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코로나19 여파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 청소
손 닿는 곳 모두 닦고, 몸 닿을 곳 전부 소독
먼지와 바이러스 시대 새 의문, 환기는 어떻게 하지?
해도 해도 끝 없는 청소...소비자 불안 노린 ‘공포마케팅’도 등장

 

요즘 재택근무를 권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기자도 개인 위생에 신경쓰기 위해 며칠간 집에서 근무하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보니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던 ‘생활 속 환경 요소’들이 보입니다.

나와 가족들이 집에서 하루 종일 먹고 쓰고 입고 버리는 것들은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들을 미칠까요. ‘쓰레기 없이 살기’가 버리는 것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기자들의 ‘미션 임파서블’한 노력이라면, 이 칼럼은 집에서 가족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게 뭔지,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제도적인 뒷받침과 아울러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숙제는 뭔지 한번 더 짚어보는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요즘은 청소기 한번 돌리는 것으로 집 청소가 끝나지 않는다. 소독제를 뿌리기도 하고 손으로 자주 만지는 물건들도 일일이 알콜솜으로 닦는 게 좋다. 그러다보니 청소 한번 하려면 준비물이 많아진다. 사진은 기자가 최근 개인적으로 구입한 클리너와 손 소독제, 면마스크 등이다. 제품이나 브랜드는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다 (이한 기자) 2020.2.28/그린포스트코리아
요즘은 청소기 한번 돌리는 것으로 집 청소가 끝나지 않는다. 소독제를 뿌리기도 하고 손으로 자주 만지는 물건들도 일일이 알콜솜으로 닦는 게 좋다. 그러다보니 청소 한번 하려면 준비물이 많아진다. 사진은 기자가 최근 개인적으로 구입한 클리너와 손 소독제, 면마스크 등이다. 제품이나 브랜드는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다 (이한 기자) 2020.2.2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어린이가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청소다. 책상 정리나 입었던 옷 잘 벗어놓기 따위가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 그러니까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들을 정리하고 치우고 닦아내야 한다면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다.

기자는 ‘청소’에 대한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군대에 갔을때다. 그 전까지는 청소라면 그냥 방을 정리정돈 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군대에 가보니 사람 손으로 직접 닦아야 할 것이 정말 많았다. 세면대와 변기는 물론이고 생전 한 번도 안 만질 것 같은 형광등 윗부분이며 심지어 천장까지.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 기자는 스스로 ‘깔끔한 성격이며 청소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내 눈에 먼지나 곰팡이가 안 보이는건 내가 깔끔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매일 아침저녁 구석구석 쓸고 걸레를 뜨거운 물에 팔팔 삶아가면서 까지 여기저기 박박 닦으셨기 때문이었다. ‘내 집’에 살아보니 내가 직접 닦지 않는 곳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더러워졌다.

◇ 미세먼지·코로나19 여파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 청소

청소는 흔히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자주 쓰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구분해 적당한 위치에 놓아두거나 버리는 것, 또 하나는 물건 또는 공간에 있는 먼지나 물기 또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 청소 초보거나 기본 성향상 1번이 어려운 사람도 있고, 2번은 부지런하든 게으르든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기자는 소원이 하나 있다. 집 현관에 초강력 멸균·향균·세척·건조 등을 통합한 올인원 시스템이 갖춰져 외출하고 돌아오면 자동으로 몸과 옷이 소독되서 기자는 빨래도, 샤워도, 청소도 안 해도 되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은 꿈과 다르므로 어제도 오늘도 여기저기 청소를 했다.

평소 청소 루틴은 이렇다. 안방과 거실에 각각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옷과 침구류를 창밖에 턴다. 그리고 청소기를 돌린다. 청소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놨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최소한으로 열었다가 청소기만 돌리면 바로 닫는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알람이 ‘좋음’을 기록하는 날이 아니라면 늘 그렇다. 욕실과 화장실은 생각날 때 한번, 다용도실처럼 오래 머물지 않는 공간들은 그것보다 더 뜸하게 한 번씩 청소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청소가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미세먼지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도 황사 때문에 청소가 어려웠겠지만, 그 시절 우리 집 청소 담당자는 기자가 아니었으므로 기억에 없다. 그저, 요 며칠 청소하면서 신경 쓸 것들이 훨씬 많아져 피로할 뿐이다.

소독과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분무형 소독제 등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소독제 모습.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으로 사이트와 제품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다 (쿠팡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소독과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분무형 소독제 등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소독제 모습.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으로 사이트와 제품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다 (쿠팡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손 닿는 곳 모두 닦고, 몸 닿을 곳 전부 소독

며칠 전 기자는 요즘 인기인 ‘알콜스왑’을 대량 구매했다. 사람 몸에도 사용할 수 있는 알콜솜이다. 스마트폰과 카드지갑, 냉장고와 욕실 손잡이, 자동차 핸들을 수시로 닦는다. 분무형 소독제와 액정클리너도 구입했다. 식탁의자와 쇼파 등 몸이 자주 닫는 곳을 소독하고, 노트북 화면과 태블릿PC 액정도 닦기 위해서다.

세균은 딱딱한 표면에서 더 오래 생존한다. 최근 싱가포르 보건당국은 마스크를 쓰는 것 보다 스마트폰을 청소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많이 돌고 돈 지폐보다 개인용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바이러스 우려가 오히려 더 크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병원과 보훔 루르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상온에서 무생물 표면에 묻었을 때 평균 4~5일, 최대 9일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숙주가 없을 때 1~2일 내외로 생존하는 일반적인 바이러스보다 생명력이 길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표면이나 노트북 등은 소독용 에탄올을 솜이나 천에 묻혀 자주 닦으라고 권한다.

