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회장은 1978년생 'X-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가 보기에야 똑같은 기성세대로 보이겠지만, 국내 재계를 이끄는 3~4세 총수 중에서는 가장 젊다. 사진은 LG그룹본사(LG그룹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LG 구광모 회장은 1978년생 'X-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가 보기에야 똑같은 기성세대로 보이겠지만, 국내 재계를 이끄는 3~4세 총수 중에서는 가장 젊다. 사진은 LG그룹본사(LG그룹제공) /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LG 구광모 회장은 1978년생 'X-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가 보기에야 똑같은 기성세대로 보이겠지만, 국내 재계를 이끄는 3~4세 총수 중에서는 가장 젊다. X세대 '회장님'의 리더십은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LG 구광모 회장은 올해 첫 현장경영으로 LG전자 서울 서초 연구개발 캠퍼스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가슴을 뛰게 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달라”면서 “디자인 조직과 일하는 방식이 개방적이고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되야 한다”고 말했다.

CEO가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다른 기업 고위 경영진도 생산라인 등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고 메시지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소통’을 내세우며 일부러 젊은 직원들과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위기 극복’이나 ‘혁신’ 같은 메시지 대신 ‘개방’과 ‘창의성’. ‘가슴뛰는 디자인’ 등을 언급한 것을 두고 그의 젊은 리더십에 주목한다.

구광모 회장은 1978년으로 이른바 X-세대다. 재계 최초의 4세 경영진으로, 이재용과 정용진 등 주요 3세 경영진과 비교해도 10살 어리다. 자신 역시 X-세대라고 밝힌 LG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은 종종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직원들과 함께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CEO가 소탈한 성격이며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한다고 홍보하지만, 구 회장은 그 중에서도 특히 ‘젊은 리더십’으로 주목 받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는 LG포럼이다. LG그룹 임직원이 매달 자유롭게 모여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포럼이다. 과거 분기별로 회장이 주재하던 임원 세미나 대신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모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3월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10여 차례 개최된 LG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회장의 메시지를 이른바 ‘탑-다운’ 방식으로 전달하던 과거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 직원들과 격의 없던 4세, 경영 전면에서 과감해졌다

구 회장의 평소 인품이나 기업 내 지배구조 등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구 회장은 2006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했고 과장 근무연한을 모두 채우고 차장으로 승진했다. 부장 시절이던 2014년에는 LG전자 창원 공장에서 3개월 동안 현장체험을 했다. 학창시절에는 재벌가 티를 내지 않아서 그를 LG전자 대리점 아들로 아는 친구들도 많았다고 한다.

2017년에는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트리고 상무 직을 유지하기도 했다. 상무로 일할 때도 직장 선후배들과 야구장을 같이 다니는 등 격의 없이 지내는 등 평판이 좋았다.

지난 2018년 한 언론에는 경영전략팀 상무 구광모가 상사이던 전무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는 일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일반직원들처럼 상사 지시를 충실하게 따랐다는 일화다. 선대 회장은 평소 그에게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해라.”고 당부했다고 알려져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후에는 빠르고 과감한 모습으로 기업을 이끌었다. 지난해 9월, 구광모 회장은 사장단 워크숍에서 “전례 없는 위기에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달라”고 요청했다. “LG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께서 몸소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과 변화, 도전은 CEO들이 공통적으로 주문하는 과제다. 문제는 실제로 변화를 하느냐다. 실제로 LG는 변하고 있다. 실리를 중시하면서 체질 개선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하다고 판단되거나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행보도 보인다.

LG전자의 수처리 자회사, 수소연료 전지회사, LG디스플레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정리했다. LG유플러스도 전자결제 사업부를 스타트업 토스에 넘겼다. 필수 성장동력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 재계 모범생 이미지 벗고 순혈주의 '탈피'

일각에서는 재계의 모범생 이미지이자 기업의 첫 번째 가치를 ‘인화’라고 여겨왔던 LG의 최근 행보에 변화가 보인 것도 구광모 회장의 영향이라고 본다. 지난해 LG전자와 삼성전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공식석상과 언론에서 매우 센 수위의 직설화법으로 맞붙은 바 있다.

