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과 냉방, 에너지 사용...주택의 기후변화 지분에 대해 생각하다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22%, 배출가스의 17% 차지
당신이 머무는 지금 그 집, 탄소 배출 지분 괜찮습니까?

요즘 재택근무를 권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기자도 개인 위생에 신경쓰기 위해 며칠간 집에서 근무하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보니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던 ‘생활 속 환경 요소’들이 보입니다.

나와 가족들이 집에서 하루 종일 먹고 쓰고 입고 버리는 것들은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쓰레기 없이 살기’가 버리는 것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기자들의 ‘미션 임파서블’한 노력이라면, 이 칼럼은 집에서 가족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게 뭔지,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제도적인 뒷받침과 아울러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숙제는 뭔지 한번 더 짚어보는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과학기술정보보통신부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한다.(사진 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들은 거대한 공장 굴뚝을 보면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날씨가 좋아졌다.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관련 우려가 아직 말끔하게 씻기지는 않았으나 일단 햇빛 쨍쨍하고 날도 제법 따듯하다. 봄옷 꺼내고 이불 바꾸고 보일러도 이제 끌 때가 됐다. 요즘은 운전할 때 히터도 틀지 않는다.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완연한 봄이다.

돌아보면 올 겨울은 별로 춥지 않아서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특별히 추운 겨울에 대한 기억이 요즘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기자는 아파트에도 살아보고 빌라에도 살아봤다. 아파트에 살 때는 보일러실이 따로 없는 지역난방이었고, 빌라에 살 때는 보일러실이 따로 있었다.

◇ 난방과 온수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

요즘은 스위치만 누르면 바로 난방이 되고 더운물도 24시간 언제든 밸브만 돌리면 나온다. 하지만 난방과 온수에 대한 기억은 여러 갈래다. 어릴 때는 연탄 때는 집에 살았다. 어머니가 연탄 가실 때 옆에서 종종 구경했다. 몸에 나쁘다”며 옆에 못 오게 하셨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게 꼬맹이 본능이라 어떻게든 아궁이 속을 한번 들여다보려고 안절부절하던 기억도 난다.

과거 기자의 집은 종로구 이화동 언덕 초입이었는데, 겨울에 눈이 와서 길이 꽁꽁 얼면 아버지가 삽으로 연탄재를 깨트려 대문앞에 뿌리셨다. 늦겨울과 초봄 사이, 담장밑에 연탄재가 쌓여있으면 그걸 발로 뻥뻥 차고 놀다가 동네 어른들에게 혼나기도 했다. 연탄재가 날리는 걸 어른들은 왜 싫어하는지 그때는 잘 몰랐다. 보기에 더러워서였을까? 아니면 재가 날리면 공기가 나빠져서였을까.

연탄 때던 우리 집은 어느새 순간온수기를 달았고, 몇 년 후 보일러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갔다. 제법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을때는 집에서 보일러가 사라졌고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빌라로 옮기면서 다시 생겼다.

집 안에 보일러가 있으니 처음에는 이것저것 신경이 쓰였다. 보일러에서 가스가 누출됐다거나 화재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보면 괜히 걱정도 됐다.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일러가 켜지면 ‘저거 지금 상태가 괜찮은건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일러는 별다른 고장없이 겨울을 났다. 일주일 넘게 집을 비웠을때도 얼지 않았고, 집안으로 (적어도 직접 느끼기에는) 유해물질을 내뿜은 것 같지도 않다. 그저 따뜻해서 좋았고, 나도 장년층이 되어서 자산증식이 끝나면 다시 부모님처럼 큰 아파트로 이사가야지 하는 마음만 있었다.

보일러에 대한 기자의 가장 큰 기억은 배관 틈새가 석고로 막혀 있던 당시 전셋집 보일러가 가스 점검때 지적을 받았던 날이다. 검침원은 “관련 규정이 바뀌어 실리콘으로 덮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그래야 유해물질이 새어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나서 곧바로 교체작업을 했었다.

◇ 안전과 성능만 따져보던 보일러, 환경에의 영향을 생각하다

보일러에 대한 기자의 관심은 늘 안전과 성능이었다. 그런데 그 관심이 환경으로 옮겨간 계기가 있다. 작년 여름, 서울시가 2022년까지 10년 이상 된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전면 교체하겠다고 밝힌 뉴스를 보고 나서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의 가정용 보일러 363만대 중 10년 이상 된 노후보일러 90만대를 교체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난방분야 미세먼지 발생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였다. 낡은 보일러 90만대를 친환경 모델로 교체하면 우선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보도 내용을 보니 계획대로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이면, 그 양이 서울시 12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규모라고 했다. 90만대가 모두 교체되면 서울시 전체 가정용 보일러에서 연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20%가 줄어든다는 것이 서울시 발표였다.

