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가동 멈추고 이동 줄면서 대기 환경 개선
산업 멈추자 공기 맑아진 역설, 지속가능 경제시스템 숙제 재확인

건물사이로 맑은 하늘이 보이고 있다.2018.04.18/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추고 이동이 줄면서 환경 분야에서는 일부 '반짝 효과'도 관측됐다. 산업과 경제를 되살리는 숙제와 환경을 지키는 가치는 양립될 수 있을까? 사진은 건물 사이로 보이는 맑은 하늘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코로나19 여파가 전 세계 산업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공장이 멈추고 이동이 줄면서 환경 분야에서는 뜻밖의 효과도 관측됐다. 산업이 멈추면서 환경은 개선되었다는 아이러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BBC는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일과 여행에 영향을 미치면서 일부 도시에서 대기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말 코로나19 확진이 처음 발생한 중국에서는 에너지 사용량과 대기가스 배출량이 감소세를 보였다.

CNN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생태환경부는 중국 후베이성의 지난달 ‘대기 질 좋은 날’ 평균 일수가 작년 동기와 비교해 21.5%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장이 문을 닫고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대기 오염이 감소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미 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국 위성사진에 따르면 자동차나 산업시설에서 배출돼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산화질소도 중국에서 지난 1~2월 사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NASA 관계자는 “특정 사건으로 인해 이렇게 넓은 지역에 극적인 (대기 오염) 감소 현상이 나타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소 25%가량 감소했다. 중국의 배출량이 줄면서 총량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CREA는 중국 내 급격한 석탄 소비 감소를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중국의 주요 석탄 화력발전소의 석탄 소비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REA는 원유 및 철간 생산 감소와 항공편 감축 운항도 대기 질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든 베네치아의 물이 맑아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현지 관광이 중단되면서 곤돌라 등 수상교통이 줄어 물이 투명해졌다는 것. 베네치아 시는 물이 맑아보이는 이유가 근본적인 수질 개선 때문이 아니라 운하 교통량이 줄면서 강바닥의 침전물이 물 위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현지 환경운동가들은 크루즈 등 배들이 베네치아의 지반을 마모시키고 오염을 유발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외신 등도 주민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수상 버스·곤돌라 등의 교통량이 줄어들자 대기 오염이 개선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 “경제 발전과 환경 효과 함께 누리는 방법 찾아야”

산업이 멈추자 환경이 개선되었다는 아이러니다. 산업과 경제가 반드시 되살아나야 하지만 환경 역시 중요한 숙제다. 그렇다면 최근의 저런 상황을 환경과 경제 측면에서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린피스 이인성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올해 2~3월에는 국내 대기오염 역시 소폭 개선됐다”고 말하면서 “중국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국외발 유입물질이 줄었고, 국내에서도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기오염이 전체적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캠페이너는 “산업과 교통이 멈추고 나서야 대기가 개선됐다는 것은, 그동안 화석연료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고 최근 요 며칠간 우리가 누렸던 환경적인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료 사용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환경과 경제, 그리고 건강에 두루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기후위기나 대기오염이 감염병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기후변화가 여러 가지 전연병이나 말라리아 또는 댕기열 등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료 사용방식을 개선하는 것은 환경과 건강을 함께 보호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감염 방지를 위한 대책들로 대기 오염 수준이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앞으로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시행되면 오염물질 배출량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리 슈오 그린피스 극동아시아 상임 고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나설 경우 올해 하반기에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뜻밖의 아이러니 속에, 산업·경제와 환경 가치를 함께 실현해야 하는 숙제가 인류 앞에 다시 놓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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