당시 LG전자는 “삼성 TV는 진짜 8K가 아니다”며 선제공격을 날리고 기자들을 불러 기술설명회를 열면서 삼성전자 제품을 분해해 전시해놓고 직설적인 어조로 품질을 비판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에서 수사 안내문을 언론에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언론에서는 ‘재계의 범생이가 싸움닭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수장을 전격 교체한 LG디스플레이 소식도 과거 LG 문화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상범 당시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연말 인사철을 한참 앞둔 시점에 교체됐다. 인화 대신 실리를, 안정 보다는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모범생 이미지였던 LG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데는 취임 2년차에 접어드는 구광모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기업 주요 의사결정은 당연히 ‘회장님’ 의중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미국 3M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 경영자로 영입했다. 이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을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영입했고,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출신을 LG전자 자동차부품 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인재육성을 담당할 임원으로는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 출신을 데려왔다. 경영전략팀장도 외부인사로 채웠다.

기업이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유별난 일이 아니지만, 과거 LG가 내부승진 위주의 이른바 ’순혈주의‘문화가 남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라진 분위기다.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달하는 구광모 ㈜LG 대표(LG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달하는 구광모 ㈜LG 대표(LG그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젊은 감각과 패기 무장, 긍정적인 활력 불어넣어

기업 총수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판단을 내리고 국내외 협력사와 경쟁사, 재계와 산업계 등과도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이 부분을 감안하면 젊은 나이와 그에 따르는 짧은 경영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40대 초반의 젊은 감각이 결국 긍정적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 시스템을 통해 움직이지만 방향성을 설정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경영자”라고 말하면서 “총수가 회사를 좌지우지 할 수는 없지만, 어떤 리더십과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기업을 이끌게 된 경영인들도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고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본격적으로 내비치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실제 주요 그룹 CEO들도 총수 자리를 이어 받은 후 자신만의 독특한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내놓는데는 몇 년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지점에서 젊은 총수를 보좌할 베테랑 인사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재계에서는 LG그룹 지주회사인 ㈜LG를 이끄는 또 한명이 인물에 주목한다. 권영수 부회장이다. 권영수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42년차 LG맨이다. 그동안 LG를 비롯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권 부회장은 그룹 주요 사업을 두루 거친 경험자로 젊은 총수의 신사업 구상과 4세경영 안착의 틀을 완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LG유플러스에서 근무하던 권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지주사로 옮겨왔다. 젊은 총수와 합을 맞추기 위해서 베테랑 LG맨이 절실했다는 후문이다.

◇ 코로나19 위기 속 X-세대 젊은 회장님 리더십, 앞으로 전망은? 

총수의 경영활동은 결국 성적표로 평가된다.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LG주요 계열사들도 변수와 싸우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에 대해 비교적 안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영향 등에도 LG전자는 비교적 선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을 감안하면 다른 IT 기업대비 호실적이며 프리미엄 가전과 OLED TV의 경쟁력을 재확인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세트수요 둔화가 예상되지만 경쟁사와 경쟁 완화로 마케팅 비용 축소되어 올해 가전과 TV도 높은 수익성 유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자가 전년 대비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나금융투자 김형수 연구원은 “코로나19 관련 모니터 및 노트북 등 IT 기기 2~3분기 수요 둔화를 감안해 두 부문 모두 전년 대비 매출 감소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노후 설비 및 인력 구조조정 관련 비용이 지난해 4분기에 이미 반영됐고 OLED 모바일 패널 출하대수가 증가해 전년 대비 적자 축소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투자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배터리 사업 매출 및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젷면서 “다만, 화학부문은 부진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낮은 유가로 실적 전망치가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 대비 부진할 전망이지만 당초 전망 대비 화학부문 중심 소폭 상향”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재계의 모범생이자 인화를 중시하던 LG가 거침없고 빠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X-세대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지 재계의 관심이 모인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