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그램, 214칼로리...인간이 하루에 버리는 음식
경제 손실 1조달러에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
그린포스트의 제안,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한국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1만 5000여톤. 한사람이 매일 300그램의 음식 또는 식재료를 버립니다. 버려진 음식물은 처리 과정을 거쳐 재사용하고 바이오가스 등으로 자원화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많이 버려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은 음식과 사용되지 않은 식재료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환경적 문제,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의 효율성에 대한 경제적 문제, 수많은 인류가 여전히 배고픔에 시달리는데 한편에서는 많은 음식이 버려진다는 관점에서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지금보다 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숙제가 무엇인지.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단체, 기업과 사회가 각각 또는 함께 실천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열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음식물 줄이기 포스터(서울역・용산역 지하 대형 광고판) (사진 환경부 제공)
한국인은 하루에 300그램씩 음식물을 버린다. 전 세계인들이 먹지 않고 낭비하는 음식은 1인당 매일 214칼로리다.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그리고 윤리적으로도 문제다. 인류는 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문제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패션잡지 보그 이탈리아판의 에마누엘레 파네티 편집장이 최근 한 얘기다. 보그 이탈리아는 올해 1월호를 ‘사진 없는 잡지’로 만들었다. 평소 신제품 화보 등을 위해 사용되던 촬영 조명과 각종 설비에 소요되는 전력 등을 폭넓게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화보 촬영을 위해 사람과 제품이 한 곳에 모이는 과정에서 소요되던 에너지를 쓰지 않겠다는 것.

당시 파네티 편집장은 “이 결정은 우리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산업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치가 장기적인 개선방안이 아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변화는 어렵다. 하지만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변화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패션잡지와 사진 얘기를 꺼낸 것은, ‘꼭 필요해서 없애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을 줄이려는 노력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다.

◇ 300그램, 214칼로리...인간이 하루에 버리는 음식

인류는 누구나 먹는다. 그리고 많은 인류가 먹는 과정에서 음식을 버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5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인당 하루 214칼로리라고 추정했다. 최근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 연구진은 1인당 500칼로리에 육박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매뉴얼 ‘환경 그린라이트’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하루 1만 3,465톤이다. 그런데 이는 2010년 기준 자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 5680톤 안팎이다. 그동안 점점 늘었다는 얘기다.

이해하기 편리하도록 단순하게 나눠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약 300그램 배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프랑스(160그램), 스웨덴(86그램)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국내 전체 생활폐기물 중에서 음식물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30% 정도로 높다. 10% 내외인 미국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은 숫자다.

300그램은 고기 반근에 해당하는 무게다. 음식물쓰레기가 214칼로리씩 나온다는 통계 등과 함께 생각해보면, 인류는 하루에 한끼 가까운 식사를 그냥 버린다고 볼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적잖은 양이 재사용된다. 연 평균 1만 3465톤이 비료·퇴비나 에너지, 사료 등으로 재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가정에서도 음식물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높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가 많다는 것, 퇴비로 만들어도 양이 너무 많아 남는 경우가 생기고 음식쓰레기 수분을 짜내고 남는 폐수 등을 처리하는 데도 적잖은 비용과 노력이 투입된다. 지난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조치로 사육돼지에게 잔반 급여를 금지하면서 처리하지 못한 음식물쓰레기 물량이 쌓이기도 했다.

꼼꼼한 처리를 거쳐 많은 양을 재사용하거나 자원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쌓이는 물량이 많고 늘어나면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환경부 역시 "자원화가 우선인 적은 없으며 감량이 이뤄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 경제 손실 1조달러에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냉장고를 비워라

일부 소비자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묻어도 비교적 괜찮다고 생각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소비자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은 썩지 않아서 문제지만, 음식은 자연적으로 부패해서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에 사는 한 소비자도 “냄새 등 위생상의 문제가 있겠지만 일회용품에 비하면 매립 등의 처리가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 음식물쓰레기 중 상당수에는 염분이나 향신료 등이 포함되어 있어 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물 등 수분을 함유한 경우가 많아 더러운 물이나 이물질 등이 하천을 오염시킬 우려도 있다. 전문적이고 꼼꼼한 처리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앞서 언급한 학교보건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의 70%는 가정과 소형음식점에서 나온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으로만 매년 8천억원 이상 소요된다. 4인 가족이 음식물쓰레기를 통해 배출하는 연간 온실가스를 없애려면 소나무 149그루가 필요하다.

먹고 남는 음식만 문제가 아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식량 40억톤 중 3분의 1이 손실되거나 낭비된다. 경제적으로 연간 1조 달러. 한화 기준 1천조원이 넘는 규모다. 음식물 낭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규모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가 된다. 그 사이에 8억이 넘는 인구가 배고픔에 시달린다.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인 관점으로도 음식물 낭비를 막는 것은 지구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됐다.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2편]에서는 가정에서 식재료를 줄이는 노하우와 그로 인한 환경적인 영향을 짚어봅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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