기후변화나 대기오염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흔히 거대한 공장, 이른바 굴뚝 산업을 생각한다. 물론 내가 밤새 보일러 좀 틀었다고 거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거대한 공장 굴뚝에 비견될 정도는 아닐터다. 하지만 뉴스가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은 노후 보일러가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이었다.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에 책임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사진 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의 22%가 오가는 주택에서도 각자의 노력이 절실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22%, 배출가스의 17%

그렇다면 우리 집 보일러는 도대체 지구 대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걸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기자는 기후변화를 연구해온 학자에게 “난방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고 물어보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박훈 연구위원은 보일러와 대기환경의 상관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의 난방용 보일러에 대해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건물의 냉방과 난방 문제를 함께 엮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고, 난방과 냉방은 모두 건물의 탄소배출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다루어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박 위원은 “기후변화 숙제는 내가 사는 도시뿐 아니라 세계 모두의 문제고, 난방과 냉방은 기후나 지역 등에 따라 비중이 다를 뿐, 기후에 미치는 악영향이라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방을 적게하는 지역은 반대로 냉방을 많이 할 수도 있으므로 둘을 하나의 문제로 엮어 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8년 기준 378.8억톤인데 그 중 건물이 35.2억톤으로 약 9.3%를 차지했다. 여기서 말하는 건물은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 다세대나 연립,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다만 박 의원은 “구체적인 비율은 조사 기준 등에 따라 일부 다르게 나타나거나 표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다. 그리고 전 세계 배출가스 중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직접적인 영향 6%+간접적인 영향 11%)다.

◇ 효율적인 난방 사용으로 경제적 효과까지 챙기던 사람들

다시 예전 얘기로 돌아가보자. 기자는 과거 독일 프라이부르그 지역 보봉 생태마을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 지역이 유명한 이유는 당시 그 곳에 들어선 ‘솔라(태양열)타운’ 때문이었다. 일부 건물 지붕에 태양열 판을 설치해 소규모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지붕 전체를 태양열 전지로 덮어 집에서 쓰는 전기를 100% 자체 생산했다. 남는 전기는 전기회사에 다시 팔기도 했다.

취재 당시 그곳 시민들은 독일 국민 평균에 비해 전기세를 75% 정도만 내고 있었다. 전기회사가 가정에서 전기를 구매하면서 지불하는 돈을 감안하면 이익이 더 컸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경제적인 이익도 얻는 구조였다.

물론 태양열만으로 난방 기구를 최대한 가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날씨가 안 좋으면 생산되는 전기 양이 일반 주택의 사용량보다 적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곳 건물들은 단열 등에 신경 쓰는 방식으로 전기 사용량을 아낀다고 했다.

굳이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태양열을 쓰라는 얘기가 아니다. 효율적인 냉난방을 통해 배출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결국 경제적인 효과까지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발표한 ‘건물부문 에너지효율화 전략’에 따르면 앞으로 난방기기 효율 향상과 개선된 건물 외피 및 창호 단열 성능 개선으로 난방 수요를 감축할 수 있다. 연구소는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38%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달성했다는 점을 고려해 오는 2040년까지 에너지효율을 43% 개선 시킬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연구소측은 “산업화 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건물 부문 온실가스 저감 목표가 필요하며 저탄소 냉난방도 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후변화 대응 세계도시 시장포럼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주선 기자) 2019.10.24/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서울시는 2022년까지 10년 이상 된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전면 교체하겠다 밝혔다. 사진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후변화 대응 세계도시 시장포럼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당신이 사는 그 집, 탄소 배출 지분 괜찮습니까?

개인의 실천만을 독려하는 게 아니다. 제도적인 노력도 이미 여러 방면에서 시행됐다. 앞서 언급했던 오래된 가정용 보일러에 대한 정책으로 오는 4월 3일부터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4월 2일 제정해 1년 만에 시행되는 법이다, 공장이나 자동차 뿐 아니라 보일러 등 생활주변 배출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규제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친환경 가정용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된다. 화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인증을 받은 가정용 보일러만 판매할 수 있다. 신규 설치와 교체에 따른 지원금이 지급되며 저소득층은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물이 나오는 콘덴싱 보일러 특성상 배수시설이 없는 건물을 제외하고는 1등급 가정용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1위는 산업 부문 55%, 2위가 건물로 22%다 3위 수송(14%)보다 높다. 2017년 기준 통계로 발전 등 전환부문은 빠진 수치지만 건물 비율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건물 부문 에너지사용량은 약 4168만 2000toe(석유환산톤)로 2013년(3781만 4000toe)보다 늘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제2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올해부터 2024녀까지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및 녹색건축물 조성 정책이 담겨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눈을 감을때까지, 어쩌면 잠들고 있는 사이에도 인류의 모든 활동이 온실가스와 관련있다. 굴뚝 산업을 이끄는 거대 공장에야 비할 바 아니겠지만, 인류 모두가 다들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는 명확하다. 각자, 스스로, 조금씩이라도 줄여야 한다. 지금 당신이 머물고 있는 그 공간에서도 탄소가 배출되고 있으니까.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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