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바뀐 생활습관, 늘어나는 물 사용
물 둘러싼 두가지 숙제, 적게 쓰고 덜 버리기
주방에서 생활하수 줄이는 법, 작은 쓰레기로 큰 물 살려라
“가치 있는 일은 쉽지 않다” 물 없으면 못 사는 인류의 숙제

요즘 재택근무를 권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기자도 개인 위생에 신경쓰기 위해 며칠간 집에서 근무하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보니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던 ‘생활 속 환경 요소’들이 보입니다.

나와 가족들이 집에서 하루 종일 먹고 쓰고 입고 버리는 것들은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들을 미칠까요. ‘쓰레기 없이 살기’가 버리는 것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기자들의 ‘미션 임파서블’한 노력이라면, 이 칼럼은 집에서 가족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게 뭔지,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제도적인 뒷받침과 아울러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숙제는 뭔지 한번 더 짚어보는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수자원공사가 ‘유네스코(UNESCO) 수돗물 국제인증제도’ 사업에 참여한다. (픽사베이 제공) 2018.8.1/그린포스트코리아
물을 둘러싼 두가지 숙제가 있다. 적게 쓰고 덜 버리기다. 개인 위생 관리가 중요해서 물 사용량이 늘어난 요즘, 어떻게 하면 그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자의 가장 크 고민 중 하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일주일에 세 번쯤 쌀을 씻는다. 쌀씻기 전용 플라스틱 용기에 물을 반쯤 담고 거기에 쌀 세컵을 붓는다. 쌀을 담고 그 위에 물을 붓는 것 보다는 물 먼저 담고 쌀을 넣어야 혹시 쌀에 있을지 모르는 먼지나 이물질이 잘 떨어진다는 얘기를 어느 셰프가 해줬기 때문이다.

쌀을 힘 주어 박박 씻은 다음 희뿌옇게 변한 물을 버리고 다시 깨끗한 물을 받는다. 또 박박 씻는다. 그 다음 물을 갈고 부드럽게 조물조물, 그 물을 또 갈고 이번에는 조금 더 부드럽게, 마지막으로 물을 한번 더 갈고 휘휘 저어 헹궈낸다. 평소에는 5번, 귀찮으면 4번 씻는다. 그 다음 밥솥에 넣고 다시 물 양을 맞춘 다음 취사 버튼을 누른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갓 지은 집밥을 상상하며 기분 좋게 손을 씻는다. 어제 저녁에도 그렇게 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씻어버린 저 물, 너무 아까운데? 몇 통을 버린거지?’

‘밥 한번 하는데 물을 도대체 얼마나 쓰는거야?’라는 생각을 처음 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캠핑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기자는 소위 말하는 ‘캠핑 마니아’ 가족과 함께 겨울캠핑을 동행 취재했다. 저녁밥을 하려는데 수돗가가 텐트와 너무 멀었다, 2L짜리 생수를 잔뜩 사왔으므로 그냥 그걸로 씻기로 했다. 그런데 쌀 몇 번 씻고 밥 불 켰더니 생수 3통이 그냥 사라졌다.

◇ 코로나19로 바뀐 생활습관, 늘어나는 물 사용

고백하자면, 잊고 살았다. 물을 얼마나 쓰고 어느 정도 버리는지 그 뒤로는 따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른 것은 며칠 전 본 한 뉴스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민들의 생활 습관이 바뀌면서 수돗물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구지역 뉴스였다. 손 씻기는 기본에 외출 후 샤워나 빨래 횟수도 늘어나면서 하루 평균 74만톤 수준이던 대구의 수돗물 공급량이 최근 하루 최대 80만톤까지 늘었다는 내용이었다. 깜짝 놀랐다. ‘뭐? 80만톤? 단위가 그렇게 크다고?’ 대구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이 잘못했다는 얘기가 아니고, 물 사용량 단위를 직접 듣고 나니 큰 규모에 순간 놀랐다는 의미다.

