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단 사고 중 울산 24.8% 차지·서산 화학사고 충남도 전체 28% 달해
빈번한 사고 노후화 설비 지적…업계 노후화로만 볼 수 없어

4일 발생한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롯데케미칼 폭발사고 화재 진압 현장 (충남도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4일 발생한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롯데케미칼 폭발사고 화재 진압 현장 (충남도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최근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대산화학산업단지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나프타분해공정(NCC)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석유화학단지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석유화학단지 특성상 다수의 공장이 밀집해 있을 뿐만 아니라 휘발성이 높은 물질을 취급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다량으로 저장하고 있어 단순 화재가 아닌 화학물질 사고라는 2차 간접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단지 설비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그 원인으로 시설 노후화가 지목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석유화학단지 ‘탄약고’…끊이지 않는 사고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 등의 석유제품 또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열분해해 기초 원료를 제조하거나 합성수지, 합성섬유 원료 등을 생산한다. 국내의 경우 주로 나프타를 분해설비(NCC, Naphtha Cracking Center)에 투입해 에틸렌, 부타티엔, BTX(벤젠·톨루엔·자일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이들은 휘발성이 높으며 화재 시 독성물질을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에 해마다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받은 ‘국가산단 사고 및 사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사고 수는 2013년 32건에서 2014년 43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5년에는 39건, 2016년 31건, 2017년 19건이 발생했다. 2018년에는 10월 8일까지 총 23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별로는 울산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가 시작된 이후 울산공단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47건으로, 전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사고의 총 24.8%를 차지했다. 이어 여수·광양산업단지가 34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화재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이후 화재사고는 총 81건(46.3%) 발생했고 안전사고가 39건(22.3%)으로 뒤를 이었다. 가스누출은 26건(14.9%), 폭발사고는 23건(13.1%)이었다. 정전사고와 원유유출도 각각 3건(각 1.7%) 씩 발생했다.

이용득 의원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산업단지들이 노후화됨에 따라 대형 사고의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국가가 관리하는 산업단지인 만큼 철저한 시설관리와 현장 친화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여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반산업단지인 대산석유화학단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충남도에 따르면 연도별 도내 화학사고는 2015년 6건, 2016년 8건, 2017년 6건, 2018년 3건이었다. 지난해는 9건으로 증가했다. 화학사고 32건 중에는 페놀·벤젠 유출 등이 발생한 서산이 9건(28%)으로 가장 많았고 당진 6건(19%), 아산 5건(16%)으로 뒤를 이었다.

구체적으로 2018년 1월 롯데케미칼 대산 BTX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5톤가량이 누출됐다. 당시 소방당국은 가동을 멈춘 노후 배관에서 벤젠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서산에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한화토탈에서 유증기가 이틀 동안 유출돼 327명이 치료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내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 사고 현황(자료 이용득 국회의원, 충남도청 등,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 사고 현황(자료 이용득 국회의원, 충남도청 등,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잇달아 발생하는 석유화학단지 사고…설비 노후화가 원인?

최근 잇달아 석유화학단지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시설·설비 노후화다. 

국내 석유화학단지는 그 가동 시점이 대산석유화학단지를 제외하고 1970년대다. 충남연구원에 따르면 울산석유화학단지(온산 포함)는 1972년, 여수석유화학단지는 1979년이다. 그나마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의 경우도 1991년이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는 적게는 20여년, 많게는 50여년이 넘어 그 시설·설비의 노후, 부식 등으로 위험성이 잠재해 있다.

이와 함께 단지 내 화학업체들은 수산화나트륨과 톨루엔 등 유독성 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각종 설비의 부식 속도가 높다. 원료의 형태가 액체이기 때문에 반응·분리·정제·저장 등이 배관으로 연결돼 있고 가연성 액체·가스·유해화학물질 등 대량의 위험물을 저장 및 취급하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고온·고압의 연속 공정으로 인해 사고 발생 시 연쇄폭발, 화재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울산시는 지난해 7월 울산 국가산업단지의 폭발 등 각종 사고가 잦은 노후 석유화한단지의 안전을 위해 ‘통합파이프랙’ 구축에 돌입했다. 통합파이프랙이란 산업단지 지하에 우후죽순으로 배설된 각종 배관을 지상화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 지하배관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진행되는 ‘울산권 국가산단 지하배관 안전진단사업’은 총 40억 원이 투입돼 매설 20년 이상의 위험물질 배관(가스관, 화학관, 송유관) 약 900km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4개 기업도 지난해 8월 자체 재원을 통해 안전관리와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4개 업체는 안전·환경분야에 807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화토탈은 노후설비 교체 및 보수, 대기배출시설 개선, 악취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에 3486억원을, 현대오일뱅크는 공장 안전가동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설비개선, 안전환경 인프라 확충에 2173억원을, LG화학은 화학물질 누출감시시설 및 차단시설 설치, 노후설비 교체 등 1407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미세먼지 저감, 폐수 발생 저감, 노후시설 교체 등 1004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자체 노력이 무색할 만큼 또다시 롯데케미칼 나프타분해공정(NCC) 폭발사고로 60여명의 근로자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일각에서는 노후화된 시설과 설비에 대한 개선과 석유화학단지 업체들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노후 시설·설비는 기업 측에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는 잇따르는 사고가 꼭 노후화된 시설과 설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연식이 오래된 것은 사실이나 4년마다 정기검사를 하고 개·보수를 통해 부분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설비를 갖춘다는 것이다. 단순 노후문제가 아닌 장비 문제나 작업자 부주의 등 그 사고 원인은 많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공장의 경우 안전은 물론 자체적으로 노후화 설비라든가 공해저감 등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정기보수를 통해 설비를 최신화하고 증설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화된 설비를 억지로 가동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련 사고에는 장비 문제나 작업자 부주의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며 “단순히 설비의 노후화가 원인이라는 점에는 조금 수긍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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