인도나 자전거도로로 다닌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시속 25㎞ 이하 속도로 차도에서 타야 한다. 인도로 다니다 적발되면 범칙금을 내야 한다. 물론 규정대로 안전모를 착용하고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로 주행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어디로 다니든 누군가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차도로 달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위험한 요구일 수 있다. 차도로 다닐 경우 여러 변수에 노출된다. 우회전하는 차량과 부딪힐 위험이 있고 중앙차로가 아닌 도로 오른편 버스정류장에서는 차선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킥보드 운전자와 차량 운전자 모두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작고 무게중심이 높아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부딪힐 경우 쉽게 넘어질 수 있어서다. 천천히 달리는 가운데 살짝만 부딪히면 중심만 잃었다가 다시 설 수도 있지만, 충격이 커서 그대로 넘어지면 얼굴이나 머리에 충격을 입을 수 있다. 손을 짚는 과정에서 관절을 다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차도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인도로 다니면 보행자들의 안전 역시 위협받는다. 자동차와 전동킥보드가 함께 달리면 킥보드가 약자 입장이지만, 보행자와 함께 다닐 때는 보행자가 약자 입장이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를 편한 곳에 아무데나 세워놓을 수 있다는 점도 보행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요소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출입구 근처에 전동킥보드 여러대가 길을 막거나 때로는 횡단보도 앞 길을 막고 있어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있다.

송파구 삼전동 주택가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밤에 누군가 세워둔 전동킥보드가 주차장 출입구를 막고 있거나 현관 앞에 그대로 세워져있는 경우가 있어 때로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차도로 다니자니 사고 위험이 있고, 보도로 다니자니 보행자가 불편하고 위협 받을 수 있다. 풀기 어려운 숙제다.

전동킥보드를 사용 후 편한 곳에 반납하면 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지만 보행자 입 장에서는 불편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횡단보도 앞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공민식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전동킥보드를 사용 후 편한 곳에 반납하면 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지만 보행자 입 장에서는 불편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횡단보도 앞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공민식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국토교통부 “자동차와 퍼스널모빌리티 함께 이용할 도로설계 기준 마련”

정부도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 3월 23일 “자전거와 개인형이동수단(PM)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등 사람의 안전과 편리가 우선인 도로 설계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PM(퍼스널 모빌리티)은 전동킥보드와 전동이륜보드, 전동이륜평행차 등을 지칭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사람중심도로 설계지침’ 제정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이 연구는 현재 발주중으로 기간은 4월 8일까지다.

지금까지 도로는 교통정체 개선, 지역 간 연결 등 간선기능 확보를 위해 차량 소통 위주의 도로 양적 증가에 주력했으나, 최근 PM 보급이 늘어나는 등 사람의 안전강화와 편리성 확보 등을 담은 도로 설계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자전거와 퍼스널 모빌리티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도로설계 기준을 마련한다.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이 보행자, 자동차와 분리돼 안전하게 통행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기존의 차도, 보도와 구분되는 새로운 도로를 정의하고 퍼스널 모빌리티의 제원과 성능, 이용자 통행특성 등을 분석해 세부 설계기준을 마련한다.

국토부 김용석 도로국장은 “사람중심도로 설계지침이 제정되면 다양한 도로 이용자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이동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람우선 도로문화를 정착하고 확산하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9만대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20~3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8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지난해 7월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총 운행 횟수는 311만 건을 넘는다. 하루에 1만 9천건 가량 사용한다는 얘기다.

전동킥보드는 공유경제의 성공적인 모델 중 하나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요소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삶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왔다. 전동킥보드가 도로 위의 새로운 무법자로 남지 않도록, 장점은 취하되 그에 따르는 도로환경 관련 위험요소를 해소할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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