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확산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풍경
달라진 국내 지자체...“관광객 오지 마세요”
유통, 교통,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산업의 경제적 변화
불안·우울 등 사회적인 스트레스 관리도 숙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방역 담당 직원들이 방역용 살균소독제를 이용하여 소독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공) 2020.1.28/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경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관찰된다. 소비심리 위축과 더불어 불안과 우울 증세를 해결하는 것도 숙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방역 담당 직원들이 방역용 소독을 실시하는 모습 (인천공항 제공) 2020.1.2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세계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외출 자제 등이 이어지면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이에 따라 산업에 끼치는 영향도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감염 우려 등에 대한 불안감과 우울, 거리두기에 따른 고독감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영국 찰스 왕세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독일 메르켈 총리는 확진받은 의사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져 자가격리중이다. 스페인 부총리도 확진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세계적인 추세다. 독일 당국은 향후 2주 동안 공공장소에서 2명을 초과하는 일체의 모임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슈퍼마켓과 약국 등 생필품 판매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을 폐쇄하고, 식당과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허용한다.

그리스도 통행 금지 국가다. 22일 정오부터 통근 및 식료품·의약품 구매 목적의 외출만 허용하며, 다음달 4월30일까지 국내 전역의 호텔을 폐쇄한다. 이탈리아는 확진 판정 받고 자가 격리된 사람이 당국 허가 없이 무단 외출하면 징역 2~5년에 처하기로 했다.

일반인도 정당한 사유 없이 거주지 밖을 돌아다니다 적발되면 경웅 따라 400유로(53만원)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탈리아는 식료품·의약품 구매와 출·퇴근 등의 한정된 사유를 제외하고는 일체 주거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조깅 등 야외 운동도 금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여러분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함께 사는 가족이 아니면 만나지 말고 쇼핑도 생필품과 약만 사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중이다. 적은 보이지 않고 만질수도 없지만 진격중이며 우리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거리두기 두 달, 달라진 지자체...“관광객 오지 마세요”

우리나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슈된지 곧 두달째가 된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극장이나 구내식당 등에서도 띄워앉기나 칸막이설치 등이 이슈였다. 회식과 외식을 자제하는 흐름이 이어졌고 오프라인 행사들은 대부분 취소됐다.

국내 한 기업의 판매·마케팅 담당자는 “이맘때면 광고주 초청 행사를 기획하거나 골프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겠지만, 올해는 모든 행사가 ‘올 스톱’상태”라고 말했다.

확진자 추세가 일부 줄다가 최근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확진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서울 송파구가 벚꽃 명소로 유명한 석촌호수를 4월 12일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강원도 강릉시도 다음 달 열릴 예정이던 경포벚꽃축제를 취소한데 이어 벚꽃길 4.3Km의 출입을 통제한다. 대전지역 벚꽃명소로 꼽히는 한국과학기술원은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학생 가족에 대해서도 캠퍼스 출입을 통제키로 했다.

진해도 벚꽃길목을 막았다. 허성무 진해 시장은 “이번 봄만은 진해 방문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꽃길과 봄여행 명소로 유명한 완도와 보길도는 3월 말 주말과 4월 초 주말동안 외지인의 방문을 통제한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방문을 잠깐 멈춰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평소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건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조치들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강력한지 드러난다.

◇ 유통, 교통,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산업의 경제적 변화

‘사회적 거리두기’는 많은 것을 바꿨다. 외식산업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 배달·배송 물량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이달 11일 발표한 ‘2020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음식숙박업 취업자가 대폭 줄어든 반면 운수창고업은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산업별 희비다.

이런 흐름은 여러 지점에서 관측된다. 이동문화가 바뀌면서 교통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린카의 분석에 따르면 2월과 3월 카셰어링 서비스 주중 이용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21%, 전 동기와 비교하면 51%늘었다. 공유경제 확산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밀집된 환경의 대중교통 이용에 부담을 느낀 직장인들이 주중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면서 건수 및 대여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자동차 통행량이 지난 1월 대비 0.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지하철과 버스 출근 시간대 이용량은 각각 25.5%, 2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재택근무 증가와 거리두기 문화 확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언택트, ‘나홀로’ 문화의 확산은 엔터테인먼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2월 영화관 방문 관객은 734만 7033명으로 전년 동월(2227만 명)에 비해 67% 하락했다. 2월 관객 기준으로는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관객수다. 반면 OTT 서비스 웨이브의 2월 시청량은 코로나사태 이전보다 16.4% 늘었다.

코로나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3월 8일 발표한 ‘코로나19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최악의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시나리오는 국내에서 코로나 발병이 3개월 이상 이어지고, 중국 소비와 투자가 평소보다 2% 감소한 경우를 가정했다.

확산 사태로 실물·금융 복합위기가 덮치면서 이달 소비심리는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한 달 전보다 18.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광객이 줄고 국내 소비자들이 외식과 여행을 줄이면서 산업의 활력이 둔화되고 있다. 사진은 평소 관광객으로 늘 붐비던 동대문 디자인센터 일대가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 (이한 기자) 2020.2.7/그린포스트코리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슈화된지 곧 두달째로 접어든다. 평소 관광객으로 늘 붐비던 동대문 디자인센터 일대가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 (이한 기자) 2020.2.7/그린포스트코리아

◇ 학교 문 안 열고 총선도 차질, 불안·우울 등 사회적인 불안 해결 숙제도

개학이 세차례 연기되면서 교육계는 물론이고 급식업계 등 여러 곳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주이탈리아대사관 등 17개국 23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사무를 내달 6일까지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4·15 총선 재외국민 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해당 지역의 선거인수는 총 1만8천392명에 달한다.

선관위는 "향후 미국 동부 지역 등 코로나19가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의 주재국 제재조치 상황 등을 파악해, 재외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외교부와 협의해 추가로 재외선거 사무 중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곳곳으로 확산되고 ‘따로 또는 혼자’문화가 가속화하면서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우울이나 불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된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죄책감, 확진자 및 검사자들과 계속 접촉해야 하는 의료진 등이 느끼는 불안감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한국심리학회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의 육성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로 인해 우울증에 빠진다는 ‘코로나 블루’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가 지난 21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59%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생활 속에서 불안, 초조, 답답함, 무기력, 분노 등의 우울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는 외출 자제로 인한 갑갑함(22%),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20%), 소득·지출 감소에 따른 스트레스(19%) 등이 높았다.

충청북도는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심리 상담을 받은 사람은 모두 3,213명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격리 생활을 하고 그에 따른 고독감과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느는 것으로 풀이된다.

◇ 코로나 사태의 새 고민, "나 때문에 다른 가족도 병 얻을까봐 마음에 걸린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유모씨는 “어디에서 누구와 접촉하게 될지 몰라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불안하다. 주말에 아들 내외가 집에 오는데 나랑 남편 상태가 지금 괜찮은지. 아들 내외는 별일 없는지 계속 고민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밑반찬을 만들어주려고 동네 마트에 갔는데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어 백화점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유씨는 “내가 병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지만, 나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병을 얻으면 어떡할까 싶어서 항상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유씨의 남편 이모씨는 “서울 사는 아들도 걱정이지만 조카가 천안에서 어린 아이 둘을 키우며 사는데 그들의 건강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천안 역시 줌바댄스 교습소 등에서 여러 확진자가 나온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코로나19심리지원단을 확대 운영하면서 상담 등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경기도청 유튜브 채널에서 '코로나19 우울증 극복 캠페인 프로그램' 영상 콘텐츠를 오는 4월 30일까지 순차적으로 발행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세계의 풍경이 변했고, 그에 따른 새로운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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