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당기순이익 2019년 말 8,454억원
증권회사 당기순이익 4조9,104억원
시중은행 파생결합상품 수수료 1조9799억원
가입자 손실 -50% 넘기도

 
사모펀드 이미지(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사모펀드 이미지(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승리 기자] ‘사모펀드' 등의 고위험 투자상품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았다. 모두 같은 ‘시장’이라는 공간에 있었지만 누군가는 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돈을 잃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가입자의 선택지는 ‘돈을 벌거나, 잃거나’라는 두 종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모펀드와 파생결합증권 등이 규제 완화를 타고 시장 규모가 늘어나면서 금융사는 돈을 벌었다. 자산운용사, 증권사는 물론 은행까지 상품을 취급하며 수수료를 챙겼다.

반면, 가입자의 경우 돈을 벌기도 했고, 잃기도 했다. 실제로 ‘DLF 사태’가 터지면서 해당 상품 가입자가 모두 돈을 잃은 것처럼 비춰졌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시기 일부 은행 가입자의 경우 원금은 물론 높은 수익까지 톡톡히 챙긴 것이다. 일부 상품의 큰 손실로 DLF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떨어지면서 오해를 받고 있지만 분명 DLF로 돈을 번 사람은 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2019 사모펀드 시장, 회사는 ‘돈 벌었다’

지난달 금감원이 발표한 ‘2019년 중 자산운용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며 2019년 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1,136.5조원으로 2018년 말 117.8조원 대비 11.6% 증가했다. ‘펀드 수탁고’가 98.6조원 늘면서 증가세를 견인했는데, 단연 79.2조원 증가한 사모펀드 위주의 성장이었다. 반면 ‘공모펀드’는 2018년 말 대비 19.4조원 증가한 237.2조원에 그쳤다.

시장 규모가 확장되면서 수익도 쏠쏠했다. 2018년 5,962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9년 말 8,454억원으로 늘었다. 무려 41.8%의 ‘미증유의 급증세’다. 운용자산이 늘면서 2019년 한해동안 펀드관련수수료 2조1,753억원을 포함해 총 2조6,801억원의 수수료수익을 챙겼다.

특히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의 경우 적자회사 비율이 2018년 말 대비 6.7%p나 하락하며 적자회사 비율도 줄었다.

증권사의 영업실적 현황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달 금감원이 발표한 ‘2019년 증권회사 영업실적(잠정)’을 살펴보면, 증권회사의 당기순이익은 4조9,1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7,437억원 증가했다. 특히, 증권사는 △수탁수수료 △IB부문수수료 △자산관리부문수수료 △기타수수료 등 총 9조4,902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또, 기타자산손익 항목을 보면, 펀드(집합투자증권) 관련 이익은 1조2,210억원이었다.

은행 역시 ‘파생결합상품’을 팔아 돈을 벌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8월 7일까지 5년간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파생결합상품 수수료는 1조9799억원으로, 2조에 육박했다. 이중 ‘DLF 사태’로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올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4850억원, 3,299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곡소리’ 났던 2019 사모펀드 시장, 가입자는 ‘돈을 잃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모펀드와 파생결합증권은 애초부터 가입자에게 ‘2중 택 1’ 수익 구조였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이어져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만큼 좋은 ‘투자처’이기도 하다. 물론,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경우에 말이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2일 발표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하나은행 PB손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내역을 분석해 발표한 ‘2020 Korean Wealth Report’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금융자산’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DLF 등과 관련해 대규모 손실이 있었지만 여전히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중 펀드 및 신탁의 비중은 27.6%나 됐다. 안정성 자산을 일정 이상 보유한 부자들이 풍부한 투자여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수익추구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2020년 금융자산 목표 수익률은 5~10%가 47.7%로 가장 많았는데, 현재 예금금리가 1%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투자는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상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부자 역시 지난해 있었던 ‘DLF’와 사모펀드 등 사건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상품 선호도 5위였던 ‘사모펀드’는 15위로 밀려났고, 지수연계상품의 경우 여전히 1위였지만, 그 선호 비율이 10% 이상 떨어져 56.2%를 기록, 절반을 겨우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사모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의 손실은 엄청나다.

'DLF' 손실율의 경우 한 은행 기준 평균 손실은 -40~-50% 가량이다. 해당 은행은 이들 손실자 661명 중에서 602명에게 배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배상율은 40~80% 가량이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과 손해배상 기준안을 마련, 1월 15일부터 배상을 시작했다"며 "2일까지 배상진도율은 91.1%다"라고 밝혔다.

오늘 실사 결과가 나온 라임펀드 '플루토 TF 1호 펀드(무역금융 펀드)'의 경우에는 '현재 기준 절반 가량의 손실이 확정됐고, 추가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됐다. 하지만, 현재 환매 중단 상태로 가입자가 체감하는 손실은 '-100%'다. 라임펀드 외에 '환매중단'을 선언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모펀드 등도 마찬가지다.

victory0101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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