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비닐포장재 사용량 급증
사용량 감축 위한 자발적 협약 체결 방안 나와
면세점 비닐봉투 유상 판매 법안 통과 힘들듯
환경부, 입법 통한 해결책 마련에 난색

롯데면세점 본점에 있는 계단에 상품 상자가 담긴 비닐봉투가 줄줄이 놓여 있다. (김형수 기자) 2020.3.20/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면세점 본점에 있는 계단에 상품 상자가 담긴 비닐봉투가 줄줄이 놓여 있다. (김형수 기자) 2020.3.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비닐 소재로 만들어진 포장재나 봉투는 세계 곳곳에서 퇴출 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에어캡으로 꽁꽁 싸맨 제품을 비닐봉투에 넣어주는 면세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7일 오전 방문한 명동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마주친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들의 손에는 구입한 상품이 가득 담긴 비닐봉투가 들려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잘 찢어질 것 같지도 않은 두꺼운 면세점 비닐봉투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상품 상자가 가득 담긴 비닐 봉투는 웬만한 힘을 가해도 늘어나거나 파손되지 않았다.  

◇면세점 있는 인천공항 1년 비닐폐기물 발생량 1000톤

신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면세점에서 사용되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국내 면세업계 ‘빅3’가 사용한 비닐쇼핑백의 양은 2016년 약 7088만장에서 2018년 약 7984만장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롤형 비닐완충재 사용량은 25만롤에서 38만롤로 급증했다. 면세점이 입점한 인천공항에서 나오는 비닐폐기물은 1년에 1000톤이 넘어간다. 

면세업계의 비닐 포장재 과다 사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면세업체들은 반응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중순 생분해 에어캡과 친환경 종이쇼핑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롯데면세점 인천 통합물류센터와 인천공항점에 시범 도입된 생분해 소재 비닐은 토지 매립 시 180일 이내에 80% 이상 자연 분해되는 제품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인증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생분해성 비닐봉투와 종이봉투 쇼핑백 현재 공항 면세점에만 도입된 상태이며, 다음달에는 전 점포로 확대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제공) 2020.3.20/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면세점은 물류 운송수단을 행낭(좌)에서 재사용 물류 박스(우)로 바꿨다. (롯데면세점 제공) 2020.3.20/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9월부터 통합물류센터에서 공항 인도장까지의 상품 운송 수단을 행낭에서 상품보호기능이 강화된 재사용 물류박스로 교체하며 상품 보호에 쓰였던 에어캡 사용량 감축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은 이에 더해 비닐 포장재를 생분해 소재로 교체함에 따라 연간 200톤의 비닐 폐기물을 감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면세점은 에어캡을 대신해 친환경 재생지를 사용하고 지속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에코박스를 도입해 올해 안에 에어캡을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에코박스는 물류 박스 안에서 에어캡 대신 상품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비포장 물품을 확대해 비닐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도입하고 행낭을  플라스틱 용기로 대체하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면서 “물류 및 포장 비용이 늘어나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생각은 기우”라고 설명했다. 

◇면세점 자구책 있지만 근본 대책 마련돼야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비닐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개별 면세업체들의 움직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태희 국장은 “뽁뽁이 등 비닐포장재 줄이려는 면세업체들의 노력은 있었는데 비닐봉투 관련 움직임은 없어서 지난해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재활용이 쉽거나 재사용을 모색할 수 있는 봉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희 국장은 비닐봉투의 소재를 바꿀 것이 아니라 사용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희 국장은 “롯데면세점이 생분해성 비닐봉투 도입한다고 하는데, 원천적으로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법을 개정해 비닐봉투를 유상제공하는 방안 등을 자발적 협약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희 국장은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태희 국장은 자발적 협약에 △가능한 액체류에만 최소한으로 비닐 포장용 완충재 사용 △소비자에게 비닐봉투 사용여부 선택권 부여 △얇고 단일 재질인 비닐봉투나 재활용이 쉬운 종이봉투 보급 등의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부는 자발적 협약 체결에 미온적 태도를 나타냈다. 자발적 협약을 맺는 방안은 지난해 토론회에서 언급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논의나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면세업계가 원하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자발적 협약 체결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지는 않다. 

입법을 통한 대책 마련에도 난색을 표시했다. 신창현 의원이 지난해 8월 면세점에서의 비닐쇼핑백 유상판매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번 국회에서의 통과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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