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환경공단·선관위, 별도 ‘선거 폐기물’ 통계 전무
일각 “모바일 등 온라인 미디어 활용해 선거 쓰레기 없애야”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홍보물.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홍보물.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환경부는 무려 18년 전인 2002년, 같은 해 6월 13일에 실시되는 ‘제3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기간 중 다량의 선거홍보물이 제작·배포되고 수많은 연설회가 개최될 것에 대비해 ‘쓰레기 없는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관리대책’을 수립·추진한 적이 있었다. 2002년이면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해다.

갑자기 18년 전 환경부 정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관련 자료가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거로 인해 발생하는 벽보, 현수막, 전단, 명함 등 ‘선거 쓰레기’가 얼마나 발생하고, 이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자료를 찾아본 결과 2002년 ‘쓰레기 없는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관리대책’이 전부였던 것.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심지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선거로 발생하는 선거 쓰레기에 대한 별도 통계가 없는 것은 물론, 향후 이 선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지에 대한 대책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음달 15일이면 총선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총선이 연기될 수 있다는 말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거 폐기물이라고 별도로 집계하거나 관리하지 않지만 각 선거 후 지자체나 수거업체가 최대한 재활용하고 있다”며 “사실상 버려지지 않으면 쓰레기가 아닌 상황에서 선거 폐기물을 특별하게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또한 “환경부는 2018년에 ‘선거현수막 재활용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며 “이 시범사업은 지자체가 수거한 현수막이 수요처 부족 등의 이유로 80% 이상 소각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자체에서 수거한 현수막은 일부가 폐의류, 청소용 마대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사용한 현수막은 약 13만개(서울 약 3만개)에 이르고 전부 소각 처리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4000만원 수준이다.

이 정도가 환경부의 선거 쓰레기 대책이다. 솔직히 2002년뿐만 아니라 매 선거마다, 그리고 올해 선거에도 엄청난 양의 선거 쓰레기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데 정부 차원의 아무런 대응책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혜영(나비씨)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작품명 93日_쓰레기 없는 선거/그린포스트코리아
최혜영(나비씨)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작품명 93日_쓰레기 없는 선거 : 최혜영 일러스트레이터는 환경을 위해 매일 한 컷 씩 관련 그림과 짧을 글을 쓰는데, 쓰레기 없는 작업 방법으로 모바일을 이용한 최소한의 그림을 그린다. 또한 인쇄물 적용시 발생할 수 있는 환경피해를 생각해 색을 사용하지 않고 굿즈나 2차 상품과 같은 상업적 생산을 자제하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 인터넷 강국, 선거 운동 여전히 ‘오프라인’

18년 전 통계를 담고 있지만 다시 2002년 환경부 ‘쓰레기 없는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관리대책’을 살펴보면, ‘제3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는 선거 홍보 벽보, 후보자 사진(차량부착용), 선거공보 및 책자형 소형인쇄물, 명함 등 총 5종, 6억5000만매 선거 홍보인쇄물이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홍보인쇄물 제작에 소요되는 종이 사용량은 9145톤에 달했다.

게다가 당시 선거사무소 및 연락사무소별로 현판 또는 현수막을 3개 이내 설치토록 규정해 총 3만5340개 현판 또는 현수막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후보 지지를 위한 1회용 막대풍선, 법정 홍보물 이외 유인물, 신문지, 담배꽁초 등의 쓰레기가 다수 버려져 사실상 집계된 선거 쓰레기 이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과 2020년. 통계상 분명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각종 온라인 미디어가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선거 운동은 오프라인에서 인쇄 홍보물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미디어는 분명 후보자들의 홍보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선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주로 환경 이슈를 작업하는 최혜영 일러스트레이터(나비씨)는 “환경을 위해 매일 한 컷 씩 관련 그림과 짧을 글을 쓰고 쓰레기 없는 작업 방법으로 모바일을 이용한 최소한의 그림을 그린다”며 “특히 일러스트가 인쇄물 적용시 발생할 수 있는 환경피해를 생각해 색도 사용하지 않고, 심지어 굿즈나 2차 상품과 같은 상업적 생산도 자제하고 있다”고 본인 일러스트 작업 방식을 소개했다.

최 일러스트레이터는 이어 “대형마트에서도 인터넷 전단을 제작하고 있는데 선거 후보자 정보 전단 정도는 선택적으로라도 모바일로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현수막도 재생 원단으로 제작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우리나라 환경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흐릿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면서 선거 과정만큼이라도 환경에 피해 주지 않도록 고민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실제로 각 정당의 후보자들은 기후변화 등과 관련한 환경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당장 선거를 통해 발생하는 선거 쓰레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보편적이고 동등한 선거 홍보물 접근성을 위해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노인 등 정보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은 후보자들을 소개하는 인쇄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일러스트레이터가 언급한 것처럼 젊은 유권자 중심으로라도 모바일 홍보물을 제공하고 인쇄물을 제작하더라도 색이 들어가지 않거나 친환경 인쇄방식 또는 재생지를 사용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정부부터 선거 쓰레기 발생을 별도 집계할 의지가 없으니 당분간은 실현되기 어려운 바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임박했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선거 후 남을 선거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후보는 없다. (사진 국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총선이 임박했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선거 후 남을 선거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후보는 없다. (사진 국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선거 쓰레기, 재활용이 답이라고?

선관위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지역구) 선거비용제한액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평균 1억8181만4229원이다. 이 중 선거 홍보예산의 경우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라 별도 집계가 어렵다고 한다. 

다만 2016년에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기준을 살펴봤을 때, 선거벽보의 경우 2016년 3월 21일까지 후보자(비례대표국회의원 후보자 제외)가 작성·제출할 선거벽보 수량을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가 공고했고 후보자는 이를 작성해 같은 달 30일까지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후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4월 1일까지 지정된 장소에 첩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첩부 기준은 ‘읍 및 동’은 인구 1000인에 1매, 인구 5000인을 넘는 ‘면’은 50매에 인구 5000인을 넘는 매 1000인마다 1매를 더한 매수, 인구 5000인을 넘지 않는 ‘면’은 인구 100인에 1매다. 사실상 선관위는 이 제한 기준을 지키는지 여부만을 확인하고 위반시 제재를 가하는 역할을 하지만 선거 이후 선거 쓰레기 처리와 관련한 아무런 제한도 가하지 않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지자체 인구에 따라, 그리고 각 후보자 예산에 따라 매번 달라지고 있는 선거 홍보물에 대해 규격과 매수 등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제한을 가하고 있다”며 “환경부나 지자체 등이 협조를 요청하거나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친다면 모를까 선관위 자체적으로 선거 쓰레기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주요 환경단체들 조차 각 후보자들 환경 공약을 감시하거나 거시적인 기후변화 등의 이슈에 관심이 쏠려 있어서 정작 선거를 할 때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한 지적이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선거 쓰레기를 직접 치우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는 하지만 선거 쓰레기 자체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은 아직까지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도 수많은 인쇄물과 현수막 등이 발생할 텐데 부디 최대한 재활용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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