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좌)와 파파존스(우)가 선보인 비건 메뉴 (김형수 제공) 2020.3.11/그린포스트코리아
KFC(좌)와 파파존스(우)가 선보인 비건 메뉴 (KFC 홈페이지・파파존스 인스타그램 캡처) 2020.3.1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고기를 멀리하고 야채를 가까이하는 비건 음식은 언뜻 생각하기엔 몸에 좋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패스트푸드 체인 등에서 판매하는 비건 메뉴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의 연구팀 액션온솔트(Action on Salt)가 45개 업체에서 판매하는 비건 미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레스토랑이 영양 정보를 공개한 151개 메뉴 가운데 96개(63.6%) 메뉴에는 3g 이상이 소금이 들어있었다. 성인의 하루 소금 권장 섭취량 6g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19개 메뉴에는 6g 이상의 소금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파파존스에서 판매하는 비건아메리칸핫(Vegan American Hot) 피자에는 9.28g의 소금이 들어있었다. 맥도날드 햄버거(1.2g)에 들어있는 소금보다 8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KFC가 선보인 비건버거(Vegan Burger)에는 2.91g의 소금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 건너간 김동현 씨가 2003년 세운 일식 체인 와사비(Wasabi)에서 판매하는 메뉴에도 소금이 많이 들어있었다. 와사비는 영국 곳곳에서 39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와사비의 호박까스카레야끼소바(Pumkin Katsu Curry Yakisoba)에는 10.3g, 야채 탕면(Veg Tanmen Soup)에는 9.7g, 스윗칠리두부야끼소바(Sweet Chilli Tofu Yakisoba)에는 8.7g의 소금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 다 하루 성인 권장 소금 섭취향을 훌쩍 뛰어넘는 양이다.

액션온솔트는 다른 업체에서 파는 비슷한 메뉴에는 이보다 적은 양의 소금이 들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메뉴들은 더 소량의 소금을 넣고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액션온솔트는 슈퍼마켓에 진열된 식품처럼 레스토랑 체인들이 메뉴에 영양성분을 표시한다면 80% 이상의 메뉴에 빨간 라벨이 붙을 것이라고 했다. 빨간 라벨은 1.8g이 넘는 소금이 들어있는 식품에 적용되는 색깔이다. 이어 액션온솔트는 외식 분야가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먹거리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니아 폼보(Sonia Pombo) 액션온솔트 캠페인 매니저는 “이번 조사는 몇몇 레스토랑 업체들이 언제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만들 방법을 찾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이번에는 비건을 건강하다는 후광효과를 이용해 이런 시도를 감추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니아 폼보 캠페인 매니저는 “고기를 적게 먹으려는 이유를 떠나서 ‘식물성’이라든가 ‘비건’이라는 라벨이 자동적으로 건강한 제품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레스토랑과 카페 업체들은 건강에도 좋고 지구에도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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