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목표로 모으기 시작한 종이 영수증 일부. 해당 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으면 그만큼 환경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 (김동수 기자) 2020.3.12/그린포스트코리아
일주일을 목표로 모으기 시작한 종이 영수증 일부. 해당 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으면 그만큼 환경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 (김동수 기자) 2020.3.1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우리는 참 많은 종이를 사용하면서 살아간다. 별생각 없이 물건을 구매하고 찢어버리는 종이 영수증부터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A4용지 같은 복사지, 포장용 종이 박스, 전단지까지 눈을 돌려보면 이미 세상은 종이 천지다.

파피루스에서 기원이 된 이 종이는 인류 문명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기록매체로서 종이가 인류 3대 발명품(화약, 종이, 인쇄술) 중 하나로 추앙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종이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종이들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가령 받자마자 버려지는 종이 영수증과 과거 마트 내 비치됐던 종이박스가 대표적이다.

IT 기술의 발달로 이른바 ‘페이퍼리스’ 시대가 도래했지만 종이 소비량은 여전하다. 국민 1인당 종이 및 판지 소비량은 2018년 189.2kg이다. 연도에 따라 그 증감이 달라지긴 하지만 2009년 171.6kg에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2017년에는 한국의 1인당 종이소비량은 191.4kg로 세계 10위에 기록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종이를 사용하고 있을까. 기자가 일상에서 실제 종이 영수증과 A4용지 사용량을 파악해봤다.

◇ “일주일 동안 395원의 쓰레기를 사 오다”

우선 일주일 동안의 목표를 하나 세웠다. 그중 하나는 최근 선택발급제가 시행되는 카드 영수증이다. 평소 영수증을 받는 기자는 궁금해졌다. 내가 받는 일주일 치의 영수증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 종이들이 환경오염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말이다.

기자의 경우 보통 영수증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확인 후 버리거나 며칠 후 찢어 쓰레기통에 넣는다. 개인정보 보호와 화학성분이 들어 있는 감열지로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받자마자 버려지는 양이 전체 60%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영수증 한 장을 만드는데 보통 7.7원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졌다. 일주일 동안 물건을 구매하며 차곡차곡 쌓아 온 영수증은 모두 50장이었다. 각종 물건을 사며 덩달아 약 355원의 쓰레기도 함께 구매(?)하게 됐다.

환경오염은 어떨까.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영수증이 310억건 발행된다. 이를 위해 33만 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며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2000cc 승용차 2만1000대가 배출하는 양과 같다.

단순 계산한 결과, 하루에 약 7장의 영수증을 발급받는 기자는 1년 동안 30년 된 원목 0.02그루를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 셈이었다. 식목일에 나무조차 심지 않으면서 도리어 재활용도 못 해 소각하거나 매립 처리되는 종이들을 배출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

커피와 함께 종이 쓰레기 한 장도 구매(?)해왔다. (김동수 기자) 2020.3.12/그린포스트코리아
커피와 함께 종이 쓰레기 한 장도 구매(?)해왔다. (김동수 기자) 2020.3.12/그린포스트코리아

◇ 생존을 위해 1년 동안 물 730리터 마시는데 A4용지는 3만6500리터?

‘페이퍼리스’ 시대, 많은 회사에서 전자 결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회의는 물론 업무 보고, 자료 보존 등 많은 이유에서 아직 A4용지를 사용한다. 기자 역시 일주일 동안 모두 98장의 A4용지를 사용했다. 회의를 위해 출력하기도 했고 업무를 위한 자료 정리 차원에서 사용할 때도 있었다.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A4용지. 회사원들은 업무를 위해, 대학생들은 레포트를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사무용품이다. 이러한 A4용지 1장을 만들기 위해선 물 10리터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생산 과정에서 2.88g의 탄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산 결과, 일주일 동안 A4 용지로 인해 소비한 물은 980리터에 달했다. 하루 보통 2리터 물을 마시는, 그러니깐 생존을 위해 마시는 물의 양 보다 무려 70배의 양이 기자의 A4용지로 소비됐다. 또한 탄소 역시 282.24g를 배출한 셈이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다.

하루 10장을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이를 1년으로 계산해 보면 그 양은 더 어마어마하다. 총 3650장의 A4용지 소비로 물 3만6500리터를 소비하고 탄소 1.05kg을 배출한다. 나무로 따지면 30년 된 원목 1/3그루를 1년에 소비하는 꼴이다.

종이영수증과 달리 A4 용지 같은 흰 종이는 화장지나 인쇄용지 원료로 재활용된다는 점에서 위안이 될 뿐 찝찝함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예시로 든 종이 영수증과 A4 용지가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화장품만으로 종이 택배 상자(골판지) 2개, 화장품 포장 박스 4개, 내부 물품 지지용 종이 3개의 종이 쓰레기가 집으로 들어왔다.

결국 일상 속에서 종이 소비와 그 쓰레기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구매할 때마다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게 바로 종이 쓰레기다.

물론 현재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든 종이를 아예 사용하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종이를 퇴출하자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한 번쯤 무심코 사용하고 버리는 종이들이 얼마나 환경파괴를 하는지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의식적으로라도 쇼핑할 때 종이봉투 대신 가방을 이용하거나 분리수거통으로 내던져지는 A4용지를 이면지로 활용하는 데 더욱 신경 쓴다면 생각보다 많은 양의 종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게 앞에 종이 쓰레기가 배출돼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많은 물품을 구매하면서 포장용 골판지 박스는 물론 제품 포장 박스 등 다량의 종이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김동수 기자) 2020.3.12/그린포스트코리아
도로변에 종이 쓰레기가 배출돼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많은 물품을 구매하면서 포장용 골판지 박스는 물론 제품 포장 박스 등 다량의 종이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김동수 기자) 2020.3.12/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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