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한 여행금지 '효과 없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한 여행금지 '효과 없다'
  • 김형수 기자
  • 승인 2020.03.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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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검역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페이스북 캡처) 2020.3.3/그린포스트코리아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검역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페이스북 캡처) 2020.3.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신천지와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자 끊이지 않는 주장이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76만1833명이 참여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는 야당에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발언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의 절대다수가 중국에서 나오고 있어 중국인 입국을 막는 조치가 효과적일 것이란 생각이 들기 쉽지만, 현실은 이런 인식과 거리가 멀다는 반론이 제시됐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VOX)에는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질병 대응을 위한 여행 금지 조치에 효과가 없다는 증거는 명백하다’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그것은 정치적 쇼, 공공 보건정책으로는 좋지 않다’이다.

복스는 여행 금지 조치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효과를 낸다면 여행 금지 조치 같은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여행 금지, 공항에서의 검사 등은 최선의 경우에도 바이러스의 이동을 지연시킬 뿐이고 바이러스에 감염될 사람의 숫자에는 영향을 주지 못해 효과가 별로 없다는 시각이다. 

또 여행금지는 감염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가로막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가져올 편익보다 비용이 크다고 전했다. 국제 보건(Global Health) 분야를 연구하는 아담 캄라드-스콧(Adam Kamradt-Scott) 시드니대학교 교수는 “이같은 바이러스 전파를 멈추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9/11과 사스 사례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2001년 벌어진 9/11 테러에 따른 일시적 항공기 운항 중단과 비행기 여객 수 감소는 계절성 독감과 여행 금지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를 제공했다. 2006년 의학저널 ‘PLOS Medicine’에 실린 ‘항공 여행이 미국내 지역간 인플루엔자 확산에 미치는 영향에 실증적 증거(Empirical Evidence for the Effect of Airline Travel on Inter-Regional Influenza Spread in the United States)’에 따르면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어도 인플루엔자 확산은 막아지지는 않았다.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의 연장으로 이어졌다.

(최진모 기자) 2020.3.3/그린포스트코리아
CDC가 공개한 미국 내 연도별 인플루엔자 관련 사망자 숫자 (최진모 기자) 2020.3.3/그린포스트코리아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를 보면 여행자 숫자가 줄어든 2001년~2002년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에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수는 1만3291명으로 9/11테러가 일어나기 전인 2000년~2001년 인플루엔자 유행시기의 사망자수 3911명의 세 배가 넘었다. 여행 제한 조치가 감염 확산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보기 힘들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스(SARS)가 창궐했던 2003년 당시 캐나다가 공항에서 실시했던 여행객 스크리닝의 효과를 살펴본 보고서는 공항에서의 검사도 실익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시 캐나다에서는 사스에 확진됐다고 추정되는 사람이 438명 나왔고, 사망자는 44명이 발생했다. 

캐나다 정부는 해당 보고서에서 공항에서 실시한 스크리닝이 효과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8월 27일 기준으로 65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캐나다 공항에서 사스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이뤄진 검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약 9100명의 여행객들이 간호사와 검역관 등에 의해 추가 검사에 넘겨졌지만 사스로 확진된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 

체온 측정을 받은 약 240만명의 여행객 가운데 832명도 추가 검사를 받았지만 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캐나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도 공항에서 검사가 이뤄졌으며 그 효과는 캐나다와 비슷하게 낮았다고 전했다. 이어 보고서는 “따라서 우리는 캐나다 정부가 공공보건 효과에 대한 증거에 기반해 여행객 스크리닝 기술과 절차를 다시 살펴볼 것을 권한다”면서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 및 인력 자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행 제한 조치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행 제한 조치는 효과가 없을 뿐더러, 되레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는 것을 물론 감염 확산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복스는 각국 정부들이 공항에서 검사를 실시하고 국경을 막는 대신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질병에 대해 교육하고 중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여행 금지는 정보교환과 의약품 공급을 가로막고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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