미국 앨라배마 버밍햄대학(UAB) 의료진도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안 맥키그 박사는 “이소프로필 알코올(살균제)이나 소독용 물티슈를 사용해 집을 안팎으로 소독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키그 박사는 "문고리, 화장실, 수도꼭지 손잡이, 식기 등 손을 많이 타는 것들을 만진 후에는 비누와 물 혹은 세정제로 손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이 닿는 물건들과 손을 수시로 닦으라는 의미다.

물건은 수시로 닦으면 되는데 공간이 문제다. 기자가 최근 특히 신경 쓰이는 곳은 욕실과 화장실이다. 평소에도 습기가 많아 곰팡이나 세균 등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이다. 게다가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검증된 바는 없으나, 우한지역에서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때, ‘분변에서 나온 바이러스를 흡입해 감염 되는 경우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우리집 화장실 천장이 윗집 화장실 바닥과 붙어있고, 우리 화장실 바닥 역시 아랫집 천장과 붙어 있다는 생각에 괜히 불안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분무형 소독제를 변기는 물론이고 욕실 천장과 바닥에도 충분히 뿌린다. 어제도 락스를 물에 희석해 구석구석 소독하고 닦았다.

◇ 먼지와 바이러스 시대 새 의문, 환기는 어떻게 하지?

그런데, 알콜과 소독제 등을 다수 사용하면 순간 냄새가 진동한다. 소독을 위해서고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몸에 전혀 유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기분이 상쾌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습도 문제도 있고, 실내 환경을 생각하면 환기가 중요한 것 같아 창문을 열고 싶은데 망설여진다. 나쁜 공기가 집으로 들어올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다. 어제도 알콜 냄새를 빼려고 창문을 잠시 열었다가 후각이 진정되고 바로 닫았다.

환기 관련 고민을 하는 사람은 기자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지역 맘카페에는 ‘윗집에 의사분이 거주하시는데 혹시 확진자와 접촉했을까 염려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환기도 안 시키고 있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요즘 그나마 미세먼지가 덜 나빠서 마음껏 환기를 시키고 싶은데 바이러스가 떠다닐까봐 창문을 꼭 닫는다”고 말했다.

용산구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면서 중구에서 거주하는 한 직장인은 “밀폐된 공간이 감염우려가 더 크다는 걸 감안하면 환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도, 막상 창문을 활짝 열으려니 괜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자도 환기에 소심해졌다. 청소할 때도 창문을 절반 정도만 연다. 하지만 환기를 해야 습기도 예방하고 혹여 집안 공기중 떠다닐 수 있는 바이러스도 희석될 것이라는 믿음에 용기를 낸다. 대신 공기청정기 2개를 모두 강하게 튼다. 기자의 부모님도 최근 공기청정기를 한 대 더 구매했다. 가정용 공기청정기 중 가장 큰 사이즈다.

전문가들도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혼잡하지 않은 야외의 경우 비말이 잘 퍼지지 않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낮다. 환기가 잘 되는 실내 또한 확진자와의 접촉 우려가 없다면 마스크 착용이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다중밀집시설인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푸른하늘지킴이 활동을 통해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고 친환경 생활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이주선 기자)
창문 열고 깨끗한 바깥공기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기억이 과거보다 줄었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걱정 없이 마음껏 창문을 열 날은 언제 다시 올까? (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 해도 해도 끝 없는 청소...소비자 불안 노린 ‘공포마케팅’도 등장

‘집 밖 공기가 깨끗하지 않을 것’ 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아파트나 공동주택 등에서는 공용공간 소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엘리베이터에 분무형 소독제를 배치해 버튼을 누르기 전 뿌리게 하거나. 1층 현관과 복도, 공용 주차장을 소독하고 나선 곳도 많다. 기자도 대문 밖 현관과 주차장에 세워진 차 주변에 소독약을 뿌렸고, 엘리베이터 버튼은 팔꿈치로 눌렀다.

집 안팎을 수시로 청소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나면 몸을 씻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그 과정에서 먼지가 쌓여 환기를 시키면 또 뭔가 찝찝해서 여기저기를 소독한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시대의 어려운 청소다.

한마디만 덧붙이자. ‘깨끗하고 안전한 내 집’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현혹시킨 사태가 있었다. 최근 포털사이트 등에는 ‘코로나 공기청정기’ ‘코로나바이러스제거 공기청정기’ 같은 제목이 다수 검색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만 쏙쏙 골라 걸러주는 공기청정기술 인증 사례는 없다.

지난 18일 공정위는 소비자원과 함께 코로나 관련 과장 광고를 단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박테리아 99.99% 제거", "초미세먼지 완벽제거" 등의 허위문구를 광고에 담은 6개 업체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그저 내 집이 깨끗하고 안전하기를 바라는 소비자의 기본적인 바람을 노린 ‘공포 마케팅’에 대한 철퇴다.

깨끗이 씻고 닦고 개인위생과 집안 청결에 신경 쓰는 게 우선이다. 공기청정기가 집안 공기에 미치는 효과야 물론 좋겠지만, 그건 그 다음 문제다. 다만, 밖에 나갈때는 면 마스크 대신 방진 효과가 상대적으로 훌륭한 일회용 마스크를 쓰는게 좋다. 청소할 때도 마스크가 필요하다. 우리 가족들이 마스크를 원하는 만큼, 빠르고 쉽게 살 수 있기를 기자는 바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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