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냉장고에게 식재료 관리 노하우를 묻다
AI로 식단 관리, 삼성전자·LG전자 스마트 냉장고
‘꽉 채운 냉장고’의 기쁨 이제 그만, ‘냉장고 다이어트’ 절실

한국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1만 5000여톤. 한사람이 매일 300그램의 음식 또는 식재료를 버립니다. 버려진 음식물은 처리 과정을 거쳐 재사용하고 바이오가스 등으로 자원화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많이 버려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은 음식과 사용되지 않은 식재료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환경적 문제,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의 효율성에 대한 경제적 문제, 수많은 인류가 여전히 배고픔에 시달리는데 한편에서는 많은 음식이 버려진다는 관점에서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지금보다 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숙제가 무엇인지.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단체, 기업과 사회가 각각 또는 함께 실천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이 기사가 마지막회입니다. [편집자 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면 '냉장고 다이어트'가 필수다. 스마트 냉장고의 최신 기능들을 사용해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사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KBIS 2020’ 전시회에서 모델이 삼성전자 ‘패밀리허브’냉장고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AI·IoT 주방가전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면 '냉장고 다이어트'가 필수다. 스마트 냉장고의 최신 기능들을 사용해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사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KBIS 2020’ 전시회에서 모델이 삼성전자 ‘패밀리허브’냉장고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AI·IoT 주방가전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세상 모든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음식물 쓰레기도 ‘덜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구매해 잘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정에서 그 과정을 담당하는 냉장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본지는 냉장고 특집을 통해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음식 남겨 버리지 않도록 식단을 관리하며, 남는 음식을 효과적으로 소비하는 방법에 대한 사례를 소개했다. 넉넉한 인심의 반찬 문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없는지, 음식물 쓰레기 관련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8차례의 연재기사와 1건의 기자수첩을 통해 관련 사례들을 짚어봤다. 결국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는 결론에도 도달했다.

모든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그러하듯 배출량을 줄이려면 사용을 줄여야 한다. 사용을 줄이는 방법은 두가지다 횟수를 줄이거나 회당 투입량을 줄이는 것. 식사횟수를 줄일수는 없으니 결국 한끼 식사에 들어가는 재료를 효율화하는 게 숙제다.

앞서 <데이터로 냉장고를 비워라, 기술이 이끄는 음식물 쓰레기 혁명> 기사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을 집계해 식재료 구매를 효율화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남은 음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통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방법도 소개한 바 있다. IT기술이 음식물쓰레기 배출 환경에 공헌한 사례들이다.

IT기술로 식재료를 관리하는 노하우가 일반 가정집에도 적용되면 어떨까.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장고가 그런 기능을 갖추면 된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이미 국내 냉장고 시장에서도 이런 경향이 관측된다.

◇ 똑똑해진 냉장고에게 식단 관리 노하우를 묻다

국내 가전 양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을 통해 한층 똑똑해진 냉장고를 가지고 시장에서 경쟁한 바 있다. 요즘 냉장고들은 AI기술을 가지고 냉장고 속에 담긴 재료를 인식하거나 요리법을 제안하고 온라인으로 주문까지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삼성전자 2020년형 패밀리허브 신제품은 한 단계 진화한 '푸드 AI'를 적용해 맞춤형 식단과 레시피를 제공한다. 내부 식재료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식료품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푸드 서비스 관리'와 '식단 플래너' 기능이 새로 추가했다. 사용자들이 미리 등록한 선호 음식을 바탕으로 자주 활용한 식재료가 무엇인지 분석해 식성에 맞는 식단과 레시피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기능이지만 꼼꼼하게 활용하면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냉장고 내부를 확인하는 '뷰인사이드' 기능도 업그레이드했다. 냉장고가 보관 중인 식재료를 스스로 인식해 ‘푸드 리스트’에 반영하고 보관된 재료를 가지고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도 보여준다. 필요한 식재료가 냉장고에 없으면 필요한 물품을 ‘쇼핑 리스트’로 보내고 패밀리허브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2020년형 패밀리허브는 식재료 구매부터 보관, 식단 관리까지 한 번에 가능한 스마트한 냉장고로 진화했다”고 말한 바 있다.

스마트 냉장고들은 보관 중인 식재로를 스스로 인식해 레시피를 보여주거나 식재료를 직접 주문하기도 한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오픈한 쿠킹 스튜디오. (삼성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스마트 냉장고들은 보관 중인 식재로를 스스로 인식해 레시피를 보여주거나 식재료를 직접 주문하기도 한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프랑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오픈한 쿠킹 스튜디오. (삼성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국내 양대 가전 제조사, 스마트냉장고 기술 대결

LG전자도 CES 2020에서 'LG 인스타뷰 씽큐'를 공개했다. 이 제품 역시 기존 제품 대비 진화한 AI를 적용했다. 내부 식재료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남아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방법을 추천하고 식재료가 떨어지면 사용자가 주문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인스타뷰 씽큐는 냉장고 내부 카메라, 전면 투명 디스플레이, 노크온 기능을 적용해 사용자가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노크온 기능은 문 여닫는 횟수를 줄여 냉기 유출도 감소한다. 무선인터넷 탑재한 냉장고 도어 디스플레이를 통해 레시피를 검색하고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프로액티브 서비스도 제공한다. 제품 설치부터 사용, 관리에 이르기까지 최적의 상태로 제품을 관리해준다. 제품 작동상태를 분석해 예상되는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고 알려준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LG전자만의 AI와 혁신을 적용한 LG 인스타뷰 냉장고 라인업으로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을 지속 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냉장고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냉장고 안에 보관된 음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중요한 숙제다.

◇ 지구를 구하는 첫 실천, 냉장고 다이어트

냉장고는 가족의 식단을 책임지는 허브다. 식재료와 음식을 관리하고 보관하는 공간으로서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냉장고를 꽉 채우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는 지났다. 냉장고는 어디까지나 꼭 필요한 재료만 효율적으로 보관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대가족이든 1인가구든 마찬가지다. 

B마트를 런칭한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일주일치 장을 봐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뿌듯해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냉장고 안 식재료를 최대 3일치까지 줄이는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식자재 배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플랜이지만,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도 귀를 기울여야 할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 5000여톤. 한 사람당 약 300그램의 음식물을 매일 버린다. 먹고 남은 음식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식재료도 많다. 일회용 비닐과 플라스틱을 너무 많이 버려서 문제인 것처럼, 음식도 많이 버리면 문제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냉장고를 비우는 것이다. 식재료를 너무 많이 담아 두지 말라는 얘기다. 밥값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냉장고 파먹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냉장고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기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