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제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9월부터 1941년 5월까지 영국 런던은 나치 독일의 집요한 공습을 받게 된다.

레이더의 도움으로 영국 공군(RAF) 전투기들이 필사적인 영공 방어에 나서지만 워낙 많은 폭격기들이 넘어 오니 뚫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사 영상도 많고 관련 영화도 꽤나 다양한데 기록에 의하면 267일간 무려 71회의 공습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용케 폭탄이 빗나가는 세인트 폴 대성당을 보며 '신의 은총'을 느꼈다는데 독일 조종사들이 육안 식별용 좌표로 삼아 그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연히 5만명선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멀쩡한 건물은 거의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런던 시민들은 식사하고, 맡은 일을 하고, 사랑도 하고 생활을 이어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히틀러가 1941년 6월 소련 침공에 따른 준비와 갈수록 높아지는 폭격기 손실을 줄이기 위해 결정한 공습 중지였다.

시간은 흘렀고 전세가 바뀌어 이번에는 독일 베를린이 연합군 폭격기의 발아래 놓이게 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매일같이 하늘에 새까많게 뜬 폭격기들이 고폭탄과 소이탄을 뿌려 댔고 베를린 시민들은 런던시민들처럼 방공호로, 방공호로 내려가야 했다.

사진은 베를린 최대의 번화가인 쿠담거리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다.

1895년 독일 통일을 기념해 황제인 빌헬름 1세가 건립한 기념비적 조형물로 역사적 명소다.

베를린 폭격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전한 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의미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별칭은 '썩은 이빨'인데 베를린을 관광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 가보는 곳이기도 하다.

1945년 봄 전쟁이 끝난지 75년이 흐른 2020년 3월 다시 독일과 영국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예전에는 존재도 알고 형체도 분명한 주적(主敵)이 있었던데 비해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적과 벌이는 전쟁이 다른 점이다.

이번에는 대한민국도 아니 온 세계도 함께 싸우는 이 전쟁은 어느 노랫말처럼 시작도 끝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다. 

 

 

O...우리나라 5300만 인구중에 65세 이상은 대략 14% 선이라고 한다. 대략 740여만명이라는 이야기다.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고 하니 우리 인구중에 한국전쟁을 실제 기억하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추론하기 위함이다.

친척형들이나 선배들,아는 분들로부터 들은 것을 종합하면 확실하게 기억하는 경우는 해방동이 이전 세대가 아닐까 한다.

100%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전쟁이든 전선이 있으리라.(공중에서 폭격하는 것은 그렇다치고...)

그런 이유로 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들은 목숨을 잃고 살과 뼈가 나가는 부상을 입고 하지만 이른바 후방은 나름의 일상을 영위하기 마련이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당연히 물자가 궁핍해 많은 고생을 하겠지만 기본적인 세상살이는 한다는 뜻이다.

피난수도 부산에서도 비록 천막이지만 학교는 돌아갔고 입학과 졸업도 이루어졌다. 엉성하긴 했겠지만 식당도, 술집도 돌아갔다. 

이번 전쟁은 그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두 해 정도 지난 듯 하지만 우리네 일상(日常)이 비상(非常)으로 바뀐 지 이제 두달여다.

그래서 요즘 너나없이 보통의, 아무 표나지 않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무거운 것인지를 깨닫는다.

너무나 평범해 어떨 때는 짜증나고 기회만 되면 도피하고 싶어 했던 보통의 생활이 이다지도 대단한 것임을 우리는 잊고 살았다.

직장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직장에 나가 일하고 가끔 출장도 가고 동료들과 생맥주 한잔 들이키며 말도 안되는 헛소리하는 것이 사는 재미 아니던가.

학생은 학교에 나가 공부하고 친구들과 떠들고 공 차고 급식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하는 너무나 기본적인 생활말이다.

상인은 상점에 나가 손님을 맞고 택시기사는 승객을 태운 채 이리저리 씽씽 달려야 하는데 그야말로 올 스톱이 된지 기억도 아스라하다.

