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채굴과정서 심각한 환경오염 발생
친환경 산업 포함 주요 산업에 필수 광물

희토류는 이름 그대로 ‘희귀한 17개 원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광물이다. (사진 우덕희토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희토류는 이름 그대로 ‘희귀한 17개 원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광물이다. (사진 우덕희토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무역 갈등 소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계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이 중국산 품목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중간 갈등이 극심했다. 심지어 그 갈등은 코로나19 발생지가 어디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어 양국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무역 갈등에는 특정 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광물자원에 대한 수출입 문제가 핵심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반도체 기기 생산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광물인 ‘희토류(Rare Earth Elements)’가 갈등의 중심에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희토류는 이름 그대로 ‘희귀한 17개 원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광물이다. 희토류 땅 속 함유량은 100만분의 300에 불과한 만큼 그 수가 매우 적기도 하지만 분포하고 있는 곳이 한 곳에 집중돼 있지도 않다.

희토류는 주기율표 제 3A족인 스칸듐(Scandium, Sc, 원자번호 21), 이트륨(Yttrium, Y, 번호 39)과 원자번호 57(란탄늄)에서 71(루테튬)까지 란탄계열 원소 15개를 더한 17원소를 총칭한다.

희토류는 1787년 스웨덴 육군 소위 칼 악셀 아레니우스(Karl Axel Arrhenius)가 이테르비(Ytterby) 근처 장석 광산에서 흑색 광물 ‘이테르바이트(ytterbite, 현재 가돌리나이트라고 불림)를 채광하면서 발견됐다.

이후 1974년 핀란드 화학자인 요한 가돌린(Johann Gadolin)은 이테르바이트로부터 이트륨 산화물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1980년대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모나자이트(Monazite)에서 희토류 원소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희토류 원소 금속들은 보통 연하고 전성과 연성이 있는데, 특히 온도 상승시 반응이 활발히 일어나며 융용점은 798℃(세슘)~1663℃(루테튬)다. 경제적 가치를 가진 희토류 광석은 모나자이트와 바스트네사이트(Bastnaesite)가 있다.

반도체 기기 생산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광물인 ‘희토류’가 무역 갈등의 중심에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반도체 기기 생산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광물인 ‘희토류’가 무역 갈등 중심에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희토류, 상당히 유용하지만 위험요소 상존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건조한 공기 속에서도 오랫동안 잘 견뎌내며 열을 잘 전도하는 양도체다. 이런 화학적 성질 때문에 최근 광학유리, 전자제품, 금속첨가제, 촉매제 등 첨단 산업의 중요한 원자재로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채굴과 정제, 그리고 가공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붙여진 이름인 희토류가 채굴 과정에서 큰 비용은 물론, 심각한 환경오염까지 발생시킨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난채굴, 밀수 등의 범람으로 희토류 채굴 후 훼손된 광산과 주변 환경 복원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심지어 현재 채굴 중인 광산이 언제 복원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침전제로서 황산을 사용해 채굴했지만 현재는 광맥 상층에 대량의 황산암모늄을 주입하고 있는데, 이 유독액체는 장기적으로 지하에 잔류하게 돼 지하수원 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구환경연구본부 환경지질연구실 이평구 박사 연구팀이 이온빔을 이용해 초미세먼지 단면을 잘라 내부 구조를 밝히고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정성분석을 수행해 중금속 원소들의 화학적 존재형태를 처음으로 밝혀낸 바 있는데, 이를 통해 초미세먼지 유입경로를 확인할 결정적 단서인 초미세먼지 속 철에 함유된 다량의 희토류 원소를 확인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중국발 초미세먼지에 희토류 원소가 들어 있다는 것.

물론 이런 반환경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자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등 녹색성장을 위한 영구자석 제작에도 약 1㎏ 정도가 들어갈 만큼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금속이다. 열과 전기를 원활하게 전도한다는 특성 덕분에 현대사회에서 필수적인 원소로 널리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이철우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풍력발전에 필요한 고성능 자석은 네오디늄과 같은 희토류가 필요하고 태양광 패널에는 인듐이나 갈륨 등의 희토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희토류 생산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이 발생하는데, 그런 환경오염을 방지하려면 결국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친환경적인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희토류가 생산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고, 그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또 다른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하니 이 희토류가 친환경적인지, 반환경적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반환경적인 요소가 더 큰 게 사실이다.

