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황용률 높지만 사실은 재활용 잘 안 된다?
“종이라고 다 같은 종이 아냐” 꼼꼼한 분리·제도적 뒷받침 절실
두 번 버려지는 ‘반쪽 분리수거’ 정부·기업·소비자 함께 답 찾아야

 
 

요즘 재택근무를 권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기자도 개인 위생에 신경쓰기 위해 며칠간 집에서 근무하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보니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던 ‘생활 속 환경 요소’들이 보입니다.

나와 가족들이 집에서 하루 종일 먹고 쓰고 입고 버리는 것들은 환경에 어떤 영향들을 미치고 있을까요. ‘미션 임파서블’이 쓰레기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기자들의 노력이라면, 이 칼럼은 집에서 가족들이 실천할 수 있는 게 뭔지,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제도적인 뒷받침과 아울러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숙제는 뭔지 한번 더 짚어보는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근처에 쌓여있는 박스 더미 모습. 만약에 이 박스더미를 모두 분리배출하면 재활용이 잘 이뤄질까? 그러려면 테이프를 모두 깨끗하게 제거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매장과 박스 브랜드 등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이한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근처에 쌓여있는 박스 더미 모습. 만약에 이 박스더미를 모두 분리배출하면 재활용이 잘 이뤄질까? 그러려면 테이프를 모두 깨끗하게 제거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매장과 박스 브랜드 등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이한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평소 집에서 분리수거는 기자의 몫이다. 과거에는 아버지가 담당했고 언제부터인가 기자가 물려 받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엘리베이터에서 재활용 박스를 들고 어색하게 눈인사를 나누던 같은 라인 아파트 주민들도 이제는 얼굴이 좀 익숙해졌다.

주민들의 얼굴보다 훨씬 더 먼저 익숙해진 것이 있다. ‘재활용’이나 ‘쓰레기 분리수거’라는 단어다.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된지 25년이 넘었고 분리수거를 공식화한 것도 이제 곧 20년째로 접어든다.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재활용품은 따로 분리수거 한다고 답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당연히 재활용과 분리수거가 익숙할테다.

◇ 이제는 습관으로 밴 분리수거, 그런데 정말 잘 하고 있는걸까?

하지만 분리수거가 익숙한 것과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꼼꼼하게 나눠서 버린다고 해도 사실은 분리수거를 안 한 것과 다름없는 경우가 많다.

사실 기자도 이걸 배운지 얼마 안 됐다. 종이라고 다 같은 종이가 아니라는 것, 플라스틱 생수병 버릴때 라벨 떼고 뚜겅 따로 버린 다음, 목 부분에 남은 플라스틱 조각도 모두 분해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물론 지금은 알고 있다) 스프링 노트를 분해해 종이만 따로 버리기는 했지만 폐휴지나 벽지, 부직포 등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 것도 몰랐다.

코팅된 종이는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서도, 택배 상자에 붙은 전표를 떼서 따로 버리면서도 종이 뒷면의 접착물질 때문에 분리수거 대상이 아니라는 것 역시 예전에는 몰랐다.

어제 저녁에도 분리수거를 했다. 취재 과정에서 ‘쓰레기 없이 살기’를 체험한 터라 이번주에는 버릴 것이 적었다. 그런데 며칠 전 배달해먹은 닭볶음탕 포장음식 용기가 문제였다 양념이 이미 묻어 있어서 닦아도 깨끗이 안 지워졌다. 결국 그 용기는 가위로 잘게 잘라 일반 쓰레기로 버렸다.

이 지점에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 닭복음탕 용기는 오염이 되었기 때문에 재활용이 아닌 것이 맞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재활용 품목인데 부주의로 인해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쓰레기, 반대로 일반 쓰레기인데 역시 부주의로 재활용에 버려지는 것들이 문제다. 소비자들은 각자 알고 있는 기준대로 분리배출을 하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문제를 하나 내 보자. 신문지, 카드 영수증, 일회용 종이컵, 붕어빵 봉투, 우유팩, 광고지를 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 종이에 넣으면 될까? 아니다. 영수증은 애초에 일반 쓰레기, 기름이 묻은 붕어빵 봉투도 재활용이 어렵다. 일회용 종이컵과 우유팩은 원래 색깔이 다시 보일만큼 깨끗이 세척해서 분리배출 해야 한다. 환경부에서는 ‘종이팩은 종이류와 다르며 종이팩 수거함으로 배출해야 한다’고 알린 바 있다.

◇ 종이라고 다 같은 종이가 아니다....

실제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어플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 따르면, 종이팩 등을 버릴때는 다른 재질을 모두 제거한 후 배출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도 일반 종이류와 섞이지 않게 종이팩 전용 수거함에 배출하며,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없으면 일반 종이와 구분할 수 있게 가급적 끈 등으로 묶어 배출해야 한다.

결국 위에 언급한 항목 중에서는 엄밀하게 말해 신문지만 종이다. 비닐 코팅이 되어 있다면 광고지도 종이로 버리면 안 된다. 참고로 이 앱에서는 신문지 배출 방법을 안내하면서 “비닐 코팅된 광고지, 비닐류, 기타 오물이 섞이지 않도록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코팅시에는 재활용되는 종이로 보는 게 아니라 ‘오물’과 같은 급으로 본다는 얘기다.

