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 삼성전자 등 우량주 대거 매수
하락장 버티면 오른다? 과거 폭락장 경험 개미에 영향
“이례적인 행보” 막연한 기대감 대신 꼼꼼한 전략 필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개미투자자가 우량주에 몰리는 경향이 관측된다. 사진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개미투자자가 우량주에 몰리는 경향이 관측된다. 사진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스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개미들이 삼성전자 등 우량주에 몰리고 있다. 하락장을 견뎌내면 ‘V자 반등’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이 화제다. 주식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상황을 일컫는다.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패러디한 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물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낸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단어는 최근 부쩍 관심을 받으면서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에도 등록됐다. 해당 사전에 따르면 2020년 3월 들어 외국인들은 10조 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매도한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 즉 개미들은 9조 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는 크게 늘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두 달(1월 24일~3월 25일)간 주식을 사고판 계좌는 109만 개 늘었다 주식활동계좌는 지난 26일 3059만 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권사 계좌에 넣은 돈(투자자 예탁금)도 45조 1690억원에 달했다

◇ 하락장 버티면 오른다? 과거 폭락장 경험이 개미에 영향

해당 경향이 관측되는 지점은 명확하다. 바로 삼성전자 등 우량주다. 매경이코노미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3월 2일부터 24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4조 3008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달 개인 순매수액의 약 40%에 달하는 숫자다.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등에 모이는 이유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락장을 견뎌내면 ‘V자 반등’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는 개인 투자자 안모씨(40)는 “지금은 복합적인 이유로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샀다”고 말했다.

평소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우모씨(42)는 “지인이 삼성전자 주식 2천만원 어치를 산다고 하더라. 주식을 거의 하지 않던 사람들도 ‘삼성전자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관심이 간다. 하지만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금리가 떨어지고 DLF나 사모펀드 등 금융상품 논란이 이어진데다 부동산 시장이 경직되면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심리,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폭락장에서의 학습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크게 하락한 후 그보다 더 상승한 바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70만원대를 유지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43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이후 이듬해 반등세를 기록해 81만원까지 올랐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는 100만원을 웃돌던 삼성전자 주가는 68만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 상승해 150만원을 넘겼다.

일각에서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투자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기대감이 있더라도 본인의 투자 성향이나 스타일이 어떤지, 주식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꼼꼼하게 짚어보고 투자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고민 없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 “실적 눈높이 하향, 방향성은 우상향”

전문가들도 최근의 이런 경향은 이례적으로 본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지극히 이례적인 행보”라고 전제하면서 “미증유의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 발발기가 언제나 저가 매수의 호기였다는 그간의 경험, 부동산 시장 급랭전환에 따른 복합적인 성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1~2분기 전망은 다소 보수적으로 본다. 하지만 연간 실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31일자 삼성전자 관련 보고서 제목을 “실적 눈높이 하향하나, 방향성은 우상향”이라고 달았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0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존 추정치 대비 각각 10%, 20% 낮게 잡았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익 방향성은 우상향이고, 치료제가 연내 개발되어 상용화될 경우 2021년 실적의 급 반등 가능성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DB금융투자 어규진 연구원은 “3월 이후 본격화된 코로나19 영향으로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기대치를 미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비 충분히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른 서버향 D램 및 SSD수요 증가, 하반기 코로나19 이슈 해소에 따른 기저효과로 IT세트 수요 반응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반도체는 코로나19 이후 서버 수요가 증가하며 모바일과 PC의 부진을 일부 상쇄하고 있지만, 그 외 IM, 디스플레이, CE는 스마트폰과 TV의 판매량 부진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박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수요 전망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하반기 반도체 수요와 가격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지는 2분기 중반을 기점으로 주가의 방향성이 잡힐 것이며, 목표 주가는 소폭 하향 조정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밸류에이션 메리트는 충분하다”고 내다보았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