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않은 음식, 구체적으로 무엇이 얼마나 버려질까?
데이터와 IT기술 활용한 음식 쓰레기 줄이기 세계적으로 확산
못생긴 식재료 소비 촉진하고, 자투리 식재료도 음식으로 변신

한국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1만 5000여톤. 한사람이 매일 300그램의 음식 또는 식재료를 버립니다. 버려진 음식물은 처리 과정을 거쳐 재사용하고 바이오가스 등으로 자원화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많이 버려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은 음식과 사용되지 않은 식재료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환경적 문제,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의 효율성에 대한 경제적 문제, 수많은 인류가 여전히 배고픔에 시달리는데 한편에서는 많은 음식이 버려진다는 관점에서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지금보다 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숙제가 무엇인지.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단체, 기업과 사회가 각각 또는 함께 실천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열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린패스'는 무엇을 얼마나 버리는지 구체적으로 집계하는데서 실마리를 찾았다 (린패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린패스'는 무엇을 얼마나 버리는지 구체적으로 집계하는데서 실마리를 찾았다 (린패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려면 적당한 양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되지 않은 식재료나 남은 음식이 있다면 그것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방법도 찾아야 한다. IT 기술이 음식물 줄이기에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다.

앞선기사에서 언급했듯 버려지는 음식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과 유통, 보관, 조리, 식사, 남은 음식물 처리라는 전체 과정에서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부분이 어디인지 찾아내서 그것을 줄여야 한다. 데이터 분석과 IT기술 등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기여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EU 보고서에서 따르면 국가별로 음식물 쓰레기 발생 패턴은 차이를 보인다. 소위 ‘선진국’에서는 소비단계에서, 개발도상국에서는 식품을 저장하거나 운반하는 단계에서 폐기가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등에서는 식재료 판매점이나 가정, 식당 등 소비자가 직접 음식과 접촉하는 곳에서의 낭비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점에서의 낭비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 먹지 않은 음식, 구체적으로 무엇이 얼마나 버려지는가

IT스타트업들이 이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수년전부터다. 미국에서 창업한 ‘린패스’ 사례를 보자. 이들은 ‘어떤 음식이 언제 얼마나 버려지는지’, ‘버려진 음식물의 경제가치는 얼마인지’를 따졌다. 국제사회나 정부가 아닌 일개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되는 양을 예상하기 보다는 버려지는 것을 집계하는 게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어서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카메라와 스마트저울이다. 주방에서 음식을 버리면 카메라가 사진을 찍어 분석하고 직원이 추가 정보를 입력한다. 무엇이 얼마나 버려지는지 데이터가 모이고 그에 따라 식재료 주문양을 조절한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버려진 음식물의 경제적·환경적 가치도 숫자로 환산된다.

예를 들어 대형 구내식당에서 양배추 1.4kg을 1년 동안 매일 버렸다고 가정하면 돈으로 환산해 175달러, 물 2625리터 등의 수치를 보여준다. 요일별로 쓰레기가 얼마나 나왔는지, 가장 많이 버려진 재료가 무엇인지 등도 그래프로 시각화한다.

린패스 CEO 앤드류 샤트맨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셰프들은 누구나 음식물을 절약하고 싶어하지만 매일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버려진 것들을) 정확히 계량하고 수치를 분석할 시간이 없다. 우리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음식물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컨트롤'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푸드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와 IT기술에서 해법을 찾는다. (린패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음식물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컨트롤'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푸드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와 IT기술에서 해법을 찾는다. (린패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잘 조직된 정보가 중요하다”

아이디어로만 머물지 않았다. 구글이 린패스와 손 잡았다. 구글은 지난 2014년부터 린패스와 음식물 쓰레기 현황을 분석했다. 구내식당 식기반납 코너에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 현황 정보를 알리는 모니터도 설치했다. 해당 시스템 도입 후 5년 동안 구글 본사 식당에서 2.7톤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를 감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는 이유는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잘 조직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구내식당에서 주문한 식재료의 상당수가 버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다. 맛이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흠집이나 모양 때문에 상품가치가 떨어진 ‘못생긴 농산물’을 구입해 사용하고 자투리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개발했다. 아스파라거스 줄기로 수프를 끓이거나, 남은 커피 원두를 건조한 다음 분쇄해 글루텐프리 밀가루로 사용했다.

구내식당에서의 음식물 쓰레기줄이기는 흔히 ‘잔반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인식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숙제다. 하지만 데이터로 구체화해 식재료 구매부터 조절하면 또 다른 효과도 더기대할 수 있다. 구글과 린패스의 사례가 그 근거다.

미국 위스콘신 병원 GLHS도 음식물 쓰레기를 정확하게 집계하면서 식재료 구매량을 재조정하고 폐기량을 줄였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스마트 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8개월 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50%이상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 대학도 린패스 시스템을 사용해 식재료 낭비를 줄였다. 대학병원이 분석한 결과 주방에서의 음식 쓰레기가 2년간 34.5% 감소했고 약 6만 달러의 비용이 절약된 것으로 전해졌다.

