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폐기 조치 의무만 있을 뿐 폐기방법 규정 없어
환경부, 연구용역까지 끝났는데 입법예고 엄두도 못내

 
라돈침대 수거 후 처리규정이 없어 여전히 야적장에 쌓여있다. (그린포스트 DB)/그린포스트코리아
라돈침대 수거 후 처리규정이 없어 여전히 야적장에 쌓여있다. (그린포스트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2018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라돈침대 폐기물이 아직까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어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라돈침대 사태’가 발생한 지 어느덧 2년째에 들어섰지만 수거된 폐기물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

라돈침대 사태 이후 결함 침대를 생산한 업체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수거 명령에 따라 침대를 수거했지만 해당 처리규정이 없어 수거한 제품은 여전히 야적장에 쌓여있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는 제조업자 수거·폐기 조치 의무만 있을 뿐 폐기방법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라돈침대와 관련해 폐기물 처리기준이 없어 현재 보관 중이라는 입장이다.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에 따라 천연방사성핵종 가공제품 중 안전기준을 초과한 부적합 제품 회수·보관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관리하는데, 소각 및 매립 등 폐기기준이 없어 처리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라돈침대 해법까지 제시했지만, 지금껏 환경부가 라돈침대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발표했는데, 그만큼 국제사회 우려도 큰 사안으로 국민들 불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이어 “환경부 차원에서 라돈침대 등 미량의 방사능 폐기물 적정 처리 관련 연구용역이 지난해 이미 마무리된 바 있다”며 “환경부가 연구용역이 끝났는데도 최종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환경부는 여전히 입법예고를 못하고 있다. 환경부 기존 계획에 따르면, 관계부처 사전 협의를 거친 후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를 해야 하는데 결국 해를 넘겼다. 환경부는 소각시설이나 매립업체와 협의를 거치는 등 절차가 필요해 올해 하반기에나 입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라돈침대를 생산하고 수거한 업계 관계자는 “결함제품이 방사성폐기물인지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큰 상황”이라며 “침대와 같은 신체밀착형 제품에서 라돈이 발생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추적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아직 소극적”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라돈 같은 경우 방사선 수치가 낮은 선량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천연방사성 핵종 폐기물을 방사능 농도에 따라 구분해 매립하거나 소각해 처분하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조승연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장은 “현실적으로 라돈침대 폐기물은 부피를 봤을 때 매립보다 소각처리가 적절하다며”며 “이 사안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토론과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도 이 라돈침대를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이렇게 방치만 해서는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들어 라돈침대를 제작·납품한 혐의를 받았던 업체 대표와 관계자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가 대진침대 대표와 매트리스 납품업체 대표 및 관계자 2명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 

대진침대 대표 등은 2005~2018년 사이 라돈 방출 물질인 모나자이트 분말을 도포한 매트리스를 제작·판매해 고소인들에게 폐암, 피부질환 등 질병을 야기했다는 등의 이유로 고소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 상해·업무상과실치상 혐의와 관련해 “라돈이 폐암 발암 유발물질인 사실은 인정되지만, 폐암 이외 다른 질병(갑상선암, 피부질환 등)과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없는 상태”라며 “누구나 일상생활 중 흡연, 대기오염 등 다양한 폐암 발생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점에 비춰 라돈 방출 침대 사용만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연구도 진행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내놓은 결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라돈침대 사태는 발발 후 세월이 꽤 흘렀지만 오히려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라돈침대 폐기물 처리를 조속히 처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 사안과 관련한 전문가 집단의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song@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