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7000여억원 예상, 재원 마련 숙제
배당 확대에 급여 상승, 상속세 관련 연관성 추측도
LG "배당은 주주가치 제고, 급여는 정상화로 봐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달하는 구광모 ㈜LG 대표(LG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 주주총회 이후 올해 주식배당금 규모와 구광모 회장의 급여 규모 등이 알려졌다. 구 회장의 배당금과 급여를 두고 일각에서는 7천억원대에 이르는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에 관심을 둔다. 사진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달하는 구광모 회장 (LG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LG 주주총회 이후 올해 주식배당금 규모와 구광모 회장의 급여 규모 등이 알려졌다. 구 회장의 배당금과 급여를 두고 일각에서는 7천억원대에 이르는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에 관심을 둔다.

대기업에서 CEO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대개 두가지 지점으로 모인다. 새 경영자가 선대 회장만큼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지, 경영권 승계에 따라 발생하는 상속세 규모가 얼마나 되고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LG그룹 동일인을 변경했다. 동일인이란 쉽게 말하면 서류상 인정하는 그룹 총수다. 해당 그룹 세대교체가 공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두산그룹과 한진그룹도 동일인이 변경됐다.

일각에서는 LG 등 이들 기업의 상속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적잖은 규모의 상속세를 어떻게 납부할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상속액이 30억 원을 넘어가면 세율은 50%다.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을 물려받으면 할증도 붇는다. 대기업 총수가 물려 받는 지분 규모와 경영권 등을 감안하면 상속세가 수천억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 상속세 7000여억원 예상, 재원 마련 숙제

구광모 회장은 최근 2년여 사이에 상속세와 관련 언론의 주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구 회장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는 최초의 4세 총수로 선대 고 구본무 회장에게 지분 약 8.8%를 물려 받았다. 구 회장은 현재 LG지분 15%를 소유하고 있다, 구 회장 등 상속인들의 상속세는 9,215억원이며 이 중 구 회장 개인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약 7000여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은 2018년 11월 그룹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금을 마련해 1/6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부했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납부하고 이후 연납이 가능하다. LG그룹은 “상속인들은 국내 역대 상속세 납부액 가운데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LG 주식 상속세를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 회장이 LG 지분이 많더라도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하려면 재원 마련이 필수다. 매년 나눠 내더라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적잖은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납부해야 할 상속세를 감안하면 현금 마련이 절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주식 배당금을 상속세 재원으로 일부 활용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주총을 앞두고 LG의 배당금 규모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LG는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주당 예정 배당금을 2019년 대비 200원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의 올해 주당 예정 배당금은 보통주 2,200원 우선주 2,250원이다. 지난해는 보통주 2,000원 우선주 2,050원이었다.

◇ 배당 확대에 급여 상승, 일각서 상속세 관련 연관성 추측도

구광모 회장은 LG 주식을 2588만 1,884주 보유하고 있다. 세금 등을 고려하지 않고 주당 2,200원으로 단순 계산시 배당금 규모는 약 569억원이다. 상속세를 납부하기에 충분한 금액은 아니지만 현금 보유에 일부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구 회장의 급여도 올랐다. LG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해 급여 43억 3600만원, 상여 10억6000만원 등 총 53억 96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오른 액수다. 일각에서는 배당 확대 및 급여 상승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한다.

LG는 배당과 급여의 상속세 관련 연관성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LG그룹 관계자는 “배당 확대는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측면에서 결정했고 급여는 전년도의 경우 취임 시기(2018년 6월)와 근무기간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덜 수령하기로 결정했던 부분이므로 올해는 정상화 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속세는 회사가 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내는 것이고 공시된 내용 이외의 추가 입장은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LG는 사업보고를 통해 “기본급은 직급(회장)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며, 역할급은 직무 및 역할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여에 관해서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기 둔화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2018년 연결기준 매출 11조 9,448억원, 영업이익 1조 9,638억원의 성과 달성을 감안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상속세와 관련, 방계가(家) 소유지분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금전문매체 택스워치는 “고 구본무 회장의 첫째동생이자 구광모 회장의 생부인 구본능 회장의 희성 계열 지분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희성촉매 지분이 향후 요긴하게 쓰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도했다. 희성촉매는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 생산 업체로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4세경영 2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회장은 미래먹거리를 발굴하고 자신의 경영 스타일과 리더십을 확립하는 동시에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숙제와도 마주하고 있다.

LG 구광모 회장은 1978년생 'X-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가 보기에야 똑같은 기성세대로 보이겠지만, 국내 재계를 이끄는 3~4세 총수 중에서는 가장 젊다. 사진은 LG그룹본사(LG그룹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4세경영 2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회장은 미래먹거리를 발굴하고 자신의 경영 스타일과 리더십을 확립하는 동시에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숙제와도 마주하고 있다. (LG 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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