수도요금 고지서를 봤다. 자동이체 걸어놨고 금액이 크지 않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없었다. 고지서를 보니 최근 1년간 사용량이 나왔다. 수도세는 두달에 한번씩 청구됐는데 사용량이 세제곱미터로 표시됐다. 문과 출신인 기자는 그만큼의 부피가 양이 얼마라는 얘기인지 감이 잘 안왔다. 인터넷에 검색해 리터로 단위를 환산해봤다. 수만리터가 나왔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결과는 이랬다. ‘1명이 하루에 물을 265리터씩 쓴다’

얼핏 믿기지가 않았다. 6개들이 생수 한 묶음이 12리터인데, 한 사람당 매일 그걸 22개씩 쓴다고? 포털사이트에서 ‘서울 물 사용량’을 검색해봤다. “서울시가 1년간 시민 1,010만명에게 총 11억 775만톤의 수돗물을 공급했다”는 내용이 검색됐다. 정말이다. 1인당 하루 278리터다.

278리터의 구성은 이랬다. 가정에서 180리터, 일반용 62리터, 공공에서 20리터, 목용탕에서 6리터를 쓴다고 했다. 조금 더 찾아보니 2014년 자료였다. 2017년 기준으로는 289리터까지 늘었다. 기자 가족 사용량이 평균보다 적다는 생각에 잠시 안도했지만, 외식이 잦고 자녀도 없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특별히 물을 아끼는 것 같지도 않았다.

WHO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활과 최소한의 건강유지를 위해 하루에 50~1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저만큼이면 충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소한 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긴 하다. 하지만 숫자를 비교해보니 ‘나는 물 사용량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으로 매년 봉사활동을 다녀온 지인이 해준 얘기도 생각났다.

“그 곳에 가 보면 당장 마실 물 없는 사람들이 많아. 오염된 물을 그냥 마시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 병에 걸리면서 악순환이 계속되지 ‘저 물이 내가 버린 물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 물 둘러싼 두가지 숙제, 적게 쓰고 덜 버리기

기자의 생활을 돌아본다. 나의 힐링은 ‘샤워’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 맞으면서 정신 차리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도 샤워기 뜨거운 물을 맞는 게 낙이다. 뒷목이나 어깨쪽으로 내려지는 뜨거운 물을 느끼며 ‘으아~’하고 소리를 내면 그날 받은 스트레스가 대부분 풀렸다는 증거다.

주말에는 욕조에 물 받아 반신욕을 한다. 말은 반신욕인데 기자는 목까지 푹 담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몸을 담갔을 때 기준으로 찰랑찰랑 넘치기 직전까지 물을 받는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때도 욕조목욕을 즐겼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물 아까우니까 버리지 말고 그냥 둬”라고 하셨다. 이물질이 둥둥 뜬 목욕물을 부모님 쓰시라고 하는게 왠지 불효 같아서 그냥 물을 빼버리고 “너무 더러워서 어쩔 수 없었어”라고 변명한 적이 많았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물을 너무 많이, 자주 버린 것 같다.

물 쓰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두가지다. ‘너무 많이 쓰지 않는 것’ 그리고 ‘더러운 물을 하수도에 덜 흘려보내는 것’ 어쩌면 저 두가지가 하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쓰는 물은 거의 대부분 곧바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내 몸과 옷, 먹고 마신 그릇과 식기, 그리고 내 주변을 깨끗하게 하려면 반드시 물이 필요하다. 더럽거나 오염된 것들을 물이 모두 품어간다. 바로 그게 문제다. 물을 많이 썼다는 건 더러운 물을 많이 흘려보냈다는 얘기다. 물론 더러움의 농도 차이는 있을거고, 각 가정에서 찔끔찔끔(?) 버린 생활하수를 정화하고 처리할만큼의 능력도 우리에겐 있다. 하지만 애초에 덜 흘려보내야 하는 것 역시 우리의 숙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키워드 중 하나도 결국 물이다. 이달 3월 22일은 UN이 지정한 세계물의 날이다. (환경부 나우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키워드 중 하나도 결국 물이다. 이달 3월 22일은 UN이 지정한 세계물의 날이다. (환경부 나우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주방에서 생활하수 아끼는 법, 작은 쓰레기로 큰 물 살려라

