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원료·제품 판매…피해자 보상 없어
영업비밀침해 소송 증거 보존의무 어겨
발전소 건설 중 뇌물·신규 LNG발전소 주민들과 마찰

 
사진은SK 서린사옥. 최근 SK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사회적 가치'를 명시했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SK 서린사옥. 최근 SK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사회적 가치'를 명시했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SK그룹이 추구하는 경영이념인 ‘사회적 가치(SV, Social Value)’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공헌과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지주사와 달리 계열사들이 엇박자를 내면서 SK그룹이 표방하는 경영 이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의미하는 사회적 가치가 무색할 만큼 경쟁사는 물론 소비자, 주민들과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 왔다. 이미 각종 포럼은 물론 강연, 미팅 등 행사에서 그는 사회적 가치 실천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사회적 가치 전도사’가 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해 발표했다. 주력 3개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1조1610억원, SK하이닉스는 9조5197억원, SK텔레콤은 1조6520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총 12조3327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SK는 지난달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구성원의 행복'과 '사회적 가치'를 회사 정관에 포함하는 안건을 처리하기도 했다. 변경된 정관에는 ‘이해관계자 행복을 위해 창출하는 모든 가치가 곧 사회적 가치이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키워나간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그렇다면 계열사들의 사회적 가치 현실은 어떨까? 

◇ SK케미칼의 ‘가습기 살균제’…보상 없는 사회적 가치

SK그룹 계열사들이 사회적 가치에 역행하는 행보는 수년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엿볼 수 있다. 1994년 처음으로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고 2011년 8월 처음으로 세상에 그 실체가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중심에는 SK케미칼이 있었다.

SK케미칼(당시 유공)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원료 생산과 자체 상품을 판매했다. SK케미칼은 1994년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을 살균 성분으로 한 최초의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2001년까지 직접 판매했다. 다음 해 애경이 이를 넘겨받아 10년간 판매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2001년부터 SK케미칼로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추천받아 공급받으면서 2011년까지 ‘뉴가습기당번’을 만들어 판매했다.
 
SK케미칼 측은 그간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옥시에 공급하기 전 PHMG를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소개하고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CMIT·MIT를 원료로 하는 ‘가습기메이트’ 판매 전 서울대 보고서는 안정성 검증을 위해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보고서 회신 전에 ‘가습기메이트’ 제품이 시중에 유통하기도 했다.

1500여명의 사망자를 낸 해당 사태는 지난달 27일까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신고된 피해자만 모두 6757명이었다. 그중 22.7%인 1532명이 사망했다. 생존자 또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신고된 5225명의 생존환자 중에는 거동하지 못할 정도로 중증 호흡기 환자도 많은 상황이다.

사회적 대참사를 불러왔던 사건이지만 사회적 가치를 기치로 내건 지주사와 달리 SK케미칼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보편적인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여기서 배제돼 있다”며 “자기들이 저지른 범죄로 1500여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이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SK케미칼은 애경산업과 함께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 경쟁사 영업비밀 침해 및 은폐 시도

사회적 가치의 어긋나는 행보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비단 소비자의 피해뿐이 아니다. 이는 경쟁사와의 관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소송’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각) SK이노베이션에 내린 ‘조기 패소 판결’의 원문을 공개했다.

ICT가 파악한 증거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인지한 지난해 4월30일부터 증거보존의무가 발생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혹은 삭제되도록 방관했다.

또한 판결문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전직한 직원들이 LG화학 고유의 배터리기술을 보유하고 이 중 일부는 SK이노베이션에서 유사한 업무에 배치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채용과정에서 LG화학 지원자들로부터 LG화학 배터리 기술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취득해 관련 부서에 전달한 것도 확인됐다. 하지만 수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은 정상적인 채용 과정 등을 거치는 등 영업비밀침해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와 사회적 가치와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 사회적 가치에 ‘환경’은 없나?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계열사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환경 문제다. SK E&S는 2012년 경기도 하남시 열병합발전소 건설과정에서 환경 규제를 피하고자 국회의원과 그 측근 인사에게 뇌물을 공여했다. 주민 반발 무마와 환경부가 당초에 요구한 굴뚝 높이를 20m에서 10m 줄이기 위함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해관계자 행복을 위해 창출하는 모든 가치가 곧 사회적 가치라는 말과 달리 신규 발전소 건설에 인근 주민들의 행복은 없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585MW급 LNG열병합발전소를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매주 수요일 1인 시위와 환경부 앞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그들이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것의 주된 이유는 바로 국가적으로 대책까지 내놓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때문이다. 이미 충북과 청주의 미세먼지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한 기업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주민 생존권을 맞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충북의 미세먼지(PM10) 농도 전체 평균은 약 46㎍/㎥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초미세먼지(PM2.5) 농도 역시 약 33㎍/㎥로 전국 1위였다.

이러한 이유는 다른 지역보다 풍속이 낮고 차령산맥에 가로막혀 있는 지형적 요인 때문이다.

충북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작된 기류가 국내 다른 지역을 거쳐 유입되고 대기 중 미세먼지도 함께 들어와 도내 미세먼지 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청주 지역의 경우 초당 평균풍속은 1.4m/sec으로 서울·인천·서산·대구·부산지역 평균풍속(2∼3.5m/sec)보다 낮다. 이와 함께 지형적 요인이 기류에 영향을 미쳐 미세먼지가 정체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청주의 미세먼지 오염은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의 ‘2019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도 나타난다. 지난해 청주의 평균 초미세먼지는 28.3㎍/㎥로 국내 도시 중 25위 OECD 국가 도시 중 4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경단체와 주민 등은 LNG열병합발전소 신규 건설이 SK그룹의 사회적 가치와 맞는지 의문을 던진다. 만약의 정전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85만명이 넘는 주민들의 생명권을 저당잡는 게 진정한 사회적 가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환경영향평가서를 통해 저녹스버너와 선택적 촉매 환원법(SCR)으로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규 발전소로 연간 205톤의 질소산화물과 온실가스 152만톤이 배출되는 상황에서 진정한 사회적 가치는 배출원이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청주시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768만1000톤인데 SK하이닉스 LNG열병합발전소가 건설되면 152만톤의 온실가스 추가 배출된다”며 “피해는 주민이 다 보고 이후에 기업의 이익을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나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했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환경오염 논란이 있는 LNG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청주SK하이닉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부터 청주SK하이닉스는 환경오염 논란으로 반대에 부딪힌 LNG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김동수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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