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덜 나쁜 행동 아닌 좋은 행동
​​​​​​​노동・여성 인권 이슈도 다뤄야

올해 초 뉴욕에서 패션업계의 기후긍정성을 논의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스터디홀 제공) 2020.3.16/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초 뉴욕에서 패션업계의 기후긍정성을 논의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스터디홀 제공) 2020.3.1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지속가능성을 대체할 패션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기후긍정성이 떠올랐다. 지구에 덜 나쁜 행동을 하는 데서 그치지말고 환경에 좋은 행동을 하자는 것이다. 

올해 1월말 뉴욕 맨해튼에서는 패션업계의 환경친화적 앞날을 논의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개최사를 하며 행사의 막을 올린 자스민 솔라노(Jasmine Solano)는 “모두가 열성적 기후 지지자(Climate Enthusiast)가 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에겐 무관심하게 있을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빨리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유엔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따른 불가역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10년의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 폐수 발생량의 20%, 탄소 배출량의 10%는 패션 산업에서 나온다. 패션 업체들이 지닌 책임이 적지 않은 셈이다. 

패션 업체들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로는 합성섬유가 꼽힌다. 주로 석유에서 추출한 재료로 만든 합성섬유를 옷의 재료로 널리 사용한 패션업계도 미세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세탁 과정에서 합성섬유로 제작된 옷에서 떨어져 나온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나간 미세플라스틱은 북극의 눈에서도 발견됐다. 

콜롬비아대학교 라몬트-도허티 지구 천문대(Columbia’s 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의 과학자 마르코 테데스코(Marco Tedesco)는 “한가지 분명히해야할 점이 있다”면서 “만들어진 모든 플라스틱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으며 어딘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마르코 테데스코는 이어 “우리는 물건을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 관점에서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긍정성이란 개념은 이 지점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기후긍정성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활방식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데서 나아가 환경적 이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고민하는 슬로우팩토리 재단의 설립자 셀린 세만(Céline Semaan)은 “패션은 지금까지 과학과 플라토닉한 관계만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패션 업계에 행동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 중요한 지식들이 스며들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슬로우 팩토리의 설립자 셀린 세만 (셀린 세만 인스타그램 캡처) 2020.3.16/그린포스트코리아
슬로우 팩토리의 설립자 셀린 세만 (셀린 세만 인스타그램 캡처) 2020.3.16/그린포스트코리아

테난 쉬로스(Theanne Schiros) 패션공과대학(FIT) 조교수는 합성섬유의 대안으로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섬유를 제시했다. 박테리아, 조류(藻類), 곰팡이 등에서 뽑은 실로 옷을 짓는 방식이다. 테난 쉬로스 조교수는 2018년 1월 조류로 뽑은 실로 제작한 탱크탑을 입고 테드(TED) 강연을 하기도 했다. 

테난 쉬로스 조교수는 직물 생산에 과학과 디자인을 융합하려 힘쓰는 회사 알지니트(Algiknit)에서 과학 고문을 맡고 있다. 그의 학생들은 패션공과대학에서 의류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조류 섬유 개발에 힘쓰는 중이다. 

테난 쉬로스 조교수는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저 생존하기만 하는 중인가?”라고 질문하면서 “우리는 과학의 도구와 데이터를 갖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할지도 알고 있다. 그것이 기후긍정성”이라고 말했다. 

기후긍정성을 합성 섬유에서의 탈피에만 국한시키지말고 보다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셀린 세만은 “기후 위기를 보다 세계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기후 위기는 한 각도에서만 접근하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셀린 세만은 기후 위기가 난민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 2초마다 한 명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전문가 릴리안 리우(Lilian Liu)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노동환경 문제를 지적했다. 릴리안 리우는 “전 세계에서 60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패션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다”면서 “그 중에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2%에 불과하다”고 했다. 

젠더 이슈도 기후긍정성이 끌어안아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패션업체들이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더 싼 가격에 옷을 공급하기 위해 값싼 노동력을 지닌 개발도상국들을 과거에 식민지를 정복하러 다녔던 것처럼 찾아다니는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섬유를 구입하면 싸다는 편견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의류나 섬유 제작자들은 공정한 가격을 받지 못하게 된다. 천연염료 대신 합성염료를 쓰게되기 일쑤다. 합성염료는 안 그래도 부족한 물을 오염시며 물 부족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기니 등 아프리카 국가에선 섬유 염색 사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많다.

테난 쉬로스 조교수는 “교육, 젠더 평등에 뿌리를 둔 파트너십은 기후 변화를 되돌리고, 기후 변화가 가져온 변화에 대한 회복력을 기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양생물학자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Ayana Elizabeth Johnson)은 “우리 모두가 현재 산업계의 전문적 트러블메이커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장선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이 지닌 힘을 발휘하며 기후 변화에 맞서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문화의 변화가 기후긍정성의 앞날을 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은 “정책과 법의 변화는 문화를 따라온다”며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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