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합법 사이 경계 구분, 소비자에게는 피곤한 숙제
“안녕하세요 햇살론지원센터입니다” 믿어도 될까?
본지 독자, SKT가 보낸 중금리 대출상품 메시지 문제 제기

길거리에 나뒹구는 '명함형 대출 전단지'(이승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 관련 광고가 쏟아지면서, 합법과 불법 사이의 경계를 판단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새로운 숙제가 됐다. 사진은 거리에 떨어져 있는 명함형 대출 전단 (본지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문자메시지와 전화 등을 통한 금융상품 광고가 홍수다. 마케팅 동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중금리 대출상품 관련 광고가 전송되거나, ‘햇살론’을 거론하며 원치 않는 대출 광고가 걸려오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등 대담한 수법의 불법 대출광고도 오간다. 금감원이 불법 대출광고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선 가운데,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에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나 국민행복기금을 사칭한 불법 대출광고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 3월 24일까지 금감원에 신고된 불법사금융 상담 건수는 2만 9227건이다. 전년 대비 43.6% 증가한 숫자다.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등 수법도 대담하고 위험해졌다. 코로나19를 거론하면서 마치 제도권 금융회사가 코로나19를 지원하기 위해 저금리 상품을 출시한 것처럼 현혹하는 광고도 포착됐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은 휴대폰 앱,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금융상품 대출 및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앱 설치를 유도하는 경우 불법업체의 대출 사기이므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안녕하세요 햇살론지원센터입니다” 믿어도 될까?

이런 추세 속에 소비자들은 광고 문자, 또는 홍보 전화에 대해 큰 불편을 호소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일부 불법 우려도 있어 피로감이 높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구분해야 하는 일이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으라는 연락은 기자에게도 온다. 주로 전화가 걸려온다. 070을 사용하는 8자리 전화번호다. 앞 4자리는 모두 똑같고 뒷자리 번호만 다른 번호가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걸려온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햇살론지원센터’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포털사이트에 햇살론지원센터를 검색하면 여러 글이 검색된다. 이곳은 정말 정부에서 보증하는 햇살론을 다루는 곳일까?

서민금융진흥원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이곳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2016년 9월 출범한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이다. 이 관계자는 “햇살론지원센터라는 이름을 가진 정부 관련 금융기관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진흥원 관계자는 “햇살론지원센터는 정책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을 상담하는 것처럼 사칭해 영업하는 불법 대부업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민금융 지원을 담당하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1397 서민금융콜센터는 고객 동의 없이 먼저 전화나 문자로 상품을 안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햇살론은 근로자 대상과 사업자 대상 둘로 나뉜다. 근로자햇살론은 서민금융진흥원, 사업자햇살론은 신용보증재단 보증을 통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 지원되는 서민금융상품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햇살론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명칭은 물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 지원기관을 사칭해 영업하는 불법업체가 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하면서 “관련 내용은 서민금융콜센터나 상품 취급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금융 관련 광고 속에, 안전하고 유용한 정보인지 아니면 불필요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인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 사진은 중금리 대출 관련 마케팅 문자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쏟아지는 금융 관련 광고 속에, 안전하고 유용한 정보인지 아니면 불필요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인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 사진은 중금리 대출 관련 마케팅 문자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SK텔레콤이 보낸 중금리 대출상품 홍보 메시지, 문제 없나?

쏟아지는 홍보 문자도 문제다. 피싱이나 스미싱 관련 우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안전한 금융상품 홍보 문자와 불법 대출 문자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최근 한 독자는 본지에 “통신사와 2금융권이 손잡고 중금리 대출상품 권유 문자를 무작위로 발송한다”는 내용을 제보 해왔다.

이 독자는 “금융당국이 불법 대출 문자를 줄이라고 독려하는 가운데 국내 대표 통신사 중 한곳이 중금리 대출 문자를 발송하는 마케팅 방식은 지양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독자는 “SK텔레콤과 1등 저축은행 SBI저축은행이 함께 준비한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 대출한도를 조회하고 상품을 신청하면 금리를 1% 할인해준다는 내용, 이벤트 기간 동안 대출한도를 조회하면 1개월 신용관리 이용권을 증정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독자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었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껴 SBI저축은행측에 확인했다. 그 결과 SK텔레콤과 SBI저축은행이 중금리 상품에 대한 업무제휴를 맺었으며, 마케팅 동의를 한 경우 제휴를 맺은 금융사의 상품 안내에 관한 문자를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SBI저축은행은 일본 투자회사 SBI홀딩스가 지분 84.27%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1금융권은 아니지만 엄연한 제도권 금융사로 불법과는 거리가 멀다. 저축은행 사이에서는 ‘업계 1위’로 통하기도 한다. 중금리 상품을 홍보하거나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것 자체도 불법이 아니다. SBI저축은행은 해당 독자에게 “관련된 문자 수신을 원치 않으면 SK텔레콤의 마케팅 안내 동의를 취소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SK텔레콤은 하나은행이나 핀크 등을 통해 금융 관련 서비스나 마케팅 활동을 벌여온 바 있다. 다양한 기업들과 마케팅 제휴를 맺거나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 과정 자체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한 피싱이나 금융 관련 사기가 사회적 이슈인 상황에서 통신사와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상품에 대한 광고 문자를 고객들에게 보낸 것은 아쉬운 처사라고 지적한다.

본지는 SK텔레콤에 ‘소비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이나 불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1금융권이나 저금리 상품에 대해서도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는지’, ‘스팸메시지 차단 앱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지’ 등을 문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2차례에 걸쳐 ‘다른 담당자에게 연락하라’고 답변했고 기자가 안내받은 담당자는 수차례의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금융 서비스 홍수 속에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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