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부진 속 미래시장 선점 노력
다양한 시도로 실패 통해 성과 창출
착한 기업으로 이미지 쇄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쳐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라며 "2019년 11월 '화성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모든 사업역량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 이 테마파크에 4조6000억원이 투자될 예정"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말이다.

위와같이 재미있고, 독특한 행보를 이어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유통업계의 큰 관심을 얻으며 지난해 상반기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거기에 소비트랜드가 온라인쪽으로 집중된것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더욱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패널 부진이 올해까지 지속 될 것이라고 입모아 말한다.
위와같은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정용진의 '재미있는 유통놀이'를 멈출까 했지만, 반대로 정용진은 이를 타기하기 위해 두손까지 걷어부쳤다. 소비시장 둔화로 외식시장이 주춤한 틈을 타 가성비를 중시한 노브랜드 버거를 런칭했으며, 히어로 캐릭터 '일렉트로맨'을 내세워 키덜트를 겨냥한 매장을 늘리고 있다. 또 신세계그룹은 론칭 2년차를 맞은 SSG닷컴과 매출 빅데이터에 기반한 상품 등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한 소비시장과 대폭 하락한 매출로 인해 '죽겠다는'  기업들의 아우성과는 반대로 '위기는 기회다'라고 긍정에너지를 펼치는 정용진의 '파격적인'행보를 알아봤다.

◇ SSG닷컴, 올해 실적 반등 이끈다

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나면서 최악으로 부진했다.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한 소비패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발족시킨 SSG닷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SSG닷컴 출범 당시 정 부회장은 한국판 아마존을 표방하며 통합 이유를 설명했다. SSG닷컴 통합을 시작으로 O4O(Online For Offline) 시스템 구축도 시작했다.

통합 출범 2년차인 가운데 SSG닷컴은 나쁘지 않은 성장을 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 84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30%(27.7%)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률(18.4%)보다 2배 가량 높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SSG닷컴은 지난해 4분기에도 25%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견조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이번 코로나19 이슈도 온라인몰 성장에 원동력을 제공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SSG닷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이마트에 대한 올해 전망도 나쁘지 않다.

그는 이어 “1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세가 시작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할인점, 트레이더스 등 오프라인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겠지만, 2분기부터는 전문점 효율화와 할인점 리뉴얼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연구원은 “올해 이마트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8450억원의 투자도 계획돼 실적 반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코로나19에 적합한 상품 개발->선보여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홈 와인족’이 증가, 해당 상품을 선보였다.

실제로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신세계백화점 실적을 살펴보면 전체 -15.8%의 마이너스 매출을 나타낸 가운데 여성의류 -37.0%, 남성의류 -22.7%, 아웃도어 -17.4% 등 대부분 상품에서 큰 폭의 매출 하락세를 보였지만 와인은 선방했다. 지난달 11일부터 29일까지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2%의 신장률을 보인 것.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명품(3.3%)보다 높은 수치로 식품에서는 유일한 신장이었다.

이런 빅데이터에 기반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15일까지 지하1층 와인하우스에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다양한 와인을 선보였다.

특히 ‘가정식과 어울리는 소믈리에 추천 와인 10선’을 앞세워 따뜻한 집밥과 한식 반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객들에게 추천했다.

와인 추천에 더해 직매입 와인을 최대 40%까지 할인해 고객들이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1만~3만원 가격대에 판매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누적 확진자수가 9000명이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급적으로 사람 많은 곳을 피하기를 권유하고, 많은 기업들도 재택 근무 및 회식 자제 지침을 내리자 집에서 소소하게 ‘홈술’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동 삐에로쇼핑 /신세계 제공
명동 삐에로쇼핑 /신세계 제공

◇ 삐에로, 성적 부진했지만...시도 좋았다

약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할인 행사를 한 삐에로쑈핑은 3월 초 전국에 있는 매장 문을 닫았다. 삐에로쑈핑은 만물상 콘셉트로 일본의 돈키호테를 본따 전국에 문을 연 매장이다. '정돈보다 혼돈', '쇼핑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역발상으로 매장을 꾸렸다.

2018년 론칭 후 연간 누적 방문객 420만명을 기록하면서 호평을 들었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2018년 10월에 문을 연 명동점은 1년 동안 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상권에 입점해 높은 임차료와 부진한 성적으로 적자를 면할 수 없던 것이다. 결국 2019년 12월 명동점을 시작으로 전국 7개 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부회장이 하는 사업들은 재미있는 사업거리들이 많다. 유통은 사실 그렇다. 있는 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것도 기업수장의 역할이고 몫이다"며 "이에 있어서 정용진 부회장이 이끌어 가는 사업은 비록 매출부진으로 이어졌더라도 국민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줬다는 것 만으로 큰 성과를 일궈냈다고 생각한다. 업계에서도 다들 입모아 칭찬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레스케이프 호텔, 비싸지만 '부티크 호텔'의 정석을 보여줘

2018년 7월 처음으로 선보인 신세계 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다. 프랑스 파리를 모티브로 한 부티크 콘셉트의 최고급 호텔이다. 반려동물과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하기도 했다. 가격은 일반 객실 기준 30만~40만원대고, 스위트룸은 최저 52만원부터 800만원대까지 있다.

