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파생결합증권 가입자 투자자VS피해자
피해자 주장 은행 가입자는 '예금과 비슷한 줄' 오인
피해자 주장 증권사 가입자는 '수익 위해 제대로 관리했어야' 질책
여전히 '투자자', 높은 수익에 '사모펀드는 대세다'

 
신한금융 본점에서 '주주총회'에 참석자를 대상으로 피켓으로 '메시지 전달'에 나선 라임펀드 및 독일헤리티지DLS 가입자들(이승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신한금융 본점에서 '주주총회'에 참석자를 대상으로 피켓으로 '메시지 전달'에 나선 라임펀드 및 독일헤리티지DLS 가입자들(이승리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승리 기자] ‘모험자본 활성화’라는 사명을 띄고 사모펀드의 규제완화가 시작되면서 사모펀드 규모는 급성장했다. 성과도 있었다. 자본 공급으로 기업은 성장했고, 투자자 역시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빛과 그림자는 늘 함께 동행하듯 ‘모험자본을 공급하려다 되레 모험에 빠져버린 투자자들이 생겼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리는 인하됐다. 실제로 현재를 기준으로, 1년 만기시 2%대 금리를 주는 예금도 찾기 어려워졌다. 제1금융권은 전멸이고, 제2금융권 역시 손에 꼽힌다. 이렇게 갈 곳을 잃은 자금은 '예금보다 높은 금리'가 보내는 러브콜에 사모펀드, 그리고 파생결합증권 등 자본시장에 진입했다.

다만, ‘억’ 단위의 투자를 감행하며 가입 당시 ‘투자자’가 됐던 이들 중 일부는 ‘억소리 나는 피해자’가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돈을 벌었고, 여전히 '투자자'라는 이름으로 다음 상품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 예금 같이 안전한 줄 알았는데…원금 손실 가능성에 빠진 '은행 가입자'

실제로 은행에서 상품을 가입해 손실, 환매 중단 등을 겪은 이들은 ‘판매처’와 ‘안전하다는 말’ 두 가지를 믿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6일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열린 ‘신한 라임 및 헤리티지 펀드 배상 및 경영진 책임 촉구 기자회견’에 모인 라임펀드와 독일헤리지티DLS 가입자 역시 모두 입을 모아 같은 말을 했다.

잠실에 있는 한 신한은행 지점에서 독일헤리지티DLS에 가입했다는 A씨는 예금을 하러은행에 갔다 ‘예금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당 상품에 가입했다고 말한다. 금리가 높고 안전하다는 설명을 듣고 2억원을 넣었다.

A 씨는 “원래는 예금만 했었다”며 “1년짜리 예금만 가입하다가 (신한은행 직원이) 이렇게 두지 마시고, ‘예금이자보다 높은데 예금이라고 생각하고 들어봐라’라고 해서”라는 가입동기를 밝혔다.

이어 “신한은행을 갔는데 신한은행 PB가 신한금융투자 직원을 데리고 와서 가입하라고 했다”며 “모두 한통속”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분당에 있는 한 신한은행 지점에서 같은 상품에 가입했다는 B씨 역시 ‘원금이 거의 100%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노후자금을 맡겼다고 했다.

B 씨는 “신한은행 20년 거래했는데 한 번도 이런 상품 들어본 적은 없었는데 은행에서 신한금융투자 직원을 불러서 가입을 하라고 했다”며 “노후자금이니까 원금보장형 (상품 가입을) 했었는데 이거는 원금 보장이 거의 100% 된다고 하니까 가입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을 통해 5억원을 투자했다는 고령의 C씨는 아예 기초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DLS(파생결합증권)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가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독일에 있는 부동산 담보대출과 같은 것이라고 그랬다”며 “독일에 부동산 성, 이런 거 담보대출 그런 개념이고, 시행사 신용이 좋으니까 잘못되도 시행사 신용으로 (돈을) 준다고 하니까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들 가입자들은 모두 신한은행을 찾았다 투자 권유를 받았고, 은행에 온 신한금융투자 직원으로부터 상품을 가입했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들었을 때는 (원금 손실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대규모 손실로 홍역을 치른 'DLF 사태' 당시에도 가입자들은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진 계약 상품에 대한 대규모 손실에 허탈해했다.

지난 11월 금융소비자원에서 밝힌 소송 사례자를 살펴보면 지난해 4월 당시 63세였던 가정주부 역시 정기예금을 가입하러 갔다가 독일채권이 안전하다는 권유를 받고 DLF에 가입했다. 추후 원금손실 가능성을 알고 해지를 요구했지만 해지를 거부당했고 결국 손해를 봤다.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고위험 상품 출시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상품선정위원회 심의 및 승인 절차도 소홀히 했다. 전체 DLF 상품 중 상품선정위원회에 부의한 건은 양측 모두 한 자리 수에 그쳤던 것이다. 그렇게 출시한 상품에 '불완전판매'라는 논란까지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결국 금감원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투자 손실 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발표했는데, 고령의 치매 환자에 대해 80%라는 배상비율이 결정나기도 했다. 우리은행 고객이었다.

