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홈플러스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형수 기자) 2020.3.31/그린포스트코리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홈플러스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형수 기자) 2020.3.3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일하는 이수암 씨는 이달 18일 물류회사로부터 갑작스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는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 준비위원을 맡아 배송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이 이수암 준비위원에 대한 계약해지 조치가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홈플러스는 이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31일 마트노조는 서울시 종로구에 자리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송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리고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데 앞장선 이수암 준비위원에게 돌아온 것은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였다고 주장했다. 마트노조는 홈플러스가 배송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노동조합의 간부로 활동하는 이수암 준비위원을 두고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이번 계약해지의 진짜 사유는 배송기사이면서 노동조건 개선을 이야기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암 준비위원장이 받은 내용증명서를 보면 물류회사인 서진물류는 △당사와 협의없는 외부인 선탑 진행 및 배송자 동행 지시 △고객 사전 동의 없는 무단 촬영으로 고객 컴플레인 발생 △내부 업무 절차의 외부인 공유 등의 계약 위반 행위를 이유로 운송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또 서진물류는 내용증명서에 총 3회에 걸쳐 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른 기사에게 선탑을 지시해 당사와 홈플러스의 계약 운영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적었다.

마트노조는 맘카페에 올라온 고객클레임과 업무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했다고 하지만 이수암 준비위원은 고객클레임 당사자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고객 클레임을 빌미로 노동조합을 탄압하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 문제는 ‘갑’인 홈플러스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암 준비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처지를 알리고픈 마음으로 노동조합 간부를 차에 태우고 함께 다녔는데 사진 몇 장과 동영상을 찍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면서 “동영상은 삭제했고 고객에게 사과하고 마무리가 됐다고 설명했으나 물류회사 상무이사가 우리는 이런 내용을 홈플러스 관계자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고 잘 됐으면 한다고 하면서 계약해지를 구도로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수암 준비위원은 이어 “홈플러스와 물류회사는 이에 멈추지 않고 계약해지를 들먹이며 동료들을 협박하고 있다”면서 “부당 해고가 철회되고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노조 가입을 이유로 계약해지라는 사실상 해고를 자행하는 것이 홈플러스의 민낯”이라면서 “노조와 적극 대화하며 해고를 철회하고 과로로 쓰러질 지경인 배송노동자 문제의 해법을 마련할 것을 홈플러스에 촉구한다”면서 “평상시 20~30㎏의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던 배송노동자들이 요즘은 60~80㎏의 짐을 들고 4층~5층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암 준비위원이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서한을 들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20.3.31/그린포스트코리아
이수암 준비위원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서한을 들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20.3.31/그린포스트코리아

마트노조는 △이수암 준비위원 계약해지 즉각 철회 △고용노동부의 홈플러스 특별근로감독 실시 △고용노동부의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 노동자 인정 및 노동실태 파악 등을 촉구했다. 마트노조와 이수암 준비위원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홈플러스는 이수암 준비위원과 마트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론했다. 홈플러스는 이수암님 준비위원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에 물류회사의 이수암 준비위원에 대한 계약해지에 홈플러스의 판단이나 결정은 일체 개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수암 준비위원은 물류사와 계약관계에 있으며 홈플러스는 그 물류사와의 계약관계에 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고객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노조의 불법촬영 행위에 심각한 유감을 표시했다. 또 홈플러스 직원도 아닌 노조 간부가 배송차량에 선탑해 보안유지의 세부항목 중 하나인 고객 개인정보와 주문현황을 옆에서 확인했다는 점, 동영상 촬영을 하며 고객의 초상권과 사생활을 침해하고 주거지 노출 등의 개인정보 침해 행위를 했다는 점은 계약위반 여부를 떠나 법률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무게 및 부피가 큰 일부 상품에 대한 과다 물량 주문제한, 합배송 제한 등의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노조는 이른바 ‘몰카’를 통해 회사를 비판할 내용만 찾고 있다는 것이 맘카페를 통해 알려지는 것에 대해 과연 어떠한 입장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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