기자는 주위 지인 7명에게 평소 우유팩을 어떻게 버리느냐고 물어보았다. 깨끗이 씻어 모두 펼쳐서 버린다고 답한 사람이 5명 있었고 나머지 2명도 물로 헹궈서 버린다고 했다. 하지만 7명 모두 일반 종이와 따로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독자들은 어떤가? 종이와 종이팩 수거함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가? 아니면 같이 버리되 눈에 잘 띄도록 분리해서 버리는가?

서울 송파구 재건축단지에 사는 한 소비자는 “꼼꼼하게 나눠서 분리배출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경비원 분들이 산처럼 쌓인 재활용 더미에서 이것저것 자꾸 골라내는 모습을 보면 죄송하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버려야 잘 버리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집에서 잘 나눠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팅된 종이나 오염된 포장재 같은 것들을 기업차원에서 다시 수거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어플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 따르면, 종이팩 등을 버릴때는 다른 재질을 모두 제거한 후 배출해야 한다. (앱 화면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어플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 따르면, 종이팩 등을 버릴때는 다른 재질을 모두 제거한 후 배출해야 한다. (앱 화면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재황용률 높은데, 사실은 재활용이 안 된다?

우리나라 분리수거는 잘 이뤄지고 있을까. 지난해 M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쓰레기 재활용률이 세계에서 2번째로 높다. 하지만 수거된 재활용품을 업체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버려지는 것이 60%에 이른다. 실제로는 재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집집마다 나름 분리수거를 해서 내놓고, 업체에서 따로 수거해가는데 재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종이와 종이팩에 대해서는 언급했으니 이번에는 다른 경우를 보자. 페트병이 재활용 집하장에 실려올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병과 뚜껑, 라벨은 소재가 모두 다른데, 이걸 집하장 직원이 일일이 손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에서만 하루 55톤, 한달에 약 1,800톤의 재활용품이 들어온다. 그러나 재활용 업체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영세 소규모가 많다. 배출되는 재활용 쓰레기 자체도 7~8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플라스틱을 종이로 바꾸는 등 개별적인 분야에서의 노력이 이뤄진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컵 사용량이 줄면서 종이컵 사용이 늘었지만 재활용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A4용지 원료와 종이컵에 사용되는 원료는 다르다. 안쪽이 코팅된 종이컵이 다른 종이와 함께 오면 분류 과정에서 그대로 폐기처분 되기도 한다. 자원순환연대 2015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종이컵이 연간 230억개 사용되는데 그 중 1.5%만 재활용된다.

쓰레기가 많이 생산되는 생활 습관도 문제다. 1인 가구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면적이 작은 원룸 등은 취사 공간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배달음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용기들이 재활용 어려운 쓰레기로 쌓인다.

최근 비닐을 줄이자는 인식이 많이 확산됐다. 비닐봉투 무상 제공 등이 사라지고 포장용기에서도 비닐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그 비닐이 결국 플라스틱으로 바뀌는 것도 문제다. 묶음 상품이 아닌 소량 포장 제품도 플라스틱 등으로 단단하게 쌓인 경우가 많다. 복합적인 이유들로 재활용 쓰레기가 많이 생산되고, 그러다 보니 재활용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다.

◇ 두 번 버려지는 ‘반쪽 분리수거’ 정부·기업·소비자 함께 답 찾아야

문제는 명확하고, 결국 해결을 ‘누가’ ‘어떻게’하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가정에서는 분리배출을 아주 꼼꼼하고 정교하게 해야 한다.

생산자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형 가전 등 일부 폐기물에 생산자 책임제가 시행되는 것처럼, 생활 속 재활용품 에도 적용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페트병 뚜껑과 라벨 몸통을 모두 같은 재질로 쓰자는 움직임이 있다.

구조상 취약한 부분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대부분 민간 업체에서 담당한다. 지자체에서 용역 발주를 받은 업체가 해당 업무를 수행한다. 쓰레기 양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규모 기업들이 그 업무를 완벽하게 해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지자체가 아닌 민간,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업체라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누가 하든 잘 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잘 이뤄지는지, 충분한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는지, 그럴만한 예산이 집행되어 사용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기자는 어제 닭복음탕 용기 재활용을 포기하고 잘게 잘라 종량제 봉투에 넣었다. 하지만 1층에 내려가보니 음식 찌꺽가 잔뜩 묻은 피자박스와 비닐 테이프가 그대로 붙어있는 택배박스, 양념 배어있는 포장 음식용기가 한데 뒤섞여 있었다. 이 물건들은 종이와 플라스틱이니까 수거되면 깨끗하게 분리되어 재활용될까? 아니면 나름 분리수거는 했는데 결국 다시 버려질까? 정부와 기업, 소비자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이다.

최근 폐지 수거 거부 등과 관련해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한 아파트가 주민들에게 분리배출 요령을 안내하기 위해 내건 안내문의 모습 (이한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폐지 수거 거부 등과 관련해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한 아파트가 주민들에게 분리배출 요령을 안내하기 위해 내건 안내문의 모습. 사진 속 아파트 브랜드 등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이한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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