당시 레스케이프는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 찬 신사업 아이템으로 '정용진 호텔'로 불렸다. 직접 내부 인테리어에 신경쓸 정도로 애정을 가진 사업이기도 하다. 큰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신세계조선호텔은 2017년 영업이익 7억원대를 기록, 2018년 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135억원에 이른다. 

숙박 업계는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공실률이 높은 원인으로 '비싼 가격'을 꼽았지만 국내에 호텔업이 성하기 시작한 건 얼마 돼지 않아 국민들의 호텔에 대한 기준이 아직은 무분별할 때"라며 "사실 전세계적으로 봤을때 부티크 호텔의 정석을 보여준 격이다. 실제로 해외 유명인사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였다고 말했다. 국내에 호텔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다시 한번 시도해볼만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레스케이프는 공실률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19년 중순부터 10가지 테마로 구성한 체험 수업 프로그램 '살롱 드 레스케이프'를 시작했다. 수강 가격도 1만원대로 낮추고 투숙객에는 무료로 제공했다. 그 결과 2019년 4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조선호텔 단기신용등급이 A2에서 A2-로 떨어졌다. 나이스 신용평가는 '레스케이프 호텔 실적 부진으로 인한 영업적자 지속'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 H&B 부츠, 한국시장에 가장 먼저 시도한 사업

H&B(Health and Beauty) 스토어로 2017년 영국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손잡고 오픈했다. 프리미엄 H&B 콘셉트로 넘버세븐, 솝앤글로리 등 고가 브랜드를 입점하면서 차별화했다. 국내에 30여개 매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2020년 3월 기준 남아있는 매장은 11개뿐이고 이마저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매장 철수는 2019년 7월부터 시작했다. 이마트가 최초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자 실적 부진이 계속돼 온 전문점부터 손을 댔다. 부츠는 론칭 시 내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큰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H&B 고객층에게 프리미엄 브랜드가 통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올해 성장 가능성도 불투명하지만 아직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모든 매장을 철수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용진의 H&B 사업은 부츠가 두 번째다. 한국형 드럭스토어 '분스(boons)'가 그 시작이었다. 2012년 처음 문을 연 분스는 3년 동안 7곳 밖에 열지 못했다. 제품 소싱에 어려움을 겪고 서울 강남, 명동 등 임대료가 비싼 곳에 위치해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결국 론칭 3년 만인 2015년에 사업을 접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올리브영 등의 H&B시장을 가장 먼저 한국시장에 시도해본 최초의 수장일 것이다"며 "실적 부진이나 경영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분스로 인해 다른 H&B 시장이 구성 된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경부고속터미널에 위치한 노브랜드버거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경부고속터미널에 위치한 노브랜드버거 /그린포스트코리아

◇ 일렉트로마트·노브랜드 버거...트랜드 정확히 읽었다

정용진의 사업이 모두 바닥을 친 건 아니다. 점포를 정리하는 와중에 잘 나가는 브랜드도 있다. 2015년에 오픈한 체험형 가전 매장 '일렉트로마트'다. 히어로 캐릭터 '일렉트로맨'을 내세워 키덜트를 겨냥한 매장이다. 매출은 2015년 213억원에서 2018년 5400억원으로 늘었다. 2019년 13개 점포를 새로 열었고 2020년에도 10여개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가성비 버거로 유명한 노브랜드 버거는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메뉴 개발 과정에 참여할 만큼 애정을 가진 사업이다. 2019년 8월 홍대점으로 시작했고 6주 만에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지금까지는 서울, 경기, 인천에서 직영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2020년 가맹사업을 통해 매장수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노브랜드 버거의 시작은 '정용진 햄버거'로 알려진 '버거 플랜트'다. 신세계 푸드가 2018년 6월부터 운영한 '버거 플랜트'를 1년 만에 노브랜드 버거로 이름을 바꾸고 리뉴얼해서 재탄생한 것이다.

노브랜드버거 담당자는 "가성비를 중요시한 노브랜드 버거는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장에서 피부로 와닿을 만큼 반응이 폭발 적이다"며 "앞으로 매장수와 메뉴개발에 힘써 한국의 시그니처 버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vitnana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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