물을 어디서 덜 버릴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곳은 주방이다. 환경부도 ‘주방에서 물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부가 최근 공식 SNS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홍보한바에 따르면, 폐 식용유는 종이에 흡수시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고 프라이팬은 깨끗한 종이로 닦은 다음 설거지하는 게 좋다.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은 컵이나 그릇을 먼저 닦고 설거지통을 사용하는 것도 물과 세제를 적게 쓰는 팁이다. 특히 주방세제가 물에 녹은 상태에서는 미생물 분해가 어렵고 거기서 발생한 거품이 물 속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으므로 세제 역시 최소한으로 사용하라고 권한다. 아울러 환경부는 절수기를 설치하는 등 물 사용량 자체를 아끼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물 적게 쓰기의 중요성은 수자원공사도 이미 강조한 바 있다. 공사는 K-water공식 블로그를 통해 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자고 호소한 바 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돗물의 전기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샤워시간을 5분만 줄여도 이산화탕소를 1인당 연간 6.6Kg 저감할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해당 게시물을 통해 수돗물의 탄소발생량은 시판 생수와 비교했을 때 1/1000수준으로, 매일 2리터의 물을 전부 수돗물로 마시면 1년간 어린 소나무 64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 “가치 있는 일은 쉽지 않다” 물 없으면 못 사는 인류의 숙제

요즘 기자는 정수기에서 받은 물을 그냥 마시거나 끓여 마신다. 어제는 김치찌개 끓일 때 쌀뜨물을 썼다. 세안할때도 좋다고 해서 시도해봤다. 뜨거운물이 주는 행복을 포기하기 어렵지만 샤워를 빨리 하려고 나름 노력도 해본다. 종이성분의 페이퍼타올로 기름도 꼼꼼하게 닦아낸다 그 쓰레기가 버려지는 문제도 신경이 쓰이지만, 그래도 기름 묻은 종이 한 장이 기름때와 세제가 뒤섞인 물 수십리터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철저한 위생관리를 위해 손씻는 횟수가 늘었지만, 손에 비누칠 할 때는 잠시나마 수돗물을 잠근다. 미세먼지에 바이러스 우려까지 겹쳐 세탁기 놀리는 시간이 늘었지만 그래도 빨래를 모아서 한번에 하자는 다짐도 해본다. 깨끗이 씻으려면 물이 꼭 필요하므로, 그 물을 안정적으로 수급받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쌀 씻는 얘기로 돌아가보자. 물을 받고 그 위에 쌀을 끼얹으면 더 깨끗이 씻긴다고 했다.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힘, 물이 가지고 있는 ‘선한 영향력’이다. 그런데 물의 영향력은 선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이다.

인류는 물 없으면 못산다. 동물과 식물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깨끗한 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러운 물을 덜 버려야 한다. 물을 덜 버리는 방법은 딱 하나다. 적게 사용하는 것.

스타벅스가 앞으로 10년간 물 사용량을 절반 이상 감축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스타벅스 CEO 케빈 존슨은 “가치 있는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렇다.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6개짜리 생수 묶음 20개 이상만큼의 물을 매일 쓰고 있어서다.

지구에는 물이 많지만 무한한 양은 아니다. 물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이슈도 아니다. 정부도 최근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재작년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출범한 이 위원회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등에 따라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

물은 적게 써야 한다. 그리고 물 순환 구조 전체를 큰 틀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물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쓰레기를 우주에 가져다 놓는 기술은 있지만, 우주에서 물을 가져온다는 소식은 아직 없지 않은가.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 (송철호 기자) 2019.11.6/그린포스트코리아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 (송철호 기자) 2019.11.6/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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