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페트병 업사이클링한 의류・신발・가방 등 속속 출시
고품질 재생섬유 얻으려면 무색 페트병 사용 확대・재활용 시스템 개선돼야

코오롱FnC는 플라스틱이나 페트에서 추출한 재생 원사를 사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스윗셔츠’를 선보였다. (코오롱FnC 제공) 2020.3.11/그린포스트코리아
코오롱FnC는 플라스틱이나 페트에서 추출한 재생 원사를 사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스윗셔츠’를 선보였다. (코오롱FnC 제공) 2020.3.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전 세계에서 환경 오염의 주목으로 지목된 플라스틱을 상대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플라스틱을 친환경 소재 대체품으로 바꾸거나,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패션업체들은 이미 버려진 플라스틱을 활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업사이클링에 주목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버려진 페트병과 그물망 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한 제품이 줄지어 출시되고 있다. 한세엠케이의 앤듀는 이번달 초 재생 섬유인 리사이클 페트(PET) 원사 등을 사용한 팬츠, 셔츠, 점퍼 등을 내놨다. ‘에코 데님 팬츠’는 수명이 다한 페트에서 추출한 재생 폴리에스터 원사로 제작됐다.

빈폴은 올해 1월 친환경 라인 ‘비 싸이클(B-Cycle)’을 선보였다. 빈폴멘의 리버시블 퀼팅 점퍼와 베스트 등의 상품에는 빈폴멘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소재개발팀과의 연구개발를 통해 개발한 폐 페트병 재생 충전재가 사용됐다. 해당 충전재는 프리마로프트 수준의 기능성을 지녔음에도 가격은 50% 이상 저렴하다. 빈폴레이디스는 폐어망을 재활용한 재생나일론 소재의 트렌치, 재킷, 패딩 코트 등을 출시했다. 겉감은 세척과 방사 과정을 거친 폐어망 원사를 옷의 겉감으로 사용했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자체 개발한 재생 폴리를 충전재로 활용했다.

시리즈・캠브리지멤버스・에피그램・에스로우・헨리코튼・코오롱스포츠・래코드・커스텀멜로우등 코오롱FnC의 8개 브랜드는 작년 10월 ‘업사이클링 스윗셔츠’를 출시했다. 업사이클링 스윗셔츠는 플라스틱이나 페트에서 추출한 재생 원사를 사용해 제작됐다. 8개의 브랜드는 재활용 쓰레기 가운데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 캔이라는 세 가지 콘셉트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업사이클링 패션 아이템은 의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스페이스는 지난달 페트병 리사이클링 원단을 써서 만든 친환경 신발 2종을 출시했다. ‘발키리 보아 2 고어텍스’ 갑피에는 페트병 리사이클링 원단이, 안창에는 생분해되는 천연 울이 쓰였다. 아이워즈플라스틱이 올봄 신상품으로 내놓은 에코 버킷백은 플라스틱 리사이클 원료로 만들어졌다. 겉감에 쓰인 코듀라 에코메이드 원단은 100% 플라스틱 재생 원사로 이뤄졌다. 어깨끈도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업사이클링 패션 아이템의 소재로 버려진 페트병이 주로 사용되는 이유는 페트병과 의류 소재로 널리 쓰이는 폴리에스터가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라는 같은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페트병 재생섬유는 버려진 페트병 가운데 투명한 것을 골라내 뚜껑과 라벨을 분리하고 깨끗하게 세척해 잘게 잘라 플라스틱 조각(플레이크・Flake)로 만든 뒤, 불순물을 최종적을 제거한 플레이크를 다시 녹여 원료인 폴리머를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보통 페트병 다섯개면 한 장의 티셔츠를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선 휴비스, 효성티앤씨 등이 폐페트병 등을 활용한 재생 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200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regen)’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국제 친환경 인증기관 네덜란드 컨트롤 유니온의 GRS(세계재활용표준・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획득한 원사다. 스포츠웨어・아웃도아・이너웨어 등 다양한 의류는 물론 포드의 카시트, 플리츠마마의 가방 제작 등 그 활용 범위가 넓다. 효성티앤씨는 버려진 어망 같은 폐기물을 재활용한 원사 ‘마이판 리젠(MIPAN regen)’도 개발했다. 효성은 마이판 리젠 1톤당 955㎏의 석유자원 절약효과가 있으며, 기존 나일론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28%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티앤씨가 생산하는 재생 섬유 리젠과 마이판 리젠 (효성 블로그 캡처) 2020.3.11/그린포스트코리아
효성티앤씨가 생산하는 재생 섬유 리젠과 마이판 리젠 (효성 블로그 캡처) 2020.3.11/그린포스트코리아

업계에선 국내 재생섬유 시장이 성장하려면 페트병 수거 단계부터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물질이나 불순물이 없는 순도 높은 원료를 만들수록 품질이 좋은 원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작년 말 발표한 리포트 ‘섬유산업에 부는 리사이클 바람’에서 “배출된 페트병 수거 시 라벨, 뚜껑, 접착제 및 이물질 등이 함께 수거돼 분리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유색 페트병 비율이 높아 유가성(값어치)이 떨어져 리사이클 섬유에 적합한 원료 수급이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유색 페트병에서 무색 페트병으로의 전환, 쉽게 분리되는 접착제 사용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까닭이다. 한국섬유연합회도 리포트에서 “무색 페트병 활용도가 높다”고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에서는 플라스틱 분리배출 및 재활용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환경부의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국내 폐페트병도 고품질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색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부산, 천안, 김해, 제주, 서귀포 등 6개 지자체의 공동주택과 거점수거시설에는 무색 폐페트병 별도 수거함이 설치된다. 단독주택에는 무색 폐페트병 별도 배출을 위한 투명 봉투를 배부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무색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을 전국에 확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재활용품 재활용체계 전반에 대한 검증 및 분석 작업도 펼쳐 페트병을 비롯한 재활용품 재활용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책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시범사업 지역 중 일부 아파트 단지 및 단독주택 구역을 대상으로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검증 및 분석을 실시한다. 특히 유가성이 낮고 이물질 비율이 높은 폐비닐과 시범사업 대상인 폐페트병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환경부는 지역별 페트병 별도 요일제, 수거 전용차량 도입 여부 등의 효과분석을 통해 다양한 분리배출 및 수거방법 중 가장 합리적인 분리배출, 수거체계 제도화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국내 폐페트병의 재활용품질을 높여 수입폐기물의 제로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국내 폐페트병은 색깔이 들어가거나 이물질이 부착돼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면서 “지금은 리젠을 만드는 원료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불가피하게 외국에서 원료를 들여오고 있지만 국내에서 무색 페트병이 사용되고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는 등 환경이 조성된다면 국내로 원료 공급라인을 바꾸는 방안도 시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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