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등 각종 의혹에도 주주총회 안건상정
사회적 책임 논란에도 사내이사 재선임 강행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으로 제동 걸어야

효성그룹(효성그룹홈페이지) / 그린포스트코리아
효성그룹(효성그룹홈페이지) /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횡령과 배임혐의로 재판 앞둔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 20일 주총 앞둔 효성 조현준 회장, 사내이사 연임할까

효성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연임과 보수 한도, 재무제표 승인 등의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이 사회적 무리에 따른 비판적 시선을 이유로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조 회장은 조 석래 명예회장과 함께 효성의 분식회계와 탈세 등 8천억 원의 비리 관련된 재판을 진행 중이다.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이 선고됐으며 현재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조 회장은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로 2018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됐다. 당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상장이 무산되자 개인 보유지분을 회사가 재매수하도록 해 17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

1심에서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와 관련한 179억원의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조 회장이 2007년부터 친분이 있는 지인 등을 허위 채용해 약 3억7천만 원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과 또한 서류 조작을 통해 근무하지 않은 측근에게 12억4천300만 원의 급여를 허위로 지급한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조 회장은 자신과 관련된 여러 재판의 변호사 비용을 효성이 대납하도록 한 횡령 혐의로도 2019년 12월 검찰에 송치됐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재가 불분명했던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까지 등장하며 조 회장 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효성그룹 계열사들을 고발하며 ‘형제의 난(亂)’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효성 측은 50%가 넘는 탄탄한 지분율을 앞세워 사내이사 연임을 밀어붙인다는 복안이다.

물론 효성그룹은 지주사 효성을 포함한 주력 5개회사가 영업이익 1조102억 원을 거두는 등 실적반등에 성공했다. 2016년 이후 3년 만의 성과로 경영적 측면만을 놓고 본다면 사내이사 재선임은 전혀 문제가 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 회장은 횡령과 배임 등 각종 혐의로 기업가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만큼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게 사실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활동을 선언하면서 사내이사 재선임 논란에 불을 지핀 상태다.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과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하고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등의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일 주주총회를 앞둔 효성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20일 주주총회를 앞둔 효성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기업사유화 논란...시민단체 국민연금이 효성 등 기업견제 강화해야

국민연금은 지난해 의결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20일 효성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된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은 대림산업과 함께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로 경영 개입하는데 빌미 제공했다는 이유로 업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해당 기업 고발 조치 후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개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주 수입 원천인 기업을 압박하는 데 앞장서게 된 점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하며 사태를 키웠다.

하지만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 등 관련 지분이 과반을 넘는 54.72%을 차지하고 있어 지분율이 10% 안팎에 그치는 국민연금이 재벌 총수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안건을 부결시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최근 삼성전자 등 주요 상장사 56곳의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지만 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단순투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효성은 오너 회사의 지분이 높은 기업에만 배당을 밀어준다는 의혹도 있다.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에 보내는 공개 주주 서한에서 "효성티앤씨가 최근 결정한 주당 2천원의 배당금은 배당성향 약 9.3%에 불과해 국내 주요 화학기업의 평균 배당성향 3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시의 지분을 15.6% 보유한 2대 주주다.

또한 조 회장이 지분 41%를 보유한 효성투자개발과 배당을 30% 늘리기로 한 효성ITX의 배당성향을 보더라도 조 회장의 배당금은 과도하게 늘어난다.

이에 시민단체는 기업 사유화에 대한 집회를 벌이며 국민연금이 효성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효성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효성 홍보실 관계자는 “기업은 경영성과가 중요하고,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 등 여러 변수로 글로벌 위기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최근 성과가 뛰어났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판이 진행중이나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내려진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오너 관련 회사에 높은 배당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효성화학 같은 경우 배당이 높았던 사례도 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본사(그린포스트DB) / 그린포스트코리아
국민연금관리공단(그린포스트DB) / 그린포스트코리아

◇ 국민연금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안하나? 못하나?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월 '문제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어 "올해 주주총회부터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활동에 돌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정상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2020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 국민 노후자금의 충실한 수탁자로서 국민연금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와 활동을 진행하는지 여전히 드러나고 있지 않다"며 "국민연금은 대표적 문제 기업인 효성, 대림산업 등과 관련해 횡령·배임·사익 편취 등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의 자격제한 정관변경  및 독립이사 추천 주주제안, 주주 대표소송·손해배상소송 등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속히 돌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노 연구위원은 "적극적 주주활동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막바로 적극적 주주활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가이드라인 마련을 이유로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기금운용위·전문위원회가 새로 구성되기 전까지 주주활동을 제대로 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민연금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기금운용본부 대외협력단 관계자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어서 따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지가 “특정 기업 주총에서 어떤 의견을 낼 것인지가 아니라, 큰 틀에서 올해 주총기간에 주주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재차 물었으나 이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소통실 관계자에게도 같은 내용을 물었으나 해당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에서 답해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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