이밖에도 투자경험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 강조해 75%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난 고객도 있었다.

하나은행 역시 대여금고 개설을 위해서는 1억원 이상 예치가 필요하다”는 은행직원의 안내를 받고 정기예금 상품을 문의한 고객에게 은행직원이 DLF를 권유해 65%의 배상이 결정됐다. 1년간 예치할 수 있는 예금상품 추천을 요청한 고객에게도 은행직원은 DLF를 권유하고,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작성해 55% 배상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특히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했던 우리은행의 경우 당시 발송한 투자 권유 메시지를 살펴보면 '특판상품 안내,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에 6개월만 투자해 보세요', '현재 시점에 가장 적합한 상품으로 판단되어 추천드립니다' 등의 상품 광고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 은행은 일부 업무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으면서 오는 9월까지 사모펀드 판매가 금지됐다. 또, 100억원 대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 투자인 줄은 알았는데…관리 위험에 빠진 '증권사 가입자'

반면, 같거나 비슷한 상품이라도 증권사를 통해 가입해 손실, 환매 중단 등을 겪은 이들은 은행 가입자와는 달리 투자라는 것을 명확히 알았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 행위는 명백한 사기라고 주장한다.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1억원을 넣었다는 D씨는 “신한은 금융 대기업인데 이렇게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원금 손실이라는 것은 금리가 떨어진다거나 환율이 올라간다든지 하는 경기요인에 따라 발생하는 것인 줄 알았지, 이것처럼 깡통부동산에 투자해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금융투자 설명서 문구에는 부동산 담보, 선순위 담보권을 확보하겠다는 말도 있었고, 분양 여부와 상관없이 환매함 이렇게도 써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D씨가 보여준 자료에는 ‘24개월 내 투자자에게 원금 및 수익을 보장하는 금액으로 환매하는 조건이다’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해당 문구는 물론 ’원금 내지는 원금과 이자를 보전한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부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를 ’유사수신행위‘로 정의하고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문구는 오인할 여지는 있지만 분명 위반은 아니다.

D씨는 “나중에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야 (유사수신행위 위반에) 빠질 수 있는 것을 다 해놨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대한민국 대표적인 금융그룹 신한이라서 여기서 그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용납이 안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가입한 지점을 밝힐 수는 없지만, 가입한 신한금투 부지점장도 본사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며 “직원들도 (잘못을) 인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TB자산운용'이 최근 판매사에 만기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사모펀드 'TCA글로벌크레딧전문투자형KTB' 가입자 역시 같은 의견이다.

해당 상품을 가입했다가 '지급정지' 안내를 받았다는 E씨는 '라임자산운용환매중단피해자모임'을 통해 "불안해하는 저에게 직원은 재차 좋은 상품이고, 안정적이라고 상품에 대해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금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안정적이고 6개월 운용되니까 투자하기로 했다"며 "투자기간과 6% 수익률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라임자산운용환매중단피해자모임' 카페를 통해 피해를 호소한 F씨는 대신증권을 통해 라임상품에 가입했다 걱정이 되어 자문을 구했을 때도 환매를 만류했다며 PB를 원망했다. 그는 '담보가 충분히 잡힌 절대 안전한 채권형 상품이라고 설명들었다'며 책임을 추궁한 대처방법을 논의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피해자만 있나? 여전히 많은 '투자자'

사모펀드 및 파생결합증권 등은 저금리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자산 형성 상품이다. 투자자의 기대수익이 은행 예금을 넘어서면서 원금 보장은 되지 않지만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공모보다 제약이 적어서 투자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부동산펀드 같은 경우도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솔직히 사모펀드는 대세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실제로 ELS나 DLS의 경우 원금 보장 상품과 비보장 상품이 같이 있지만 실질적인 가입은 '비보장형'이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원금 손실'을 감수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파생상품 시장의 안정적 경쟁력 강화방안' 정책심포지엄에서 동국대 윤선중 교수가 발표한 '파생결합증권 건전화 방안'에 의하면 2018년 기준 ELS의 경우 원금비보장 상품의 비중은 80%였다. DLS의 경우에도 원금보장 비중이 컸으나 2015년 이후 원금비보장 비중이 증가해 2018년 기준 58%였다.

DLF만 해도 그렇다. 'DLF 사태'로 불리며 모든 DLF 상품이 불완전판매, 그리고 손실의 대명사인 것처럼 비춰졌지만 당시 상품구조에 따라 수익이 엇갈렸을 뿐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의 리버스 구조였기 때문에 가입자들은 쏠쏠한 '수익'을 챙겼다.

'DLF 같은 고위험 상품을 어떻게 은행에서 팔았느냐'고 항의했던 '피해자'가 있었던 반면 투자 수익을 향유하며 여전히 '투자자'로 남은 이도 있는 것이다.

victory010120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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