희토류 세계 총 매장량은 21세기 소비량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호주와 중국에 있는 몇몇 대규모 광산은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자료 한국광물자원공사 제공,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희토류 세계 총 매장량은 21세기 소비량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호주와 중국에 있는 몇몇 대규모 광산은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자료 한국광물자원공사 제공,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중국 의존도 높은 희토류...자원무기화 심각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국은 중국이다. 중국 매장량은 4400만톤(REO, Rare Earth Oxides)으로, 세계 총매장량 3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희토류 협회는 중국 미확인 매장 및 부존량이 최대 1억톤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몽고 자치구 빠오터우(Baotou)로부터 150㎞ 거리에 있는 백운악보 광상은 세계 최대 희토류 광물 공급처로, 중국 총생산 5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희토류 광상들은 18개 성 및 자치구에 있다. 

이런 이유로 희토류를 외교시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 분쟁시 희토류를 국제 분쟁에 대한 해결 수단으로 사용한 전력이 있고 최근에는 미국을 상대로도 희토류 카드를 사용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 세계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희토류 생산을 가동하거나 그를 대체할 만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희토류의 완벽한 대체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대체제를 찾는 것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라 쉽지 않은 일”이라며 “북한에 희토류가 많이 매장돼 있다는 말도 있지만 그 개발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의존도가 극심한 희토류는 현재 국내에서도 공급상 문제가 있어 정부 차원에서 경제문제와 환경문제라는 상충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 필수 원료가 희토류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친환경적 시각으로 꾸준히 챙겨야 할 광물이다.

그럼에도 세계 총 매장량이라는 관점에서 희토류를 보면, 21세기 소비량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호주와 중국에 있는 몇몇 대규모 광산은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현재 세계 생산량은 세계 총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약간 부족한 상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희토류 부존량은 지구 크러스트 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돼 있으나 여타 광물 대비 채굴 가능한 광상은 많지 않은 편이다. 주요 산출광물로는 고품위 경희토류가 산출되는 바스트나사이트와 모나자이트가 있다.

미국과 세계 여러 지역에 분포된 광상에서 주로 채광하는 희토류도 이 바스트나사이트와 모나자이트이다. 희토류 중에서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스트나사이트고 중국과 미국에 주로 분포돼 있다. 다음으로 비중이 큰 것이 모나자이트인데, 이것은 주로 호주,브라질,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남아공, 스리랑카, 태국, 미국 등지에 분포돼 있다.

주요 바스트나사이트 출처는 내몽고 자치구, 사천성 미엔링(Mianning), 산동성 웨이샨(Weishan)이며 이온 흡착 점토 주요 출처는 강서성, 광동성, 복건성, 호남성이다. 그 외 모나자이트는 광동성, 광서성, 복건성, 호남성에 주로 부존돼 있다. 이밖에 주요한 희토류 매장국가로는 브라질, 베트남, 러시아, 인도, 호주, 그린란드, 미국 등이 있다.

풍력발전에 필요한 고성능 자석은 네오디늄과 같은 희토류가 필요하고 태양광 패널에는 인듐이나 갈륨 등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사진 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풍력발전에 필요한 고성능 자석은 네오디늄과 같은 희토류가 필요하고 태양광 패널에는 인듐이나 갈륨 등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사진 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 희토류, 자체 친환경성 확보는 꿈?

희토류 자체로만 보면 분명 친환경적인 광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 광물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측면을 보면 또 상당히 친환경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희토류가 친환경적인 광물로 불리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게 필수다.

최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희토류 분리정제의 친환경공정 개발 및 비용절감을 위한 관리기술개발’을 통해 희토류 생산 공정 부산물에서 토륨 성분을 회수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희토류광 개발시 친환경성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일본 나가사키 자원개발연구소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운봉산 일대에서 채광된 광석(희토류 원소 포함한 감람석) 적분반사율이 85% 이상 높게 나타나 원적재료로서 상당히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고성 운봉산 광석은 화산 분화로 용암이 굳어지면서 생성된 물질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트륨과 탄타늄, 세륨 등 30여종 희토류 원소를 함유한 집합체라고 명시했다.

감람석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우덕희토류 송태윤 본부장은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노후수도관은 필연적으로 녹이 슬게 되는데, 수도관을 만들 때 희토류 원소를 포함한 감람석을 활용하면 녹슬지 않는 수도관도 가능하다”며 “게다가 수돗물 등에 이 광석을 넣어놓으면 24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천연 알카리수가 되는데, 기본적으로 물 산성화를 막을 수 있고 녹조를 제거하는 효과까지 가지고 있어 이 광석을 활용하면 매년 50억원씩 소요되는 녹조 제거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토류는 알아갈수록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을 유발하는 광물이고 그래서 매력적인 자원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희토류의 그 알 수 없는 가능성에 여러 국가와 기업, 그리고 자원 관련 학자들이 주목하고 있고 향후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꾸는데 핵심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광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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