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인프라, 모두에게 제대로 갖춰졌나?
저학년, 예체능, 특수학급 등 다양한 과제 산적
교육계 대책마련 분주, “온라인 수업 준비 서둘렀어야” 지적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온라인 형태의 개학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을 무작정 연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려와 학교를 매개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고려한 조치다.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세균 국무총리가 "온라인 형태의 개학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을 무작정 연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려와 학교를 매개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고려한 조치다.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로 개학을 여러 차례 연기한 전국 초·중·고교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개학을 무작정 연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려와 학교를 매개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고려한 조치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수업 준비를 진작부터 시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1일 “다음 주 중반인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연간 수업 일수와 입시 일정을 고려할 때 무작정 개학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아 온라인 형태의 개학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주부터 지역사회와 교육계, 학부모들께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하면서 “아직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많은 분의 의견이고 방역 전문가들의 평가 또한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여전히 신규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고, 학교를 매개로 가정과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날 화상국무회의에서 “또 다시 학교 개학을 추가로 연기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하면서 “아이들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내고, 지역확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전문가들과 학부모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 온라인 수업 인프라, 모두에게 제대로 갖춰졌나?

교육부에 따르면 4월 9일에는 고3과 중3이 온라인 개학을 한다. 일주일 뒤 4월 16일에는 고1~2와 중1~2, 초등4~6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며, 마지막으로 4월 20일에 초등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개학을 위해서는 숙제가 있다. 학생 모두에게 단말기와 인터넷 접속이 보장되어야 하고 학교도 관련 장비와 시설을 갖춰야 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적응기간도 필요하다.

PC와 스마트폰 보급이 많이 이뤄진 상태여서 얼핏 생각하기에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기에 문제가 없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 모든 학생이 동일한 수준의 온라인 수업을 들으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실제로 최근 맘카페 등 온라인 게시판에는 “아이가 셋인데 PC는 두 대뿐”이라거나 “초등학생 자녀가 둘인데 PC는 한 대고, 아이들은 아직 스마트폰이 없다”는 사연들이 꾸준히 올라왔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한 학부모도 “어지간한 집이면 컴퓨터가 다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집들도 있을거고, 아이가 둘 이상이면 각자 개인용 컴퓨터가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쌍방향 교육이 이뤄지는지,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접속해도 원활하게 수업이 진행될만큼 서버가 갖춰져 있는지도 숙제다. 지역이나 학교 사정에 따라 관련 인프라 보급 수준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특수학급이나 장애학생들의 수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도 과제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콘텐츠 제작과 진행 관련 역량이 교사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지난주 배포한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에서 원격수업 운영 방식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교육감·학교장이 인정하는 수업 등 네 가지로 규정한 바 있다.

◇ 저학년, 예체능, 특수학급 등 다양한 숙제

현재 온라인수업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능할까.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원격교육 시범학교 10곳을 선정했다. 시범학교들은 30일 테스트를 거쳐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거나, 학생이 스피커를 꺼두지 않아 집에서 나는 소리가 수업시간에 들리는 등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영풍초등학교 6학년 한 학급은 구글이 만든 메신저 프로그램 '행아웃'과 '클래스룸'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교사가 구글 클래스에 미리 만들어둔 모둠별 공간에 접속해 '협업기능'으로 PPT를 만들었다.

해당수업을 진행한 교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학년을 대상으로 오늘 같은 협업식 수업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면서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저학년은 EBS 온라인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적처럼 초등학교 저학년은 상대적으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교실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지만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경우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예체능은 상대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실제로 온라인 강의를 실시한 대학교에서도 실습 수업이 많은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장비 문제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0일 시범수업을 진행한 영풍초등학교 학급의 경우 반 학생 20명 가운데 3명이 학교에서 노트북을 빌렸다. 영풍초등학교는 태블릿PC와 크롬북(노트북) 등 스마트기기를 150대 정도 보유해 학생들에게 기기를 문제없이 대여할 수 있었다. 다만 영풍초는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여서 장비를 잘 갖춘 편이다, 연합뉴스는 영풍초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기기가 부족한 학교도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학교에서 가지고 있는 장비가 원활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만한 성능을 가지고 있느냐도 따져봐야 한다. 이날 시범수업을 진행한 영풍초등학교 교사도 자신이 소유한 고성능 노트북과 보조모니터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개학이 여러차례 연기된 3월 31일 오후, 평소 같으면 아이들로 가득 차 있을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로 사진 속 학교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개학이 여러차례 연기된 31일 오후, 평소 같으면 아이들로 가득 차 있을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로 사진 속 학교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교육계 대책마련 분주, “온라인 수업 준비 더 서둘렀어야”

교육계는 관련 대책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중위소득 50% 이하인 교육급여 수급권자 대상으로 스마트기기와 인터넷을 지원할 방침이다. 농산어촌과 도서지역 등 IT 환경이 부족한 가정은 학교 교실과 컴퓨터실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장애 학생은 장애 유형에 따라 자막, 점자, 수어 등을 제공하고 교사가 찾아가는 순회교육도 실시한다.

각 지역 교육청 등도 온라인 개학을 위한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교사들이 온라인 학습자료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초·중학교에 ‘서울 교육 오픈스튜디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교사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온라인 교육자료나 영상 등을 제작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역별 접근성을 고려해, 오픈 스튜디오 운영학교로 서울로봇고와 서울영상고 등 방송·영상 계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11곳을 지정했다.

교육취약 학생의 원격학습 및 수업을 위해 학습기기(스마트 패드)도 지원하기로 했다. 단위학교별 교육취약 계층 학생에 대한 자체 지원 방안을 수립하고,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기기를 대여해 교육취약 학생들의 학습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에서 긴급으로 대여해준 스마트 패드 840대는 고등학생 3학년 학생부터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개학이 연기된지 한달 가까이 되는 시점인데, 온라인 개학에 대한 대책 마련이 다소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 관련 준비를 서둘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소비자 이모씨는 “줌(ZOOM)이라는 어플을 설치해 주말 종교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신했는데 소소한 불편이 많았다”고 말하면서 “많은 학생과 교사들이 매일 한꺼번에 몰리는 온라인 수업은 적잖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뉴스사이트에 게재한 댓글에서 “1개월이면 일반 기업에서는 플랜B, 플랜C를 마련하고 그에 따르는 비용 계산까지 모두 완료했을 시간”이라고 지적하면서 “온라인 개학에 대한 준비를 더욱 빨리 시작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택근무와 대학교 온라인 개강에 이어 초·중·고 온라인 개학까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IT인프라의 보편적인 보급이 사회 전반의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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