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요금제, REGO와 REC 이중거래 구조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삼성전자 전력소비량에 불과
기업 PPA 도입으로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가능케 해야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 사진은 한국남부발전의 강원도 태백시의 귀네미풍력단지(한국남부발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 사진은 한국남부발전의 강원도 태백시의 귀네미풍력단지(한국남부발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시범사업 중인 ‘녹색요금제’가 설계 측면에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린피스·에너지전환포럼·기후솔루션은 7일 산업부가 제도 도입취지와 정책 기대효과에 반하는 형태로 녹색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대하지 않은 채 재생에너지 전력생산량을 중복계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지 않으니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수요도 따라가지 못한다”며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권만 부여해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4월 녹색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1월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색요금제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별도요금(녹색요금)으로 책정해 기업과 가정에 공급하는 정책이다. 정책의 기대효과는 공급과 수요 측면 두 가지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설비 확대를 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어나 총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고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설비를 증설해 재생에너지 발전 총량이 늘어야 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량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 230개는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공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RE(Renewable Energy)100 캠페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수출 대기업에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납품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구매·조달할 제도가 근거가 없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린피스 등 환경·시민단체는 산업부가 추진하는 녹색요금제의 가장 큰 허점으로 ‘재생에너지 소비인증서(REGO, Renewable Energy Guarantees of Origin)’ 설계 부분을 지적했다. 해당 제도를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늘리지 못하고 서류상 재생에너지 전력 소비량만 부풀리는 변칙적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녹색요금제 하에서 기업들은 한국전력에게 REGO를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해 한전에 공급하면, 한전은 독점 매입한 재생에너지 전력에 기초해 REGO를 발행, 웃돈을 붙여 기업들에게 판매한다. 

문제는 기업이 REGO를 구매해도 정작 재생에너지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REGO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 2번 거래되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중소 발전사업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전에 공급하고 REC를 발급받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남동발전, 서부발전 등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대형 발전사들은 총 올해 기준 총 발전량의 7%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 설비 부족으로 미처 채우지 못한 전력량은 REC를 매입해 충당한다. 또한 이들이 사들인 REC는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녹색요금제안에 따르면 REC 거래로 이미 정산이 끝난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해 다시 REGO를 발행, 사기업에 팔 수 있다. 즉, 중소 태양광 발전소 등 기존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REC와 REGO로 2번 거래되는 것이다.

환경·시민단체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늘지 않고 서류상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량만 늘어난다”며 “녹색요금제를 도입해 REGO를 발급한다 하더라도 REC가 발급된 발전 설비는 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요 측면 문제로도 이어진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지 않으니 국내 수출 대기업들이 필요한 재생에너지 수요를 맞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애초 계획대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높인다 하더라도 발전 총량은 삼성전자의 전력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배출권과의 연계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국내 기업들이 REGO를 구입해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을 인정받고 온실가스 배출권을 얻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린다면 재생에너지 발전 총량은 늘지 않은 채 온실가스 배출량만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시민단체는 “기업 PPA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어 기후위기 대응에도 유효하고 기업에도 이득이 되는 제도”라며 “산업부는 녹색요금제보다 기업 PPA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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