문제는 언제쯤이면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어떤 희망이나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영 그렇지를 못하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이 느낌은 과연 나혼자만의 것일까. 

지난해 이맘때쯤이면 신문과 TV에 남도의 흐드러지게 핀 매화며 산수유 소식도 여러번 올랐을테고 축구와 야구 시즌 개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떠있었을 게다.

내달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 많은 곳에서 "내가 잘났네, 니가 못났네" 떠들고 있을텐데 주변에 보면 선거 이야기 하는 사람 정말 없다.

많은 국민들이 먹고 사는, 그야말로 생활의 가장 기본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정치는 뒷전일 수 밖에 없다. 경제가 아니 돈이 최우선이다.

갖고 있는 주식은 휴지같은 기분이 들고 실직,폐업이 줄을 잇는데 한 채 있는 아파트의 세금은 예정대로 올린다는 소식이다.

 

 

O...이번 기회에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한 부분이 인류가 이제껏 일군 과학 문명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평소에 관심도 별로 없고 정말 문외한이지만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금세기를 사는 인류는 너무나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고 여겼기에 늘 경외의 대상이었다.

저 별은 지구에서 몇 천 광년(光年) 떨어져 있고 태양계는 어떻고 은하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는 그렇다 치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우주에 나가 벌거별거 실험도 하고 몇 개월씩 있다 귀환하고 하는 지구인들이 아니던가 말이다.

심해(深海)의 생물중에는 이런 것, 저런 것이 있고 이 화석,저 화석은 몇백만년전 살았던 어느 동물이었음을 규명하는 장면을 보면 정말 경이롭다.

지구의 기상도 웬만큼 예견할 수 있고 비도 원하면 내릴 수 있게 한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변종이고 뭐고 간에 새로운 놈이라고는 하나 기이한 바이러스가 어느 날 출현한 후 실체가 무엇인지, 어떤 것에 강하고 약한지를 당최 규명하지 못하는 현실을 어찌 보아야 하는 것일까.

하긴 암 퇴치와 관련, 지난 20년간 나온 세계의 보도 자료를 쌓으면 아마 몇 층 건물 높이는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낙담해 넋 놓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님은 분명하다.

지구 최대의 유통 기업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신규 직원 10만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정도의 문제겠지만 음이 있으면 양도 있다.

수천년에 걸쳐 바꾸지 못했던 것을 불과 100년사이에 모든 것을 환골탈태한 지금의 지구촌 인류다.

몇달후 아니면 반년후 바이러스의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지고 백신이 나온 후 우리도, 지구촌 인류도 불과 얼마전 겪었던 그 낙담과 실패, 불편을 옛이야기처럼 할 지 그 누가 알겠는가.

20일은 춘분이었다.

바로 얼마전까지 출근을 위해 나설 땐 사위가 깜깜했는데 지금은 밝은 햇빛을 받으며 전철역으로 향한다.

세상 이치가 그럴 것이리라.

인류사(人類史)는 거듭된 실패를 종국에 성공으로 변환하는 그것이었다 믿는다.

엊저녁 아내로부터 들은 한 마디 이야기는 나를 크게 반성하게 했다.

두루마리 휴지 사 온 지 얼마 안됐는데 다 떨어졌으니 나간 길에 사 오라는 것이었다.

온 가족이 집에 있으니 무서운(?) 속도로 사라진다는 설명과 함께 였다.

두루마리 휴지 사재기를 하는 외신 사진을 보며 화를 많이 냈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간다.

"그래도 우리 나라는 화장지고 먹거리고 사재기는 안 하잖아?"

아내의 대답은 간단했다.

"택배가 갖다 주잖아!"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 교복입은 중고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거슬렸던 기억이 꽤나 많다.

지금은, 시끄러워도 좋으니 어서 빨리 그들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거듭 의료진, 방역당국, 자원봉사자들에게 온 마음으로 경의를 표한다. 특히 택배 일 하시는 분들께도 위로와 인사를 전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그린포스트코리아 양승현 편집위원]

yangsangsa@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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