◇ 못생긴 식재료 소비 촉진하고, 자투리 식재료도 음식으로 변신

적당양의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과 더불어 중요한 게 있다. 사용되지 않은 식재료가 제대로 소비되도록 돕는 일이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못생긴 농산물’에 집중한 푸드테크도 있다. 미국 스타트업 ‘임퍼텍트 프로듀스’는 외관상의 이유 등으로 대형 유통사에 판매되지 못한 ‘어글리 푸드’를 농가에서 구매해 소비자에게 싼 가격에 팔았다. 현지 농가는 폐기 위기에 처했던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식재료를 구매했다.

국내 푸드테크 ‘지구인컴퍼니’도 음식물 재고를 줄이자는 생각에서 못생긴 농산물에 주목했다. 외관상 문제로 상품성이 떨어진 과일이나 채소를 가지고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었다. 못생긴 귤로 만든 스프레드, 못생긴 사과로 만든 피클, 못생긴 포도로 만든 즙 등을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업사이클링을 식탁에 접목한 기업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스타트업 ‘리그레인드’는 맥주를 만들고 남은 곡물로 에너지바를 만들었다. 양조장에서 남은 곡물찌꺼기를 활용한 그래놀라 바다. 리그레인드는 도심 속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곡물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데서 착안해 에너지바 제조를 구상했다.

양조 과정에서 남은 곡물에는 단백질과 섬유소 등이 남아 있다. 기존 곡물보다 당분과 칼로리는 낮고 맥주 만드는 과정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더해진다. 에너지바는 무알콜이며 맥주맛이 나지 않는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미국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 스낵 브랜드 ‘야파’에서도 맥주 찌꺼기에 주목했다. 이들은 맥주 찌꺼기와 주스 착즙 과정에서 나오는 채소 찌꺼기 등을 닭고기와 섞어 스낵을 만들었다.

영국에서 설립된 ‘토스트 에일’은 자투리 빵으로 맥주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밀과 보리 등 곡물이 필요한데 사용하지 않은 자투리 빵 조각을 잘게 부숴 맥아 보리를 일부 대체한 것. 샌드위치를 만들 때는 미관상의 이유로 빵 끝부분을 잘라내거나 크기를 맞추기 위해 자투리 빵을 버리는 경우가 있고 영국에서 샌드위치 빵 조각만 하루에 천만 조각 이상 발생한다.

적당양의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과 더불어 중요한 게 있다. 사용되지 않은 식재료가 제대로 소비되도록 돕는 일이다. 영국에서 설립된 ‘토스트 에일’은 자투리 빵으로 맥주를 만든다. (토스트에일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적당양의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과 더불어 중요한 게 있다. 사용되지 않은 식재료가 제대로 소비되도록 돕는 일이다. 영국에서 설립된 ‘토스트 에일’은 자투리 빵으로 맥주를 만든다. (토스트에일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먹지 못한 음식은 필요한 소비자에게 실시간 연결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 식당 등에서 팔지 못한 음식을 소비자와 연결시키는 서비스도 많다. 마트 등에서의 이른바 ‘마감세일’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 할인된 가격에 소비를 촉진하는 서비스도 있다.

스웨덴에서 출발한 ‘카르마’는 ‘팔리지 않은 식품을 구하라’는 취지로 시작됐다. 음식점이나 카페 제과점 등에서 남은 음식을 소비자에게 중개하는 시스템이다. 식당 측에서 남은 음식을 포장해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면 소비자들이 선택해 구매한다. 직접 찾아가도 되고 배달 받을 수도 있다. 먹고 남은 음식을 누가 사느냐 싶겠지만,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배달 등도 가능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남은 음식이지만 소비자가 깨끗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만 골라 판매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2015년 시작된 이 서비스는 1500개 이상의 업체와 50만명의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기자가 17일 오후 앱에 접속해봤더니 (유럽에 살았다면) 당장 구할 수 있는 음식이 매우 많았다.

덴마크 ‘투굿투고’도 남은 요리를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영국 ‘올리오’는 개인이 식재료를 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남거나 부족한 식재료를 타인과 소량 거래할 수 있어 음식 낭비를 줄인다. 일본에도 음식과 슈퍼에서 남은 음식을 싸게 판매할 수 있는 앱 ‘에이프런’이 사용되고 있다.

판매 마감이 임박한 상품 등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앱은 국내에도 있다. ‘라스트 오더’는 ‘낭비없는 음식문화, 마감할인’을 캐치프레이즈로 삼는다. 백화점이나 편의점, 식당과 카페 등에서 할인 판매하는 음식 정보를 알려준다.

국내에서는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지자체나 맘카페 또는 지역상인 등이 나서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구 새마을시장에는 반찬이나 먹거리를 냉장고에 넣어두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나눔하는 제도가 시행된 바 있다. 불우이웃 돕기 등의 일환이었는데,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당시 “식재료 나눔 등으로 확대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교보건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의 70%는 가정과 소형음식점에서 나온다. 대형음식점은 16%, 집단급식소는 10%, 그리고 유통과정에서 4%가 발생한다. 음4인 가족이 음식물쓰레기를 통해 배출하는 연간 온실가스를 없애려면 소나무 149그루가 필요하다.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식재료와 음식의 순환구조 전체를 큰 틀에서 내려다보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4편]에서는 환경적인 이유로 식단을 조절하며 채식 또는 절식 등에 나선 국내외 유명인 사례를 소개합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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